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작 피할수없는 왜색 논란.. '꽃보다 남자'도

전예진 기자 / 입력 : 2009.01.1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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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 는 일본 태생이다. 카미오 요코가 탄생시킨 인기 원작만화 ‘꽃남’은 이제 다양한 국적을 취득했다. 1992년 일본 만화잡지 ‘마가렛’에 연재된 이후 일본 대만에서 4편의 드라마와 2편의 영화, 1편의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났다.

다양한 변주를 거칠 때마다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 덕분에 ‘꽃남’은 국경을 넘어 17년간 흥행불패신화를 일궜다. 탄탄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공통적인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 상륙한 ‘꽃남’은 아직 ‘시차적응’ 중인 듯하다. 일본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꽃남’에는 일본의 피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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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2TV '꽃보다 남자'의 한 장면



지난 5일 첫 방송된 ‘꽃남’은 현재 4회까지 진행된 상태다. 단숨에 시청률 20%를 돌파한 폭발적인 인기를 반영하듯, 이 드라마에는 연일 시청자의 비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일본 원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1회에서는 학생들이 여주인공 금잔디(구혜선 분)에게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퍼붓는 장면이 논란이 됐고, 13일 4회에서는 물풍선을 던지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자전거를 불태우는 등 집단폭행 장면이 다시 등장했다. 이는 일본의 이지메(イジメ·집단 괴롭힘) 문화를 여과 없이 내보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시청자는 해당프로그램 시청자소감 게시판에 “우리는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다”라는 글을 올리고 “여기가 일본인가? 아니면 우리 한민족이 일본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무차별적인 괴롭힘을 노골적으로 촬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드라마를 방영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교복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적 발상이 지나치다””일본 냄새가 많이 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원작이 일본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두둔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아쉬운 목소리는 계속됐다.

다른 네티즌은 “한국적으로 리메이크를 했으면 좋겠다. 일본의 복사품이 아닌 참신한 드라마를 원한다””한국판은 감정 부분이 더 절절하면서도 재밌고 유쾌한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같은 ‘왜색 ‘ 논란 지적에 대해 ‘꽃남 ‘ 제작 관계자는 “원작에 충실하자는 기본 방침을 고수하면서 각색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토마토 대신 물풍선을 집어던지는 등 집단폭행 장면도 원작보다 많이 순화시킨 것이며, 원작에서 와인도 주스로 대체하는 등 국내 정서에 맞도록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또 “무조건 일본 코드를 차용한 것은 아니다“며 “여주인공이 일본떡 경단집 대신 한국전통 죽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극중 김범(소이정 역)이 일본 전통다도를 승계하는 집안에서 도예가 집안으로, 김현중(윤지후 역)의 집은 경주 소재 한옥 호텔을 배경으로 삼아 한국적 색깔을 입혔다“고 강조했다.

◇ 일본원작 드라마의 피할 수 없는 숙명, ‘왜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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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아이엠샘'(왼쪽)과 '연애시대'


일본만화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그동안 ‘왜색’ 논란에 시달려 왔다. 대표적인 예로는 KBS2TV 드라마 ‘아이엠샘’과 SBS 드라마 ‘연애시대’가 있다.

2007년 8월 일본만화 ‘교과서엔 없어’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아이엠샘’은 극중 학교의 모습이 일본 드라마 학원물과 지나치게 흡사해 지적을 받았다.

주인공 박민영을 비롯한 극중 여고생들이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고 나왔고, 교복도 일본 시뮬레이션 게임 ‘셔플’ 속 의상과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갈색 조끼의 세일러 교복에 가슴 앞부분의 노란색 큰 리본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것이었다.

탄탄한 구성과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SBS 드라마 `연애시대’도 한때 ‘일본 음식 논란’에 휘말렸다. 노자와 히사시의 소설 '연애시대'가 원작인 이 드라마는 일본 음식이 자주 등장시켰다.

초밥, 카레, 생선회, 돈가스, 우동 등 일본식 음식을 먹는 장면이 자주 비쳐졌다. 시청자들은 “일본식 냄비 접시 등 다 일본풍이다“며 “일부러라도 우리 음식과 문화를 넣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 드라마들은 담백하고 서정적인 일본원작을 바탕으로 시청자의 기대를 모았지만 우리의 현실에 맞게 각색, 한국적 정서를 드러내는데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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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색 논란이 됐던 드라마 '아이엠샘'의 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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