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남' 민영원 "내 인생 진짜 미란다 될 뻔했다"(인터뷰)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9.01.2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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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민영원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KBS 2TV '꽃보다 남자'를 보면 드라마를 보며 근질근질하던 입을 풀 휴식 같은 인물들이 있다. 극중 진,선,미로 불리며 구혜선을 구박하는 신화고의 악녀 3인방이다. 자기 머리만한 리본을 달고 공주과의 캐릭터를 자랑하는 그녀들, 덕분에 신나게 씹어대다 보면 속이 다 풀린다.

민영원은 그중 유독 버터를 과다 섭취한 듯한 영어 발음으로 '멀렌더'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미란다 이미숙 역을 맡아 연기 중이다. 어디서든 허리 디스크가 오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자신은 'S라인'이라 강조하는 포즈를 지으며 싸가지에 공주병까지, 비호감의 절정을 달리는 캐릭터를 연기 중이다.


최근 만난 인간 민영원도 첫 인상은 별다를 것 없었다. 핑크빛 의상에 동그란 눈, 화려하게 꾸며진 거울을 꺼내드는데 신인이 연기가 자연스럽다 했더니 그게 본 모습이었구나 살짝 실망감이 밀려들었다.

"원래는 털털한 성격에 잘 흘리고 잊어버려 지나온 길만 봐도 제가 어딜 왔다 갔는지 알 수 있다고 할 정도 예요. 연기는 무의식중에서도 많이 나오니 이번 캐릭터를 맡고 공주 같은 행동 하나, 포즈, 말투 등에 익숙해지려고 계속 노력했죠. 그런데 가끔은 너무 몰입했나 싶기도 해요. 솔직히 극중 제 모습은 저 자신도 '재수 없다'하면서 보거든요."

사람이 살아가며 언제 '어떻게 하면 더 괴롭힐 수 있을까' 고민해 볼 때가 있을까. 여자라면 어린 시절 한 번 쯤 꿈꿨던 공주가 돼 왕 리본 달고 공주 거울에 드레스를 입을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보면 '꽃보다 남자'의 미란다 역은 소원 성취의 기회다.


여자로서 뿐만 아니다. 치열했던 경쟁을 뚫고 4번의 오디션을 거쳐 오른 자리, 악역 중에서도 다들 탐냈던 공주병 캐릭터를 하게 됐다는 것은 진짜 신데렐라, 다른 의미의 공주가 됐다고 봐도 좋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드라마를 시작하며 연기생활을 반대하셨던 아버지도 적극 지원에 나서주셨다. "워밍업이니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기죽지 말고 잘해라"시며 모니터도 해주시고 주위에 적극적으로 홍보도 해주셨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신다. 연기를 하는 것을 싫어하셔서 유학가기를 바라시기도 했다. 학교를 졸업하면 도와주시겠다고 하시기에 악착같이 했다."

어떻게 보면 극중 미란다 역과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 연희동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자랐다. 파티도 사람도 좋아한다.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에 현재 생활도 걱정할 것 없이 풍족하다.

"아마 어린 시절의 모습 그대로 자랐다면 정말 미란다 같은 애가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IMF에 아버지 사업이 부도를 맞으며 교회에서 학비를 내줘 퇴학처리를 간신히 면했을 정도로 극한 상황까지 떨어져 봤거든요. 다 같이 죽자고 했을 상황을 이겨냈기 때문에 이젠 내가 여유롭고 좋을 때 주위에 잘 해야겠구나 생각도 해요. 내가 정말 행복하구나를 깨닫게 됐고 누구를 봐도 무시할 수가 없어요."

2009년은 민영원에게 오랫동안 절치부심해왔던 순간이다. 잠을 못자고 악플이 쏟아져도 캐릭터만이 아니라 정말 공주라도 된 듯 행복한 나날이다.

"2009년이 너무 기대돼요 그동안 내가 준비해 왔던 것들, 생각해 왔던 것들을 한꺼번에 풀 수는 없지만 보여 줄 수 있다는 게 신나요. 그동안 준비해온 것들을 선물처럼 보여주고 싶어요. 준비된 연기자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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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민영원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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