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이 머리만 좋은 MC냐고?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9.01.06 10:14
  • 글자크기조절
image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역시 너는 000 하나 만큼은 최고야'라는 평가를 들어본 적 있는가? 그것이 전교1, 2등하는 성적이건, 100m 달리기 1등실력이건, 위 아래로 몇 옥타브 오르내리는 노래 실력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아니, 꼭 이렇게 남들에게 멋지게 보이는 종목이 아니어도 된다. 오락실에서 어떤 게임을 하든 손가락 안 보일 정도로 날아다니는 게임 실력이어도, 온 동네 아이들 구슬이란 구슬은 다 끌어모으는 구슬치기 실력이어도, 심지어 밤새도록 말술을 퍼마셔도 끄덕없는 술 실력이어도 좋다. 큰 것부터 아주 사사로운 것까지 다 따져본다면, 아마도 여러분 모두들 '역시 000 하나만큼은 네가 최고야'라는 평가를 들어보셨을 것이다.


이는 방송가에서도 그렇다. 제작을 맡는 연출이나 작가들도 얼핏 보면 똑같아보여도 누구는 아이디어가 많고, 누구는 편집을 잘 하고, 누구는 글을 잘 쓰고, 누구는 섭외를 잘 하고 등등 제각각 장점이 다 다르다. 이것이 또 제작진만의 일일까? 아니다. 연예인들 역시 그러하단 말씀. 자, 코미디언이요, MC인 서경석, 이 사람 또한 그렇다. 그렇담 뭐가 그렇단 것일까? 지금부터 꼼꼼히 살펴보겠다.

얼마 전 동료 작가로부터 서경석에 대한 이런 평가를 들었다. '우리 MC 서경석 오빠있잖아. 함께 일하면서 느낀 건데, 역시 머리 하나는 최고야. 머리 진짜 좋은 거 같아'라고 말이다. 그녀의 얘기에 웃으며 대꾸했다. '그렇겠지. 서울대 출신이잖아. 당연히 머리 좋겠지. 그런데, 왜 머리가 좋다고 느낀건데?'

내 질문에 이어지는 대답은 이랬다. 서경석이 잠깐이었지만, 모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했었을 때 일이다. 그 당시 첫 녹화를 하면서 그의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바로 알 수 있었다고. 동료 작가는 오랫동안 유명한 퀴즈 프로그램을 해왔기 때문에, 퀴즈 MC의 어려운 점과 퀴즈 MC로서 꼭 갖고 있어야할 점 등등을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서경석과 다른 퀴즈 프로그램에서 만났고, 첫 회 때 그의 퀴즈 진행 솜씨를 보며 감탄을 했다는 것이다.


퀴즈 프로그램은 기본 대본이 있긴 하지만, 모든 걸 다 짜고 들어갈 수 없다. 퀴즈란 것 자체가 누가 정답을 맞히냐, 못맞히냐를 미리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퀴즈 MC는 진행하는 동안 끝까지 긴장해야만 한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프로그램 중간중간마다 퀴즈를 풀고 있는 사람에게 '당신은 지금 몇 문제를 맞혔고, 다음 문제를 맞히게 되면 00하는 상황이 되고, 만약 못맞히면 00하는 결과가 됩니다'라고 끊임없이 짚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퀴즈 작가로 일했던 그 작가에 의하면, 정말 진행을 잘하는 MC들도 퀴즈 프로그램을 처음 녹화할 땐 꼼꼼히 모든 부분을 짚어주는 걸 놓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경석은 첫 회부터 남달랐다고 한다. 퀴즈 진행방식의 매 단계를 모두 좌르르 꿰고 있었으며, 퀴즈를 맞히는 사람에게 문제를 맞히냐, 못맞히냐에 따라 어떤 변수가 생길지를 쉬지 않고 주지시키며 진행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긴장감까지 더욱 고조시키는 쫀쫀한 진행이 될 수밖에. 그래서, 저절로 '서경석은 역시 머리가 좋아'라는 감탄사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그렇담 서경석이 단순히 머리만 좋은 것만 믿고 사는 사람이냐? 그건 아니란 말씀. 단순히 머리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농땡이 피우는 사람이 아니라, 그 프로그램 기획 회의 때마다 자주 참석해서 제작진과 회의를 하는 노력까지 보여줬다는 것이다. 비교 포인트로 말씀드리자면, 모든 MC들이 그처럼 프로그램 기획 회의 때 참석하는 건 아니란 사실.

자, 여기까지 살펴 보고나서, 서경석이란 사람이 어떻게 느껴지는가? '역시 머리 좋은 게 사실이었어'라고? 아님, '어라? 보기랑 다르게 노력하는 사람이잖아?'라고? 아님, '뭐 그 정도 머리가 있으니까 공부를 잘했겠지?'라고? 아님, 이 밖의 등등 다른 평가를 하는가? 뭐, 어떻게 느껴지든 그건 여러분의 자유고 여러분의 몫이다. 다만 내 동료 작가에겐 프로그램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 MC였단 사실이다.

노력한다고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노력했다는 걸 기억하시라.

<이수연 방송작가>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