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19세? 한국영화 등급판정 기준이 바뀐다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8.11.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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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등급판정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개별 장면에 성기가 노출되면 제한상영가를 판정 받거나 자진 삭제 또는 어둡게 색보정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6일 개봉한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신작 '중경'은 성기와 음모 노출 장면에도 제한상영가가 아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극중 왕 경관(허궈펑 분)이 여주인공 쑤이(궈쿼이 분)와의 정사에 앞서 장시간 성기를 노출하고, 쑤이의 아버지를 상대하는 매춘녀의 음모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2002년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가 제한상영가를 받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죽어도 좋아'는 구강성교와 성기노출 장면이 문제돼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영등위 관계자는 26일 "과거에는 한 장면에 등장하는 노출 등에 신경 썼지만 지금은 전체적인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해 판단한다"고 밝혔다.

영등위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대한 법률'(이하 영비법)에 의거, 전체 관람가,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제한상영가 등 5단계로 구분한다. 이 중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는 관할 관청에 등록을 마친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하다.


영등위 심의에 있어 가장 화제가 됐던 사건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 2002년 영화 '죽어도 좋아'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뒤 재심에서도 역시 제한상영가로 결정됐다.

당시 결정 이유는 7분간의 롱테이크 섹스 신 가운데 구강성교와 성기노출이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영등위가 제한상영가 등급 결정을 내린 것은 북한 영화 '동물의 쌍붙기'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영화인들은 이 장면이 성적충동을 자극하기보다 노인들의 쓸쓸한 삶과 소외된 성을 가식 없이 관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등급분류에 있어 구체적인 기준의 부재와 위원의 보수적인 성향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004년 천영세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영등위 위원 중 영상문화의 주된 수용 주체인 20대는 한 명도 없다. 심의위원 중에 20대가 포함돼 있다면 보다 완화된 등급을 적용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결국 '죽어도 좋아'는 세 차례 심의를 거치면서 문제가 된 장면을 색보정으로 어둡게 한 뒤 어렵게 '18세 관람가'(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2005년 중학생의 임신을 다룬 영화 '제니주노'도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 당시 제작사는 12세 관람가 등급을 기대하고 심의를 신청했지만 영등위에서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극중 중학생이 아이를 임신했다는 영화의 줄거리가 문제가 됐다.

특히 영화에는 직접적으로 성이나 출산에 관한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아 심의 기준에 주목이 됐다. '제니주노'는 영등위로부터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뒤 기획의도와 연출의도를 상세히 설명한 후 재심을 거쳐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12월 4일 개봉 예정인 '과속스캔들'은 당시와 지금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차태현 박보영 주연의 '과속스캔들'은 아버지가 중학교 3학년 때, 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이를 낳아 삼대를 구성한다는 소재의 코미디 영화다. '과속스캔들'은 12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극장상영 영화의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해 지난 7월 헌법불합치 판정을, 비디오물의 등급보류에 대해 사전 검열에 해당한다며 10월 말 위헌 결정을 각각 내린 바 있다.

이에 비해 영등위는 지금까지 18세 이상 성인이더라도 과도한 성적, 폭력적 묘사가 있을 경우 제한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는 제한상영가로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제한상영관이 한 곳도 없어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로 여겨졌다.

헌법재판소는 영비법에는 어떤 영화가 제한상영가 영화인지 규정되지 않아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제한과 관련된 사안을 영등위에 위임하고 있어 포괄위임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다.

이에 영등위는 지난 12일 열린 '영화 제한상영가 및 비디오 등급분류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기존의 제한상영가 등급을 폐지하고 19살 미만의 청소년이 관람할 수 없는 '등급외 영화'라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선보였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등급외 영화가 일반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도록 허용된다. 현실적으로 전용관에서만 운영될 수밖에 없던 영화에 유통이 사실상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관람불가 영화(18살 이상 관람가)와 등급외 영화(19살 이상 관람가) 사이의 차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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