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F4' 남성훈 노주현 한진희 이영하(윗 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
최근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이순재는 특유의 재치 있는 언변으로 '무릎팍 도사' 강호동을 숨넘어가게 만들었다. 특히 이순재가 말하는 '어르신 계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로 통칭되는 중견 배우들에게도 서열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이 날 강호동은 이순재에게 "신구, 최불암 선생님 중에 누가 형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이순재는 "신구는 나보다 나이가 두 살 어려. 불암이도 후배고"라고 답했다. 이어 강호동은 "그럼 현역으로 계시는 분 중 선생님보다 연세가 높으신 분은?"이란 질문을 했다. 이에 이순재는 잠시 생각하더니 "송해 선배 정도"라고 답해 촬영장을 발칵 뒤집어 놨다. 송해는 1927년 생으로 이순재보다 무려 7살이나 형이다.
가끔 '전국 노래 자랑'을 시청하다보면 "송대관(1946년 생) 군, 현숙 양"이란 표현이 나오는 데 송해만이 할 수 있는 이 같은 호칭은 듣는 사람을 민망하면서도 싫지 않게 한다.
육안으로는 구분이 안 되는 '어르신 계보'를 정리해봤다.
1930년 생~ 광복 전(1944년 생)
신구와 최불암이 "형"으로 모신다는 이순재는 1934년 생으로 스무 살 되던 해 TBS 개국과 함께 1956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데뷔해 '사랑이 뭐길래', '거침없이 하이킥' 등 코믹하면서도 근엄한 아버지 상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순재는 포털 사이트에 1936년 생으로 기재된 데 대해 "당시엔 다들 호적을 제 멋대로 올렸다"며 실제 나이를 공개했다. 신구는 1936년 생으로 62년 연극 '소'로 데뷔해 드라마 센터를 거쳐 동랑레퍼터리, 실험, 광장, 산하 극단 등에서 전전하다가 69년부터 72년까지 국립극단에서 활동했다. 뒤늦게 KBS 탤런트 6기로 브라운관에 입성했다.
1939년 생 오지명은 지난 66년 KBS 4기 탤런트로 데뷔해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연기로 주목받았다. 1940년 생 최불암은 오지명과 신구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김혜자와 함께 KBS 탤런트 공채 1기로 선배로서 활동했다. 최불암은 71년부터 89년까지 MBC '수사반장'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 역을 맡아 서민적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시인 김지하의 절친 사이로 유명하다.
강부자는 김혜자, 나문희와 1941년 생 동갑내기다. 김혜자는 KBS 탤런트 공채 1기, 강부자는 KBS 탤런트 공채 2기, 나문희는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 출신이다. 강부자와 김혜자는 '사랑이 뭐길래', '엄마가 뿔났다' 등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으며 나문희는 연기자로 한참 후배지만 '거침없이 하이킥' 등으로 젊은 팬들에게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현은 1943년 생으로 70년 KBS 특채 탤런트로 '월남전선'으로 데뷔했다. 2005년 제 50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개성 있는 연기로 감초 역을 톡톡히 했다. 백일섭은 1944년 생으로 KBS '전국 대학 TV극 경연대회'에 출전해 최우수 연기상을 받고 이듬해 KBS 공채 5기로 뽑혔다. 첫 작품에서 일본 재일교포 의리에 사는 야쿠자 역을 맡아 인기가 대단했다고. '그분이 오신다'의 공주병 할머니인 윤소정 역시 TBS 1기 공채 탤런트로 1944년 생이다.
광복 후(1945년 생)~1960년 생
KBS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 쓸쓸하면서도 마음 깊은 홀아버지 선보이는 박인환은 1945년 1월생이다. 1965년 드라마 '긴 귀항 항로'로 데뷔해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굳세어라 금순아'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명품' 조연의 계보를 연 임현식 역시 1945년 생으로 '대장금', '이산' 등에서 코믹하면서도 개성 있는 감초 역을 톡톡히 소화했다.
하정우의 아버지로 더 유명해진 김용건은 1946년 생으로 1967년 KBS 공채 7기 탤런트로 데뷔한 이래 하정우보다 높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전원일기'에서 고두심과 호흡을 맞춰 성실한 한국의 가장 역을 완벽히 재현했다.
광복절인 1945년 8월 15일 태어난 선우용녀는 특이하게도 1965년 TBC 1기 무용수로 데뷔했다. 훤칠한 키와 서구적인 마스크로 글래머 역을 도맡아 했다. 당대 톱 여배우들과 멜로 연기를 해오던 '원조' F4로는 고 남성훈(1945년 생), 노주현(1946년 생), 한진희(1949년 생), 이영하(1950년 생)가 있다. 암으로 별세한 고 남성훈은 68년 TBC 탤런트 7기로 '사랑과 야망', '수사반장' 등에서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노주현은 1970년 TBC 공채 탤런트 10기로 '아내의 모습'으로 데뷔해 '사랑의 굴레', '사랑과 야망'에서 '똑바로 살아라'에 이르기까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한진희는 1969년 TBC 공채 탤런트 9기로 데뷔해 카리스마 있고 귀공자 풍 남성역을 잘 소화했다. 이영하는 69년부터 77년까지 극단 광장 단원을 하다 77년 영화 '문'으로 데뷔했다. 이 후 각 종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오빠 부대'를 몰고 다녔다.
1951년생 동갑내기 고두심과 김영애는 각각 아름다운 용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김혜자와 강부자의 뒤를 이었다. 고두심은 74년 MBC '갈대'로 데뷔해 '전원일기', '아들과 딸', '산너머 저쪽' 등 무수한 흥행작을 내놨다. 김영애는 71년 MBC 탤런트 공채3기 출신으로 '수사반장'으로 데뷔해 '달려라 울엄마', '장희빈', '맹가네 전성시대', '형제의 강' 등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이 외에 이덕화는 1973년 TBC 1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남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마초 캐릭터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또한 70년대 트로이카 3인방으로 불리는 장미희, 유지인, 정윤희는 각각 1958년 생, 1956년 생, 1954년생이다. 최근 유지인은 한 케이블 방송에서 "최근 활동 중인 여배우들과 트로이카를 비교해 달라"는 주문에 "나(유지인)는 세련되고 지적인 이미지의 김태희, 장미희는 섹시하고 매력적인 전지현, 정윤희는 동그랗고 귀여운 송혜교와 비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