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원 "반듯한 극중 역할이 날 반듯하게 해"(인터뷰)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9.02.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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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원 ⓒ송희진 기자
박상원, 중년 연기자라는 말이 어색하지만은 않은 그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여명의 눈동자'가 이미 1991년 작품임에도 어느 덧 연기 경력 30여 년을 쌓게 됐다고 수치로 보자니 새삼 놀랍다.

박상원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톱 10 작품 중에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첫사랑', '그대 그리고 나'로 총 네 작품이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직전 작품인 MBC '태왕사신기'에 이어 현재 출연 중인 KBS 2TV '미워도 다시 한 번'도 첫 방송부터 수목극 시청률 제왕이 되며 유독 좋은 시청률 복을 자랑했다.


이에 대해 박상원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연기자의 입장에서 행복하게 생각한다. 그럴 수 있었다는 것에 때론 내가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박상원은 "이제까지 제작기간이 멀리 남은 것은 무조건 섭외에 오케이 하는 편이었다. '방송이 내후년입니다'라고 하면 대부분 오케이 했다"며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다 내후년, 내년을 전제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은 급하게 안 들어가는 것이 안정감 있게,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겠구나라는 판단 하에 시작했다"며 "어차피 캐스팅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선택 받는 것이니만큼 긴 기간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질 수 있었다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캐스팅이 선택을 받는 것이라고 보면 그의 30년은 유독 반듯한 사람, 신사답고 지적인 이미지가 강한 배역들이 러브콜을 주로 보내왔다. 그 역할의 영향 속에 박상원은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으며, 그 굳어진 이미지 탓에 또다시 좋은 사람 캐릭터의 역할 제의가 들어오는 순환구조가 이뤄졌다.

박상원은 "이상적이고 반듯한 생각 하에 남을 배려하고 희생하는 사람, 인생 중에 절반이 넘는 시간을 연기자로 살며 그런 역할을 많이 했다"며 "그러다 보니 '여명의 눈동자'가 2년 넘게 한 캐릭터로 살게 했듯 다양한 작품을 하며 그 작품으로 인해 굉장한 기간을 그런 인물로 스스로 착각하고 살았던 듯하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때론 작품 끝나고 집에 가며 신호를 조금 위반하려다가도 '그래도 내가 강우석인데'('모래시계' 속 배역), 뭘 하려다가도 '그래도 내가 근육병 재단 이사인데'하며 스스로를 자제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미지에 스스로 갇혀 버린 모습 같아 안타까웠던 순간이기도 하다.

박상원은 "'사람들은 나를 좋은 사람으로 알고 있는 데 그러면 안 되지'라고 생각했다. 대중들에 연기자 박상원이 알려지며 거의 떠밀리다시피 온 것도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옛날에는 떠민다고 생각하고 불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리 떠밀지 않아도 내가 먼저 갈 수 있는 방향으로 그 결과가 굉장히 좋게 작용해 좋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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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미워도 다시 한 번'에 출연하는 정겨운, 최명길, 박상원, 전인화(왼쪽부터) ⓒ송희진 기자
반면 이처럼 반듯한 이미지가 그에게 선물로 남은 대신 그에게는 인기 있는 작품, 대작을 많이 했음에도 상복이 적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캐릭터의 특성상 전면에 나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보다 한 발짝 사건의 바짝 쪽으로 발을 빼둔 것 같은 느낌에 스포트라이트에서도 몸을 약간 틀어 선 듯했다.

박상원은 "캐릭터의 특성상 후방에서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 같은 모습, 좀 덜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분명히 역할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난 그저 언제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어릴 때는 뒤에서 받혀주는 느낌이 들면 불쾌했을 텐데 그게 연륜이라던가 성숙의 힘인 것 같다"며 "'미워도 다시 한 번'의 극중 상황도 얼핏 보면 둘(최명길, 전인화)이 앞에 내가 뒤에 있는 것 같지만 이제는 실은 같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

제로 그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의 김종창 PD와 대화를 나누며 "우리가 살려면 정겨운-박예진쪽 얘기도 박진감 있게 가야하고 극의 비율도 그래야 한다"며 "같이 어우러져야 하고 인물 하나하나가 버리는 인물이 없어야 산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상원은 "맛있는 밥을 먹으려면 국도 찌개도 맛있어야 하지만 마른반찬이나 젓갈도 맛있어야한다. 밥이랑 국만 맛있어서는 잘 먹었다고 할 수 없지 않나"며 "구조적으로 모든 이들이 각자 캐릭터대로 짭짤, 달콤, 매콤 다 맛있어야지 나만 많이 나와서는 안 된다. 어련히 작가와 연출자가 다 보고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끝날 때 까지 나란히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가려면 일등이든 꼴등이든 뛰어야 하지만 걸어서 가면 다 같이 갈 수 있다"며 "'미워도 다시 한 번'도 그런 생각으로 큰 기대 안하고 시청률을 떠나 기분 좋게 하자고 해서 마음 비우고 했다. 그런 것에 비해 시청률이 좋아 기분 좋고 그래서 또 마음 비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덧붙여 박상원은 "이번 작품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이어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카인과 아벨'(SBS)이 시작하는 데 큰 작품 많이 해봤지만 별 생각은 없다. 시청률이야 원 없이 나와 봤고 그 작품들도 시청률 신경써본 적 없다"며 "그저 오늘 저녁에 또 촬영을 잘해서 순조롭게 가는 것이 우선은 목표다. 그래도 작품 만드는 분위기 등이 좋으면 다 좋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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