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방향으로 '예스맨', '로스트', 'CSI 라스베가스', '위기의 주부들' <사진출처=해당 홈페이지> |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면 반갑고 신기하다. 특히 할리우드 작품 속에서 배우가 한국어를 구사한다면 더욱 그렇다.
최근 미국 영화와 드라마에 한국어가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어눌한 발음으로 한국어를 구사하는 배우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다음달 18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예스맨’에서 주인공 짐 캐리가 한국어를 구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모든 일에 부정적으로 일관하던 짐 캐리는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영화 예고편에서 그는 “제가 참 친한 친구 약혼녀인데 나를 굉장히 싫어해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한국어 학원에서 “청주 날씨는 어때요?”라는 문장을 따라 읽어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ABC방송 드라마 ‘로스트’에서도 한국어를 종종 들을 수 있다. 극중 한국인 부부로 출연하는 김윤진(썬 역)과 대니얼 대 킴(진 역)은 수시로 한국어를 주고받는다. 대니얼 대 킴은 어설픈 한국어 실력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시즌4-에피소드10에서는 샬롯 루이스와 꽤 오랫동안 한국어로 대화를 나눴다. 진이 한국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숨기는 샬롯을 추궁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두 배우의 어눌한 발음 탓에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뜻을 알아듣기 힘들다.
CBS방송 드라마 ‘두 남자와 2/1’에서는 엑스트라로 등장한 네일아트 숍 여자종업원의 걸쭉한 한국어 욕을 들을 수 있다. 한 여성이 아픈 아들과 전화통화를 하며 자신 역시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자 종업원은 “아~나 이거 재수 없네. 나 이 여자 발톱 하는 거 너무 싫어 진짜”라며 화를 낸다. 실제 한국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발음과 억양이 유창해 웃음을 자아낸다.
국내에서 방영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ABC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서도 한국어가 등장한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선교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목사와 브리 반 드 캠(마샤 크로스 분)이 차 안에서 단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 목사가 브리에게 한국어로 “난 너를 원해”라고 말하며 껴안자 브리는 강하게 거부한다. 관심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브리에게 목사는 “내려! 더러운 계집애 내려! 내려!”라며 분노한다. 한국어가 등장해 반갑긴 하지만 상황 설정이나 대사의 내용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미국 CBS 드라마 ‘CSI 라스베가스’에서는 길 그리섬(윌리암 L. 피터슨 분)반장의 단순 명료한 한국어 한 마디를 들을 수 있다. 라스베가스 도박장에 온 데니스 김(윌 윤 리 분) 일행을 수사하던 수사팀은 그에게 단서가 되는 신발을 벗어달라고 한다. “신발 벗어서 줘. 빨리! 어서!”라며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데니스 김에게 그리섬 반장은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로 맞받아친다.
2006년 개봉된 영화 ‘레이디 인 더 워터’에는 한국인 모녀가 등장한다. 한국 전래동화를 들려주며 비밀을 풀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모녀를 연기한 배우들은 실제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과 중국인이다. 때문에 한국어가 너무나 어색해 알아듣기 힘들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할리우드 작품 속에서 한국과 한국인이 부정적으로 그려진 적이 많았다. 한국어가 등장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한국인과 한국어의 위상도 재고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