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사진=홍봉진 기자 |
가수 이현우가 27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엘리제 홀에서 결혼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현우는 내년 2월 21일 13세 연하의 미술 전시 큐레이터 이 모 씨와 경기도 수원의 한 교회에서 백년가약을 맺는다. 이현우와의 일문일답.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갖게 된 소감은.
▶일단 굉장히 기쁘고 얼떨떨하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 두렵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실 거라 생각을 못해서 그런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비 신부는 왜 같이 안 왔나.
▶오늘 동행해서 여러분들께 인사드리는 게 예의지만 그 사람은 평생을 평범하게 조용히 살아온 사람이라 노출되고 알려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힘들어 한다. 제가 신랑 되는 입장에서 그 사람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혼자 나왔다.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하니 신부는 뭐라던가.
▶들어오기 전에 '시작했어?'라고 문자가 와 '지금 들어갈 테니 기도해줘'라고 보냈다. 그랬더니 '편하게 해, 파이팅' 이라고 답문자가 왔다. 힘이 된다. 오랫동안 인내해 주고 고통스럽게 이 순간을 기다려준 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 장인 장모께도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을 허락해 주신데 대해 감사하다.
-라디오에서 결혼을 발표했는데.
▶굉장히 이른 감이 있었다.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고 전체적인 상황을 말씀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결혼 소식이 전해져 팬들에도 알려야겠다 생각해 라디오 생방송을 하면서 '결혼 합니다, 축하해주세요' 하고 말하게 됐다.
-프러포즈는 어떻게 했나.
▶청혼은 했는데 프러포즈는 아직 못했다. 그래서 지금 멋진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여기서 프러포즈 계획을 밝혀버리면 그 친구가 알게 돼서 재미가 없어진다. 프러포즈를 잘못하면 평생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선배들에 들어, 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부와 어떻게 만났나.
▶지난해 일 때문에 처음 만났다. 제가 미술을 전공 했는데 그림을 좀 그리고 싶어서 전시 기획하는 분들께 계획을 말했었다. 당시 예술의 전당에서 한 미술 전시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이 전시를 총괄하시는 분이 제가 거기에 출품 하고 홍보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나보다. 그 친구(예비 신부)는 그 총괄하시던 분 그 밑에서 전시 기획 일을 하던 프리랜서였다.
그래서 저와 매니저, 그 친구와 상사분 등 4명이 첫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그 전날 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 상태가 안 좋았다. 그래서 그 사람이 전시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주는데 눈에 안 들어오더라. '빨리 해장국 먹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에 대충 듣고 '심각하게 고려해 보겠습니다' 말하고 일어났다. 그래서 첫 인상보다는 속이 쓰렸다는 기억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뭐 저런 게 다 있어. 아무리 연예인이지만 그렇게 불성실하게 답변하는 게 어딨냐'고 생각해서 기분 나쁘고 오기가 생겼다더라. 그래서 꼭 전시에 참여 시키겠다고 생각하고서는 1, 2주에 한 번씩 미팅을 했다.
그 일은 같이 못했는데 그 사람이 전시 기획을 계속 하니까 오기를 갖고 다음에도 참여하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계속 만나게 됐다. 계속 만나면서 열정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하다보니까 재미있기도 했다.
올 초부터는 어중간한 관계로 좀 가까워지긴 했는데 제가 나이도 있고 둘이 나이 차이도 많이 나서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면 바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친구도 자기 스스로는 꽉 찬 나이라고 생각해서 서로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가깝지만 어중간한 관계를 이어오다가 올 여름 지나갈 때 즈음 동네 꼬치집에서 같이 소주 한 잔 마시며 제가 청혼을 했다.
-결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과연 내가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친구와 만나면서 제가 밝아지고 지루한 일상이 의미가 있어지더라. 제가 하루는 굉장히 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지쳐있는데 같이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에 새벽에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평소 같았다면 맨발로 달려갈 텐데 그날은 가고 싶지 않고 그 사람 생각이 나더라. 그 때 '내가 이때까지 생각했던 감정과 다른 거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전화해서 '오랫동안 바닷가에서 표류하고 방황하던 나를 잡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 일이 많이 동요가 됐다. 이후 결혼하자고 했고 그 사람도 한다고 했다.
-신부는 어떤 사람인가.
▶전시 기획을 하는 사람이다. 미술 쪽을 공부를 했고 자신도 그림을 그린다.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프리랜서다. 저하고는 13세 차이가 난다. 건강미가 넘치는 스타일이다.
-첫 키스는 언제 어떻게 했나.
▶올 봄에 차 안에서 했다. 굉장히 달콤하고 천국이 있다면 이런 분위기일 거란 느낌이 들었다. 하기 전의 떨리고 두근거림이 더 기억에 남는다.
-애칭이 있다면.
▶그 친구는 주로 '자기'라는 표현을 쓴다. 저는 그냥 이름을 부르거나 '딸기'라고 부른다. 그 친구가 과일 중 딸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장모하고는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나나.
▶신부 보다는 적은 나이차다(웃음). 많이 존경한다. 제가 노출되는 삶을 살고 있고 나이 차도 있는데 장녀를 맡겨주셨다. 장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는데 그 점에 깊이 감사 드린다.
-장모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선물을 많이 드려야 될 것 같다. 제가 애교 부리는 성격이 아니다. 드라마 속 모습만 보고 제가 부드러울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무뚝뚝한 점이 있다. 애정표현도 힘들어 한다. 그래서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많이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장모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일단 멋지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을 허락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장인어른께도 감사드린다. 그 친구에게서 절대 눈물 한 방울 나지 않게 아름답게 예쁘게 잘 살겠다. 감사한다.
-'노총각 4인방' 중 가장 늦게 결혼하는 소감은.
▶이상한 소문도 많았다. 라디오에 사연 보내준 사람 중 한 사람이 '계속 결혼 안 해서 남자 좋아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4인방이 몰려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윤종신, 김현철, 윤종신 등 나머지 3명이 결혼하니까 잘 안 모이게 되더라. 멀어진 건 아니지만 상황이 저와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줄어들게 됐다.
서로 전화해서 '유모차가 있는데 성능이 예술이야' 이런 대화를 하는데 이전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저도 식을 올리고 나면 유부남들과 어울려야 할 거 같아서 결혼한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연락을 시작했다.
-2세 계획은.
▶서둘러야하지 않겠나. 아이를 굉장히 좋아한다. 저희 집이 2남 2녀인데 막내의 아이도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정신 못 차리는 삼촌으로 살아오며 조카들만 봐도 사랑스러운데, 제 아이라면 더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빨리 아이를 만들고 싶다. 아이를 낳게 되면 적어도 2명 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결혼식은 공개로 하나.
▶이 친구가 낯을 많이 가리고 노출되는 것에는 익숙지 않아 비공개로 할 예정이다. 그 점에 대해선 양해해 달라. 수원에 있는 한 교회에서 조촐하게 올릴 생각이다. 많이 축복해 달라.
-팬들에게 한 마디.
▶제가 92년에 데뷔해서 굉장히 오랫동안 연예계에 몸담고 있었다. 그 분들의 관심 때문에 제가 있을 수 있었다. 깊이 감사드린다. 결혼 소식을 전한 바로 다음날 라디오 프로그램 하는데 팬 분들이 오셔서 꽃다발을 주시더라. 축하한다고 하는데 울컥 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린다. 이제 같이 나이 들어가니까 재미있게 알콩달콩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면서 크게 실수하지 않고 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예비 신부에게 한 마디 한다면.
▶사랑해. 참, 요즘 인터넷 악플(악성 댓글) 때문에 상처 받는 사람들도 많은데 저는 일생을 똑바로 산 사람이 못되기 때문에 욕을 먹어도 관계 없지만 아주 평범하게 조용히 살아온 신부에 대한 욕은 자제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작은 말 한마디가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