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운명'으로 본 드라마 법칙‥뜨는 드라마엔 꼭 있다?!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9.01.0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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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당신답지 않아요", "대체 나다운 게 뭔데요?"

드라마를 보다보면 순간 같이 감정 이입을 하고 즉석연기를 펼치게 될 만큼 익숙한 상황들이 있다. '저게 없인 드라마가 없을까' 싶을 만큼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들, 개그로 희화화될 만큼 널리 통용되지만 그래도 또 집중하고 빠져들게 한다.


KBS 1TV 일일극 '너는 내운명'이 9일 178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이래저래 말도 많았지만 통속적인 것이 오히려 더 매력으로 평 받았던 '너는 내운명', 이 작품을 통해 뜨는 드라마의 법칙을 살펴봤다.

"이럴 거면 날 왜 버렸어요" 출생의 비밀

"아줌마가 정말 모든 것 해줄 수 있어요? 그럼 나한테 다시 시간을 돌려줘요. 20년 전 과거로 돌아가서 날 버리지 말아요. 나 혼자 울었던 20년 동안의 설움, 외로움, 생활고 속에서 살지 않게 해달라고요."


익숙한 상황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우연히 한 여인이 내 친모라는 소리를 듣게 된 후 모두가 놀라 뒤로 넘어갈 상황에 슬그머니 등장 "아줌마가 내 엄마예요?"라고 묻는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주인공을 달래는데 주인공은 어찌해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울분을 삭히지 못한다.

한 여인, 주인공이라는 단어에 참 많은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너는 내운명' 속에서는 미옥(유혜리 분)과 새벽(윤아 분)이 그랬다.

거부하는 딸 새벽에 미옥은 "우리 딸이 여기 있는데 내가 어딜 가니! 내가 니 옆에 있어야 네가 날 미워하든 벌을 주든 지난 시간 죄 갚음 할 것 아냐"라고 말한다. 주로 잔뜩 기가 죽어 눈물로 호소하던 상황 대신 뻔뻔하리만큼 당당하게 주장했던 것 외에는 익숙한 대사다. 엄마라 인정할 수 없다고 주변의 쓴 소리까지 들어가며 고집을 피우지만 결국 무너져버리고 마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백혈병, 교통사고, 유산‥아프다, 또 아프다

"그동안 다른 증상 같은 거 없었어?" 의사의 한 마디에 '설마'하는 두 글자가 머리를 채운다. "백혈병"이라는 한 마디에 '역시나'라는 세 글자만이 맴돈다.

드라마 등장인물은 참 많이도 아프다. 병이 생길 확률이 언제 그렇게 높았던지 여기서도 저기서도 희귀병, 난치병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발병 한지 얼마 안 돼 곧 죽을 상황에 이르거나 아무렇지 않게 뚝딱 털고 일어서기도 한다.

각막 이식을 받으며 새롭게 시작했던 새벽의 삶, 그 종지부를 찍는 순간까지 '너는 내운명' 역시 참 많이도 아팠다. 드라마 초기 새벽의 안구이식,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나영(김효서 분)에서부터 시작해 최근 시어머니(양금석 분), 친어머니의 백혈병 투병과 유산까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의사라는 직업이 극중에서 배제된 후에도 병원과는 멀어지지 않았다.

"유감입니다"라는 의사의 무거운 목소리가 참으로 익숙하다. 누군가 아파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그래야만 그에 대한 사랑을 깨달을 수 있기라도 하듯 작던 크던 꼭 한 번씩 병석에 눕는다. 안 그래도 골치 아픈 세상, 흰 벽과 하얀 병원 침대가 특히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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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두고 보지 만은 않겠어...'복수는 드라마의 힘'

"그러니깐 이제 저 사죄하는 맘으로 내 딸 위해 살려구요. 이제 내 딸 절대 기 안 죽이며 살 거예요. 제가 다 해 줄 거예요", "대책을 세워야해 수진이 힘든 꼴 절대 못 봐"

극중 미옥은 이를 갈며 자신의 딸인 수진, 즉 새벽을 위해 복수할 방법을 골몰한다. 새벽을 구박하는 시어머니 등이 미워 시댁에서 운영하는 그룹인 로하스를 무너뜨리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기도 하고 뻔뻔하리만큼 당당하게 새벽의 시어머니를 찾아가 소리친다.

최근 KBS 일일극과 SBS 일일극이 인기를 모으며 높은 시청률을 구사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라는 말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팽팽한 긴장감이 극 전반을 수놓고 있다.

그 긴장감을 일으키는 공통점 중의 하나가 바로 복수다. KBS 일일극은 '너는 내운명'은 주 소재는 아니지만 딸을 위한 엄마의 복수중 자잘한 복수들이 극 여기저기서 활약했다.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의 경우에는 아예 복수가 극의 전반에 나와 있다.

복수는 욕하면서도 보는 재미와 대리만족을 통한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모두 충족해준다. 드라마의 내용에 집중하는 사람과 머리 비우고 보는 사람 모두에게 보는 재미, 즐기는 재미를 제공한다. 복수극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뽕실'씨의 양념 같은 귀여운 '불륜'

귀여운 '뽕실' 여사(극중 홍연실, 이혜숙 분)가 가벼운 불륜에 춤바람까지 속속들이 바람이 들었다. 한 때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며 펄쩍 뛰던 그녀가 남편, 자식 다 필요 없다며 해외로 떠나겠다고 까지 했다.

보통 불륜은 보다보면 울컥 치미는 반 울화병 증상을 겪게 한다. 당하는 입장에 선 사람에게 100% 감정 이입을 한 채 보다보면 다음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게 된다.

'너는 내운명'에도 불륜 코드는 빠지지 않았다. 다만 이를 한 번 비틀어 울화통이 아닌 웃음주머니로 만들었음이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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