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70만 관객을 넘어서며 독립영화 흥행사를 다시 쓰고 있다.
'워낭소리' 흥행은 독립영화를 주목하게 하는 한편 이명박 대통령까지 관람하면서 사회적인 신드롬까지 낳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독립영화계에서는 '워낭소리' 흥행을 즐겁게만 바라보고 있지 않다. '워낭소리'가 현재 힘든 독립영화계의 '원한소리'라는 뼈있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워낭소리' 흥행은 독립영화 혹은 다큐멘터리가 상업영화처럼 재미있다는 상식을 대중에 인식시켰다.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송환'이나 '우리학교' 등에 담겨있던 정치적인 의미를 배제하고 가족에 초점을 맞춘 게 적합했다.
소띠 해를 맞아 '워낭소리'는 방송 아이템으로 즐겨 소개됐으며, 흥행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좋은 영화를 봐야한다는 공감대까지 형성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1000만원으로 제작된 '낮술'에 이어 개봉을 앞둔 '똥파리' 등 독립영화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도했다.
그러나 독립영화계는 '워낭소리' 흥행 대박에 들뜨기 보단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워낭소리' 제작자인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총장을 비롯해 이충렬 감독,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동백아가씨'의 박정숙 감독 등 독립영화 감독들은 1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현 독립영화 현실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의 주된 목소리는 3기 영진위에서 지원을 받아 좋은 독립영화들이 만들어진데 비해 현 4기 영진위에서는 마케팅 개봉지원사업이 폐지되는 등 독립영화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개탄을 표시했다. 고 사무총장은 "이런 상황에서 제2, 제3의 '워낭소리'가 탄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독립영화계가 경계하고 있는 것은 독립영화가 적은 돈으로 제작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의 접근 방법이다. 독립영화계는 다양성지원사업이 폐지된 게 독립영화조차 수익이나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식의 접근 방법 때문이라고 경계한다.
최근 저예산영화들이 잇따라 제작되는 현실에서 독립영화마저 수익을 내야 하는 영화로 인식하게 된다면 실험정신이 실종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독립영화 제작자는 "독립영화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응원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마저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독립영화인들과 발 빠르게 만나고, 대통령이 영화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독립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과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독립영화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워낭소리'가 독립영화의 '원한소리'가 되지 않기 위해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