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미녀는 괴로워' '과속스캔들' '어린신부'. |
흥얼흥얼 아니면 콩닥콩닥. 그랬다. '미녀는 괴로워'를 본 후 극장문을 나서면서는 "마리~~아"를 흥얼거렸고, '어린신부'를 본 후에는 "난 아직 사랑을 몰라"를 따라불렀다. 영화속 여배우들의 노래는 그만큼 중독성이 강했다. '과속스캔들'의 아역 왕석현의 극중 대사투를 빌리자면, 여배우가 노래 부른 영화 "좀 됩디다". 물론 탄탄한 드라마와 간간히 터져나온 웃음, 그리고 영화 막판의 감동이 한 데 버무려진 덕분이지만.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주연의 '과속스캔들'(감독 강형철)은 이런 감흥을 잇는 또 하나의 출세작이다. 작정하고 아버지(차태현) 찾아나선 미혼모 '황정남' 박보영, 차림새는 극중 지적대로 "시골에서 막 올라온" 모습. 고1때 애까지 낳은 상황에 아버지의 문전박대가 이어진 상황이고 보니, 그녀에 대한 선입견은 뻔했다. 한마디로 "아무도 기대 안해".
그러나 이때 라디오 DJ인 아버지 앞에서 처음엔 쭈뼛쭈뼛, 나중엔 보란 듯이 불러제낀 그 노래 '아마도 그건'. 라디오 PD와 작가, 차태현은 물론 보는 관객까지 쩌릿했다. 그리고 이런 쩌릿함을 느낀 사람들이 벌써 400만명이다. 이 노래가 박보영이 직접 부른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노래만 잘 부른다고 영화가 100% 다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는 거다. 성공한 노래는 역시 촘촘히 짜여진 영화, 찬찬한 디테일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과속스캔들'처럼 입소문 대박 영화의 표준작 '미녀는 괴로워'(감독 김용화) 역시 김아중의 '마리아'를 한국 영화사에 깊게 새겼다. 상황은 황정남과 엇비슷했다. 뚱뚱한 추녀의 모습에 숨어서 노래 부르던 그녀, 마침내 성형미인이 돼 무대에 섰다. 그리곤 영화 막판 그때까지 감질나게만 들려줬던 '마리아'를 폭발하듯이 내질렀다. '마리아 아베 마리아~ 거친 파도 따윈 상관없이~'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만약 힘들었던 김아중의 과거에 대한 충분한 묘사없이, 또한 영화 끝나갈 무렵의 '예정된' 위기없이, 처음부터 잘 생긴 그녀가 '마리아'를 불렀더라면? 김아중의 폭발한 가창력도 높이 살 만하지만, 이 노래에 담아 분출해버린 그녀의 속상했던 과거, 한 남자(주진모)에 대한 주저주저했던 그녀의 가슴 답답했던 사랑의 폭발에 600만명이 넘는 관객이 공감했던 게 아닐까.
2004년작 '어린 신부'(감독 김호준)는 좀 다른 각도에서 문근영이라는 여배우의 노래를 히트시켰다. 박보영이나 김아중과는 다르게 문근영은(어린 신부가 힘들긴 하지만) 아주 센 '깜찍함'의 힘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배우 문근영이 태어난 다음해 나왔던 이지연의 노래 '난 아직 사랑을 몰라'를, 문근영이 노래방을 '방방' 날아다니면서 부른 이 장면은 문근영의 '어린 신부'다움을 만방에 알린 히트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