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레인, 그들을 지탱하는 세가지 힘(인터뷰)

이수현 기자 / 입력 : 2008.11.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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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레인의 서상준(드럼), 주윤하(베이스), 안승준(보컬), 이해완(기타)(왼쪽부터) ⓒ송희진 기자 songhj@


최근 가요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아이돌도, 발라드도 아닌 '인디뮤직'이다. 그리고 보드카레인은 그 중심축 중 하나다. 준수한 네 명의 청년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지만 "인기를 체감하진 않는다"며 자신들은 인기인이라기보다는 이슈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인디음악이라고 하면 무작정 떠오르는 우중충함은 보드카레인과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인 타이틀곡 '100퍼센트'는 듣는 순간 미소 짓게 만드는 기분 좋은 힘을 가졌다. 무색무취무미의 보드카처럼 담담하지만 은근히 달아오르게 하는 음악을 하는 그룹 보드카레인을 만났다.


보드카레인, 스스로의 저력

보드카레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의식'이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밴드 생활인만큼 더 빨리 성과를 이루기 위해 뚜렷한 목표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생각해낸 방법은 '셀프 프로모션'. 곡을 만드는 작업뿐만 아니라 공연 무대 설치나 포스터, 앨범 아트워크까지 직접 해낼 수 있는 가내 수공업 같은 팀이 바로 보드카레인이다. 음악에 대한 자신감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한 번이라도 저희 공연을 보신 분들이라면 팬으로 만들 자신이 있어요. 하지만 이게 불리할 수도 있어요. 공연을 보러 온다는 건 굉장히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의미거든요. 저희는 공연을 할 때마다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는 편이에요. 카피곡도 했던 것들은 웬만하면 다시 안 하고. 그렇게 항상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게 저희의 경쟁력이에요."(주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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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준, 주윤하, 서상준, 이해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송희진 기자 songhj@


다양한 음악, 보드카레인 스타일

보드카레인은 현재 자신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코드가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슷한 형식의 음악에 질린 대중들이 새로운 음악을 찾아 나섰고 그 곳에 보드카레인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이번 앨범에서 추천하는 곡도 각자 다 달랐다. 비틀즈를 사랑하는 이해완은 트리뷰트 성격의 곡 '매직 미스터리 포'를, 안승준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장 잘 담긴 '지와타네호'와 '안녕, 사랑했던 사람들', 서상준은 앨범 안에서 조금 다른 색깔을 가진 '최종진술'을 꼽았다. 주윤하는 타이틀곡 '100퍼센트'를 애증의 곡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많은 시간을 고생해서 만든 곡이기 때문이다.

"저희 나름대로는 색깔을 정리한다고 한 앨범인데도 아직은 다른 팀에 비해서는 다양한 색깔이 담긴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게 계속 되다보면 '보드카레인 스타일'이 되겠죠. 비틀즈의 수많은 명곡들이 그냥 '비틀즈 스타일'이 된 것처럼요."(안승준)

인디밴드는 우리의 훈장

보드카레인이 생각하는 원래 인디음악의 의미는 남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음악이다. 하지만 이들은 기획사의 매니지먼트를 받게 된 지금도 스스로를 인디밴드라고 정의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보드카레인에게 인디신의 음악이라는 건 예술적 가치를 가진 생산력 있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드카레인에게 인디밴드라는 꼬리표는 훈장이다.

"사람들에게 인디밴드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하고 싶어 할 거란 편견이 있어요. 하지만 음악 하는 사람들은 모두 더 많은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어 해요. 그런 점에서는 구분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저희는 스스로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게 대견해요. 그래서 끝까지 이 정신을 갖고 가고 싶어요."(안승준)

"잔다르크는 아니더라도 실력 있는 그룹들이 가요계의 일정 부분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폭제가 되고 싶어요. 지금 이렇게 인디음악들이 주목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장규모에 있어서는 여전히 부족하거든요."(주윤하)

모든 뮤지션의 바람처럼 보드카레인 역시 대중들과 오래 호흡하는 밴드가 꿈이다. 이를 위해 주윤하는 "음반 시장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또한 한 곡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음악으로 평가받고 싶기 때문이다.

당분간 보드카레인은 다음달 27일과 28일 서울 홍대 클럽 쌤에서 열릴 어쿠스틱 공연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 공연에는 또 다른 인디뮤지션 장기하가 게스트로 출연한다. "록밴드가 하는 어쿠스틱 공연이지만 지금까지 많이 해온 작업인만큼 자신 있다"는 그들의 연말 공연이 기대된다. 이건 보드카레인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지만 그곳이 아니면 그들을 만나기 힘들다는 사실의 서글픈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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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준, 주윤하, 안승준, 이해완(왼쪽부터) ⓒ송희진 기자 song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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