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영화는 영화다' '미인도' '아내가 결혼했다' <사진출처=영화스틸> |
2008 한국영화는 허리영화가 실종된 채 블록버스터 영화와 작은 영화들이 강세를 보였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은 송강호, 이병헌 주연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놈놈놈'은 703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이외에 500만 관객들 동원한 '추격자', '강철중 : 공공의 적 1-1'(420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400만), '신기전'(375만)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들 영화의 대부분은 제작비가 100억이 넘는 블록버스터 영화다. 올해 한국영화는 투자수익성의 불균형에 의한 투자 심리 약화로 제작비 100억 정도의 블록버스터 급이나 10억 정도의 소규모 영화만이 제작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놈놈놈'과 6억 5000여만원이 투입된 '영화는 영화다'가 가장 좋은 비교다.
배우 김수로는 지난 9월 개봉한 '울학교이티' 제작보고회에서 "불황이 깊어질수록 작품 수가 줄어들 것이다. 이번 영화가 잘 안되면 나를 안 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한국영화의 허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는 영화다'는 배우들의 이 같은 시선이 실천으로 옮겨진 케이스다. 소지섭, 강지환 등의 출연 배우들은 출연료를 대폭 낮췄고 영화 개봉 후 결과에 따라 수익을 배분 받기로 했다. '러닝 개런티'를 통해 제작사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올해는 '영화는 영화다' 이외에 '고사-피의 중간고사' '미쓰 홍당무' 등의 영화들이 작은 영화의 힘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해 극장가는 허리 영화들이 실종돼 아쉬움을 더했다. 올해 한국영화가 블록버스터만 고집했던 것은 아니었다. 코믹을 내세운 '걸스카우트', 이색 스릴러 '더 게임', 시대와 코믹을 뒤섞은 '원스 어폰 어 타임', 멜로를 내세운 '6년째 연애 중' 등이 다양성을 내세웠지만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여기에 흥행을 예상했던 '고고70' '모던보이' 등의 실패는 영화계의 불황을 심각하게 깨닫게 했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성공하는 것보다 허리 영화 몇 편이 성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록버스터 영화만이 제작이 된다면 상대적으로 허리 영화들이 제작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보통 블록버스터 영화는 전국 5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돼 어느 정도 이상의 관객동원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블록버스터 영화와 함께 개봉하는 허리 영화는 상대적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작은 영화들은 소규모, 롱런 개봉을 통해 수익창출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허리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 허리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와 '미인도'가 각각 170만 넘게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각각 이중결혼이란 파격적인 소재와 수위 높은 베드신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새롭게 엿봤다고 할 수 있다.
2009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 봉준호 감독의 '마더',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등 한국영화의 스타급 감독들이 돌아온다. 한국영화의 활성화와 더불어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