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 조진웅 "메이저를 지향하는 마이너 배우"(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12.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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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송희진 기자


이름보다 배역보다 장면으로 기억되는 배우가 있다. 아직 사람들에 얼굴은 채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장면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배우. 조진웅은 그런 배우다.

‘비열한 거리’에 조인성 곁을 지키는 순둥이 조폭, ‘폭력서클’에선 정경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믿음직한 친구로, ‘마이 뉴 파트너’에선 조한선을 지키는 동생으로. 조진웅은 늘 주인공 곁을 지키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병풍에 그치지 않고 때로는 사자처럼 포효하고 더러는 솔개처럼 낮게 날아 먹이를 채갔다.


그가 ‘달콤한 거짓말’에서 조한선의 경찰 친구로, ‘쌍화점’에 왕비인 송지효의 오빠로 등장하는 건 단지 덩치가 크고 인상이 강하는 것만으론 불가능했다. 조진웅이 임순례 감독의 인권 영화 ‘날아라 펭귄’에까지 이름을 올린 것은 이 배우가 감독에 사랑받는 무엇인가를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진웅은 입시를 앞둔 스무살 무렵 처음으로 연기와 만났다. 단지 부산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싶단 이유로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지원했고, 그 길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송강호 김윤석 등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그들이 따라주는 소주 한 잔에 황송해했다. 그랬던 조진웅은 이제 같은 무대에 오를 자격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 자격은 그가 피눈물로 얻어낸 결과였다.

조진웅과 연기는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우연히 대학에 들어갔고, 영화마저 우연히 출연하게 됐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군대 고참이 ‘말죽거리 잔혹사’ 스태프라며 오디션이나 보라는 소리에 덜컥 응모, 그렇게 영화에 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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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송희진 기자


“유하가 누구냐”고 할 정도로 영화를 몰랐다는 그는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 소품처럼 소모되는 현실이 못 견디게 싫었다. 서울시립극단 등에서 연기를 하던 그에게 병풍 그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현실은 영화에 대한 회의를 갖게 했다.

하지만 대학 동기였던 안권태 감독이 ‘우리형’에서 저능아 역을 맡기면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진짜 재미를 느끼게 됐다. 조진웅은 “서울에 있는 연극영화과는 쉬는 시간에 오디션을 보지만 우리는 누가 오디션 본다고 하면 부산역까지 배웅을 나온다. ‘우리형’에 합격하고 내려가자 모두들 이미 알고 기뻐해줬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우리형’ 이후 영화배우가 된 줄 알았다. 자신의 연기를 세상이 인정할 줄 알았다. 작은 오만이 산산이 부서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진웅은 ‘야수’와 ‘강적’ ‘비열한 거리’ ‘폭력서클’ 등을 하면서 카메라 너머의 관객을 느끼고 연기하는 법을 배웠다. ‘마이 뉴 파트너’에서 함께 한 대선배 안성기에게서 겸손함을 배웠다.

조진웅은 “헤쳐 나갈 수 있는 난관만 준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제는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론 “어느 쪽 식구였냐”고 조폭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때론 그냥 단역처럼 소비되기도 한다. 그래도 조진웅은 “내게 로미오 역을 주지는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웃기지 못하면 사자밥이 되는 광대의 마음을 가슴에 새겼다. 그가 한 때 몸담았던 연극단체 이름 역시 광대에서 따랐다. ‘쌍화점’에서 수많은 꽃미남들 틈에서 어리숙한 그가 눈에 띄는 것은 죽지 않으려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조진웅은 “메이저를 지향하는 마니아 배우”라고 스스로를 정의한다. 그러면서도 김윤석의 수상 소감을 보고 “언젠가는 나도”라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서로 다른 욕심이 공존하는 그이기에 언젠가는 시상식에서 포효할 것 같다. “나는 광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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