김해숙 "배우는 나이 들어도 백조처럼 살아야"(인터뷰)

김겨울 기자 / 입력 : 2008.11.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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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최용민 기자@


"만족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중견배우도 중견이란 이름만 앞에 붙었을 뿐 배우다. 배우가 고정된 이미지에 만족한다는 건 열정을 잃은 것이다. 중견배우들의 겹치기 출연 논란도 어쩌면 같은 이미지만 선보여서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보여 그런 것이 아닐까."

새 드라마 MBC '하얀거짓말'의 제작발표회를 마치고 인터뷰 장소에 온 김해숙. SBS '조강지처클럽('조클')' 이후 이번 드라마를 위해 6㎏ 감량했다는 그는 몰라보게 날씬해졌다.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요즘 풀만 먹고 산다. 밥도 못 먹는다"며 다이어트 고생담을 들려줬다. 하지만 그 고생은 다 김해숙, 자신이 자처한 것이라니 누구에게 하소연할 길도 없다고.


"누가 내 나이에 살까지 빼면서 고생 하냐고 묻는데 배역을 보니까 살을 빼야겠단 생각을 했다. 옷만 바꾸고 말투에만 변화를 준다고 그 인물이 되는 게 아니다. 요즘 시청자들은 예리하다."

올해도 역시 쉼 없이 달린 김해숙. 그는 '무방비도시'에서는 소매치기 엄마로, 주간 시청률 순위 1위에 빛나는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조강지처 양순이로 분했다. 요즘에는 12월부터 방송할 '하얀거짓말'에서 장애아들에게 그릇된 모성애를 펼칠 억센 엄마로 등장할 예정이라 한창 캐릭터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 '배우'란 나이가 들어도 '백조'같이 살아야 한다.


올 초 영화 '무방비도시'로 김해숙은 제45회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 자리에서 김해숙은 "연기에 목말라하는 중견 연기자의 자긍심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뼈있는 소감을 남겨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때도 말했지만 생애 처음으로 대종상 수상을 하다니 너무 기뻤다. 작품은 젊은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연륜과 내공이 있는 중견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의 수상이 중견 배우들이 재발견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하지만 그는 도전하지 않는 중견배우들이 일부 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연륜과 경륜이 있다는 건 그만큼 책임도 있을 수 있다.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해 캐릭터를 연구하고 변신해야 할 수 있다. 배우는 그럴 때 존재감을 얻는 것이다. 나는 배우를 '백조'와 비교하고 싶다. 백조는 물 위에서는 우아해도 물 밑에서 팔딱거리며 발을 저어댄다. 그게 배우고 나이가 든다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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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최용민 기자@


◆ '무방비도시', 침을 흘린 지도 몰랐다.

김해숙은 영화 '무방비도시'에서 감방에 다녀 온 소매치기 강만옥 역을 맡아 형사 아들(김명민 분)에 대한 애틋한 모성애를 연기했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참 고생을 많이 했던 작품"이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밑바닥 인생인 강만옥을 보여주기 위해 추하게 머리를 자르고 매번 목에 빨갛게 모기 물린 자국을 그려 넣는 열의를 보여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소매치기 연습하다가 칼에 베기도 하고 수십 번 넘어지기도 했다. 정말 연습 끝나면 매번 뻗게 됐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촬영했을까 싶을 정도다. 특히 비 맞는 마지막 장면은 억수로 쏟아지는 비 때문에 앞도 안 보이는 데서 정말 정신없이 찍었다."

김해숙은 영화 시사회 때 완성된 작품을 볼 때까지 자신이 촬영할 때 침을 흘렸던 걸 몰랐던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침 흘린 걸 영화보고 알았는데 지저분하게 나왔더라. (웃음)전혀 몰랐다."

◆ '조강지처클럽', 웃다가 NG가 수도 없이 났다.

"'조강지처클럽'을 찍을 때는 수도 없이 NG가 났다. 내가 제일 많이 냈을 거다. 양순이 역이 너무 웃기고 함께 했던 배우들과 호흡도 잘 맞아 촬영장 분위기가 항상 웃음 바다였다."

김해숙은 '조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크게 웃었다. 그는 양순이 역을 하면서 진짜 아줌마들처럼 펑퍼짐한 옷을 입고 집에서 뒹굴다 작품이 끝나고 5㎏이 넘게 찌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방비도시'를 할 때 55㎏까지 나갔지만 '조클'을 하면서 61㎏까지 체중이 늘었다. 또 양순이로 1년을 살다보니 말도 거칠게 하고 천박하다. 가끔 양순이처럼 욕하면 집에서 두 딸들이 놀랄 정도다.(웃음)"

최근 김해숙은 KBS 1TV '수요기획-노장, 연기를 말하다'가 실시한 '네티즌이 뽑은 최고의 중견배우는 누구?'라는 설문조사에서 이순재, 나문희, 강부자, 신구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중견 배우들이 소외됐던 '연기대상', '대종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젊은 배우들과 함께 상을 받고 주조연에서 당당하게 주연으로 올라섰다. 끝으로 정신없이 달려 온 그이기에 휴식이 필요하지 않을지 물었다. "나는 연기를 하는 게 쉬는 것 같다. 벌써부터 새 작품에 대한 나의 연기를 생각하면 흥분되고 열정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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