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SBS '일요일이 좋다'의 코너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 연출 장혁재)의 대본이 공개돼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상당수 시청자들은 리얼 프로그램하면 대본 없이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출연자들의 애드리브로 프로그램이 이뤄질 거라 생각한다. 이에 갑작스레 공개된 '패떴'의 대본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할 만하다.
하지만 '리얼'을 표방한 그 어떤 프로그램도 대본이 없을 수 없다. 다만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 차이가 있다면 기존 프로그램들은 대본에 따라 움직이고, 리얼 프로그램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 방송사 예능국 관계자는 "리얼 프로그램에도 대본이 당연이 존재한다"며 "대본이 필요 없다면 왜 작가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리얼 프로그램의 경우 대본이 참고 수준일 뿐, 100%로 대본에 따라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번에 공개된 '패떴'의 대본은 출연진들의 행동과 반응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적혀 있다. 이는 이번에 공개된 대본이 3회분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작 초기인 만큼 출연진 간 친분이 별로 없는 상태라 제작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패떴'의 연출자인 장혁재 PD는 "공개된 대본은 3회 때의 것으로, 당시에는 출연자들이 그리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본이 자세했다"며 "대본을 통해 이렇게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출연자들에게 전달했던 것이지만, 그 때도 실제 상황에서는 대본처럼 진행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대본은 이번에 공개된 대본과 많이 다르다. 별도의 코멘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출연자들끼리 자유로운 애드리브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리얼 버라이어티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스타 본연의 모습과 예상치 못한 의외성이 주는 웃음 때문이다. 이는 작의적으로 꾸미려 해도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에 공개된 대본만으로 그간 '패떴'이 준 웃음이 작의적이었다고만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최근 기자와 만난 '패떴'의 남승용 CP는 말했다. "이천희와 이효리가 밤을 따러 갔을 때, 이효리가 무릎을 꿇고 이천희가 이효리 등을 밟고 올라가 밤을 땄다"며 "일부러 여자 연예인에게 시켜도 나올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더 웃을 수 있었다. 이런 장면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매력"이라고.
리얼 버라이어티도 대본이 필요하다. 어떤 분위기로 프로그램을 이끌 것인가에 대한 제작진의 의도가 출연자 및 MC에게 전달돼야 한다. 이번 논란을 지켜본 상당수 예능 PD들은 "대본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도, 대본대로 진행되는 리얼 버라이어티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