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독설'말고 다른 장기 있다?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9.02.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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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홍봉진 기자 honggga@


이 사람만큼 첫인상이 독특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만큼 그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아마도 이런 느낌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잠깐 그의 첫인상을 거슬러 올라가볼까?

일단 ‘구라’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입이 떡하니 벌어지고, 2차로 그가 입을 열어 몇 마디 말을 ‘독하게’ 내뱉는 순간 벌어졌던 입은 더더욱 벌어져 찢어질 정도니 그 인상이 강할 수밖에. 출연자들의 말씨, 자막, 보여지는 상황 등등이 제한되는 공중파 방송에서 비속어인 ‘구라’라는 이름을 전면으로 내세워 등장한 김구라의 등장은 참으로 센세이션한 일이었다. 물론 그 때문에 그가 꽤 오랫동안 비호감 1위 연예인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의 ‘독설’이 특화되어서 각종 방송마다 그가 섭외 1순위를 자랑하는 인물로 자리잡지 않았나.


그런데, 그에게 ‘독설’말고도 또 다른 장기가 있다는 사실. 이름하여 ‘정보수집력’ 되겠다. ‘정보수집력’이 우리가 흔히들 생각하는 ‘정보 수집력’과 약간 다르다. 그의 ‘정보수집력’은 굉장히 순간적일 때도 많으며, 남들이 보지 않는 부분을 관찰한다는 특징이 있고, 대개 ‘사람’에 관해서이다. 도대체 이게 뭔 얘기냐? 좀 알아듣게 설명해라, 하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그래~서, 지금 바로 설명하겠다.

그가 얼마 전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의 일이다. 보통 녹화 전 풍경은 대기실에서 제작진들이 출연자들을 만나서 그 날 녹화가 진행될 방향과 어떤 이야기를 할건지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한다.

그런데, 김구라에게는 특이한 모습이 보였다. 그 특유의 포즈로 가만히 앉아서 제작진들이 이 사람, 저 사람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주시하는 거였다. 대개의 출연자들은 자신이 할 이야기를 다 끝내고 나면, 메이크업도 다시 손 보고, 사적인 통화도 하고, 간식이나 커피로 요기를 하며 자유롭게 있는데, 그는 그저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 게 아니었단 사실이다.


녹화가 시작됐는데, 놀랍게도 김구라가 다른 출연자들이 할 이야기를 다 알고 있는 게 아닌가. 대기실에서 제작진과 다른 출연자들이 나눈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출연자가 그 날 마음 상태가 어떤지, 어떤 자세로 이 방송에 임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를 구슬 꿰듯 쫙~ 꿰고 있어서 뻥뻥 터뜨리는 게 아닌가. 물론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폭로 아닌 폭로를 하기 때문에, 기분 나쁘다기보단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 그의 ‘정보수집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그의 표현에 의하면) ‘자랑’할 일들을 그가 대신 이야기해주는 것이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누군가가 전셋집에서 자기 집을 사서 옮긴 이야기며, 누군가가 좋은 시계를 산 이야기며, 누군가가 똥차를 바꿔서 새차를 산 이야기 등등을 밝히는데, 그가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단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그 사람들이 자신의 잘 된 이야기를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을텐데 스스로 말하기에는 민망하기 때문에, 본인이 대신 밝혀주는 거라나?

그만의 독특한 이론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꽤 그럴듯하지 않나?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자신이 잘 되면 그 사실을 남들이 좀 알아줬으면 하는 본성이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여기에도 약간의 부작용이 있어서, 이경규 왈, ‘김구라한테는 날씨 얘기밖에 안 해’라고 했지만... 뭐, 어찌되었든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파고들어서 코미디 소재로 삼는 것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니 그만의 특화된 장기 아니겠는가.

물론 그의 이런 ‘정보수집력’도 탐탁지 않고, 그의 ‘독설’도 싫은 분들도 꽤 계시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독설’이란 녀석이 ‘양면의 날’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김구라가 이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며 곤욕을 치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의 독설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사실인데, 여러분도 동감하시는지? 그와 함께 출연한 연예인들에게 그 순간 시청자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서 내뱉어줄 때 통쾌할 때가 꽤 있지 않나 이 말이다. 어쨌든 방송에선 대개의 연예인들이 어느 정도 포장된 모습들로 등장하지만, 김구라는 이름만큼 적나라하게 속내를 다 보여주고 있어서 속 시원할 때가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여기까지 읽으시고 ‘혹시 김구라 예찬론자 아냐?’라고 생각지 마시라. 그의 ‘독설’이 재미있을 땐 웃고, 좀 심하다 싶을 땐 얼굴 찡그리는, 그저 본능에 충실한 관객일 뿐이니까. 그리고, 그에 대한 호(好), 불호(不好)야 여러분들의 선택이요, 여러분들의 자유니, 여러분들 마음 가는대로 편하게 생각하시라.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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