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 전통혼례 재현 현장을 가다

[현장스케치]

문완식 기자 / 입력 : 2008.11.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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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를 앞두고 꽃가마 탄 나영희(왼쪽)와 목각 기러기를 든 서인석 <사진제공=SBS>


"맞절은 하지 않습니다."

박영수 프로듀서가 대본을 든 채 전통혼례전문가와 뭔가 상의하고 있다. 김광식(55) 한국전통혼례원장은 "혼례는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며 "신랑 신부가 맞절을 하지 않고 신랑은 양이니 1번, 신부는 음이니 2번 절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혼례에서 신랑 신부 맞절은 근대 이후에나 등장했다고 덧붙인다.


서울에 첫눈이 내린 지난 20일 오후. 종로구 계동 인촌 김성수(1891~1955, 고려대 설립자) 생가는 SBS 주말드라마 '가문의 영광'(극본 정지우ㆍ 연출 박영수) 제작진과 출연진으로 북적였다.

극 중 종손인 석호(서인석 분)가 영인(나영희 분)과 전통혼례를 올리는 장면 촬영을 위해 신구, 서인석, 나영희, 김성민, 연규진, 박시후, 윤정희 등 ‘가문의 영광’ 거의 모든 출연진이 나와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오전부터 현장에 나와 있던 신구는 극 중 장남의 결혼 앞에 추위도 있은 채 집안 어른 풍모를 유지한 채 말이 없다. 증손자 '동동이'만이 두 손을 다리 사이에 넣고 추운 건지 심심한 건지 연신 발만 동동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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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왼쪽)와 박시후 ⓒ홍봉진 기자 honggga@


이 날 혼례를 올리는 서인석은 손을 앞으로 하고 목각 기러기를 든 채 동선을 맞춰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전통혼례전문가는 기러기를 좀 더 몸 쪽에 밀착시키라고 주문한다.

서인석은 "살다보니 이런 경우도 생긴다. 기분 좋다"고 웃으며 결혼 소감(?)을 말한다. 그러나 이내 "연기라도 경건한 마음이 든다. 전통 혼례의 의미, 정신, 풍습 그리고 역사적인 유래를 알아가면서 하는 것은 처음이다. 알고 하니 내 마음도 엄숙해진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나도 결혼식에 많이 가보는데 요즘 결혼식은 장난스러운 면이 다소 있다. 혼례라는 게 가족을 이루는 첫 번째 단계인데 이렇게 하니 이혼을 함부로 하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통 혼례를 예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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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촬영장 <사진제공=SBS>


신부는 어떨까. 나영희는 리허설을 하면서 연신 "쑥스럽다"고 부끄러움을 탔다. 결혼식은 최근 종영한 '돌아온 뚝배기’에 이어 두 달 만이라는데 그녀도 전통혼례가 처음이긴 마찬가지다.

연지곤지를 찍고 족두리를 쓴 나영희는 “극 중에서 결혼은 꽤 해봤지만 연지곤지에 꽃가마는 처음이다. 자식들 결혼시킬 나이에 좀 쑥스럽다”고 늦은 나이에 꽃가마 타는 심정을 밝혔다.

‘가문의 영광’은 드라마 초반에도 극 중 증조할아버지의 장례 장면을 내보내며 한 회 전체를 전통장례로 채운 적이 있다. 그때도 한국한중앙연구원(구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전통장례전문가를 초빙해 하나, 하나 고증을 받아가며 촬영했다. 이 날 혼례는 전통혼례 전문가의 고증 아래 충청 이북지방 방식으로 치러졌다.

박영수 프로듀서는 “우리나라 드라마도 너무 재미만 추구하는 걸 지양할 때가 아닌가 한다”며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잊고 지내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의미도 있다”고 ‘전통문화재현’에 신경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있을 ‘가문의 영광’ 자녀들의 결혼식 또한 모두 전통혼례로 하겠다고 한다.

최종 리허설이 끝나고 촬영에 들어가려는 순간 그때까지 눈비를 뿌리며 흐렸던 하늘이 어느새 햇살을 비춘다. 서인석이 웃으며 한마디 한다. "장가 가려니 서광이 비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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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서인석 분)와 영인(나영희 분)의 전통혼례장면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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