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꿈꾸는 배우 됐으면"

김지연 기자 / 입력 : 2009.01.3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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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지태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아무 이유 없이 15년 감금됐던 남자의 질문에 태연하게 이 대답을 내 놓던 '올드보이'의 이우진을 최고의 캐릭터로 만든 배우 유지태. 사뭇 다른 이미지로 안방극장 도전장을 낸 그를 만났다.

SBS '스타의 연인' 속 사랑하는 여인 이마리(최지우 분)에게 편안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김철수처럼 달콤할까, 아니면 이우진처럼 차가울까.


숱한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만들어가고 있는 유지태, 그에게 2009년을 살아가고 있는 '배우 유지태'는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우선 그의 첫 안방극장 데뷔작 '스타의 연인'은 타인의 기준에 따르면 그리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 10% 안팎이다. 그에겐 어떨까.

"첫 드라마라 그런지 시청률이 뭔지 가슴에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시청률 5%가 500만이라는데 내가 주연한 영화 17편 중 가장 흥행한 게 350만이다. 그럼 그 5%라도 내 드라마를 봐준다면 난 그들을 기만할 수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시청률은 내 연기기준에 없는 항목이다.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다."


'배우 유지태'는 시청률이란 잣대를 모른다. 평가는 대중의 몫이다. 그가 배우로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힘든 여건 속에서도 '나한테 지지 말자' '어떤 난관이 와도 이겨내자'는 심경으로 후회 없는 연기를 하는 것이다.

혹자는 '대본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라며 다른 누군가를 탓하지만 배우가 되고 싶은 그에겐 '나와의 싸움'이 가장 중요하다.

"쓸데없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한두 번 연기할게 아니지 않나. 내가 해야 될 건 '스타의 연인'에서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까, 발음을 잘할까,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까 고민하는 것이다."

때문에 유지태에게 '스타의 연인'은 만족스런 작품이다. 하지만 종종 시청률 때문에 사기가 저하되는 스태프들을 보면 가슴 한 구석이 아프다.

"영화만 하다 드라마를 찍다보니, 드라마는 흥패를 맛보며 촬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나는 괜찮은데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에게 뭔가 힘이 되고 싶다."

알고 보니 유지태는 '스타의 연인' 배우들과 제작진을 응원하기 위해 이번 인터뷰도 자청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배우의 마음이다. 그는 "오수연 작가님은 다른 생각마시고 글 쓰는 것에만, 부성철 감독님도 연출에만 집중하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급기야 대본이 늦어져도 자신은 상관없다며 멋쩍은 웃음을 쏟아낸다. 5일 연속된 촬영에 5시간밖에 못 잤다는데도 그는 즐겁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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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지태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다행히 '스타의 연인'은 국내에서 형성된 마니아 팬 뿐 아니라 조만간 일본 방영도 앞두고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올드보이'로 세계적 유명세를 탔음에도 그가 아직 '한류스타' 대열에 끼지 않은 이유가.

"한국배우로서 자존감을 지키고 싶었다. 할리우드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배우, 한류스타가 되고 싶은 배우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한국 배우로 자존감을 지키는 배우로 남고 싶다. 운이 좋아 먼 훗날 해외 진출을 할 수 있겠지만 우선 한국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게 먼저다."

그는 과거 두 번의 할리우드 진출 기회가 있었음에도 거절했던 사연을 털어놨다. 프랑스 배우들이 그랬듯, 유지태도 우리말 지킴이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고 싶다.

특히 그는 그냥 주어진 역할을 돈 받고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꿈꾸는 배우'이길 소망한다.

"나는 배우를 두 가지로 분류한다. 예술인이냐, 생활인이냐. 생활인은 돈 받고 그냥 연기만 하지만 나는 창작인이 되고 싶다. 감독도 하고 배우도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창작인!"

담담한 어조로 큰 꿈을 털어놨다. 60 아니 70 먹어서도 대중의 기대를 받는 예술인, 그 꿈을 위해 유지태는 오늘도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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