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Mnet '스트리트 사운드 테이크 원'의 최재윤PD ⓒ홍봉진 기자 honggga@ |
지난 8월 7일 음악전문 케이블채널 Mnet이 신기한 프로그램을 하나 내놨다. 이름은 '스트리트 사운드 테이크 원'. 스튜디오나 무대가 아닌 장소에서 만나는 가수들의 색다른 라이브를 담은 이 프로그램은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켜줬다.
정재형, 엄정화부터 플럭서스 뮤직 소속 가수들까지 14번의 방송에서 보여준 참신하고 다양한 포맷들은 가요팬들의 입소문을 탔고 마침내 수많은 가수들이 인터뷰에서 "꼭 한 번 출연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꼽는 방송이 됐다.
'도대체 이런 방송은 누가 만드는 거야'라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추진한 최재윤 PD와의 인터뷰.
알고 보니 그는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선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연출자였다. '아이 엠 어 모델 시즌 3', '미려는 괴로워', '오프 더 레코드 효리'에서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던 2008 Mnet KM 뮤직페스티벌 특별 무대 중 이효리와 빅뱅 탑의 키스신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프로그램 중 화제가 되지 않은 것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미처 끄집어내지 못하거나 할 수 있는 데 안했던 걸 하는 것뿐이에요."
그렇게 말하기에는 '스트리트 사운드 테이크 원'만 봐도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구성을 자유자재로 선보여 왔던 그다. 매번 색다른 콘셉트로 방송을 꾸미기 힘들지 않았을까.
"힘들었던 건 출연자들에게 기타 하나만 들고 오게 해서 노래하게 하는 거였어요. 우리 방송의 자유분방한 점이 마음에 들어서 출연하겠다고 찾아오지만 정작 자기 방송 이야기를 하면 콘서트처럼 스태프를 다 갖춰놓고 하려고 하거든요. 그걸 절충하는 게 힘들었죠."
단 한 방송을 제외하고는 동시녹음이라는 엄청난 작업을 해낸 최 PD는 인터뷰 내내 촬영하면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렇다면 이런 프로그램은 도대체 왜 시작하게 된 걸까.
"음악 방송에는 활동을 시작한 가수들이 홍보하는 부분도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4년 전부터 '우리 프로그램'에만 있는 클립을 갖고 싶었죠. 노래하는 부분만 잘라서 봤을 때 뮤직비디오가 될 정도로 색다른 클립이요."
케이블채널 Mnet '스트리트 사운드 테이크 원'의 최재윤PD ⓒ홍봉진 기자 honggga@ |
수많은 가수들이 스스로 출연하겠다고 나서게 만든 '스트리트 사운드 테이크 원'의 매력은 뭘까. 최 PD는 "사실 되게 많은 사람들이 저랑 일하고 싶어해요"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니 이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저는 제가 찍은 가수들이 멋있게 보이면 좋겠고 또 실제로 멋있어 보이나 봐요. 그래서 가수들이 자기들도 그렇게 멋있게 나오고 싶어서 그렇겠죠. 출연하겠다는 사람들이 고마워요. 그래서 더 잘해주려고 하고요. 그런데 인위적으로 멋있게 하는 건 싫어요. 중요한 건 저절로 우러나오는 멋이죠."
사실 출연한 가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소위 '음악 좀 듣는다' 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TV만 켜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수들도 자주 출연했다. 최재윤 PD는 여기에 대해 "쉽게 말해 섭외의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런 사람이 나오는 것'이라고 정해져버리면 정해진 사람만 보게 되잖아요. 규정짓는 게 싫었어요. 그리고 사실 제 프로그램에 나왔던 신혜성이나 브라운아이드걸스는 평가절하 되어 있는 부분이 많은 가수들이었고요."
'어느 가수와 찍은 방송이 제일 기억에 남냐'는 질문에 최 PD는 "하나하나 다 소중하기 때문에 이야기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대신 그는 촬영 에피소드를 모아서 책을 낼 생각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빽가가 무보수로 촬영해준 사진들도 실어서.
안타까운 건 이 프로그램을 당분간은 볼 수 없다는 것. '스트리트 사운드 테이크 원'은 지난해 12월 19일 14회 방송으로 시즌 1을 마쳤다. 그리고 시즌 2의 방송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시판에는 시즌 2 방송을 바라는 팬들의 글들이 방송이 끝난 후에도 지금까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시즌 2를 찍게 된다면 누구와 함께 방송을 만들어보고 싶을까 물었더니 굵직굵직한 가수들 이야기를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 많은 가수들이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 1순위가 거짓말은 아니었나 보다.
"태양이가 꼭 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빅뱅? 비도 하고 싶다고는 했는데 걔는 스케줄이 중요하잖아요. 사실 플라멩코 추는 비를 찍어보고 싶어서 장소도 다 골라놨어요. 심수봉과 이수영이 같이 기타치고 노래하면서 떠나는 여행도 멋있지 않을까요."
케이블채널 Mnet '스트리트 사운드 테이크 원'의 최재윤PD ⓒ홍봉진 기자 honggg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