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감독 이충렬)가 37일만인 20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배급사 인디스토리에 따르면 '워낭소리'는 19일 95만명을 동원, 평일에 6만 가량 관객이 들고 있기 때문에 20일 오후 100만 돌파가 확실시된다.
독립영화에 100만 관객이 든 것은 상업영화에 1000만 관객이 든 것과 다를 바 없는 엄청난 기록이다. 당초 7개 스크린에서 시작, 100개 스크린까지 확대 개봉한 '워낭소리'는 평일과 주말 중장년 관객들을 끊임없이 불러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워낭소리'의 이 같은 흥행은 독립영화계에서는 기적과 같은 일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흥행한 독립영화가 22만명을 동원한 아일랜드 영화 '원스'였음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워낭소리'는 팔순 농부 부부와 마흔 살 소의 삶을 그려 농촌에 대한 향수를 환기시킨 점이 주효했다. 상업 영화 못지않은 웃음과 감동, 특히 다큐멘터리가 보장하는 리얼리티에 관객이 환호했다. 경제가 어렵고 거짓 리얼리티가 판치는 요즘, '워낭소리'는 따뜻한 울림으로 관객을 모았다.
언론과 평단의 호평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이 끊임없이 입소문을 낸 것도 주효했다. 극장 나들이가 굼뜬 50대 중장년층이 일찌감치 극장을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워 돈이 있는 여가 활동을 자제하는 요즘, 가족 나들이로 극장을 찾아 선택하기에도 적합했다.
하지만 '워낭소리'는 큰 환호와 함께 적잖은 반작용도 일으켰다.
'워낭소리'에 대한 갈채로 어려운 독립영화 현실을 망각시킬 것을 우려하는 독립영화인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노(老) 부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워낭소리' 고영재 PD가 자제를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워낭소리' 성과를 돈으로 계산하려는 시선이 제작자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관람한 것에 '딴지'를 거는 이들도 많았다. 노부부를 힘들게 하지 말라는 자제도, 돈 번 줄 아는 세상의 시선에 대한 제작진의 불편한 속내도,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더라도 노이즈 마케팅이 된 것은 분명했다.
때문에 고영재PD는 20일 이런 부작용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선 '워낭소리'는 이 같은 추세라면 200만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워낭소리'가 걷는 길이 그대로 독립영화 흥행사가 된다. 박수갈채를 받아 마땅하지만 '워낭소리' 흥행은 한편으론 독립영화에 장애물이 되는 역설을 낳는다.
독립영화가 상영될 장소가 워낙 적고 한정돼 있기에 '워낭소리' 상영이 길어질수록 다른 독립영화가 상영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워낭소리'가 독립영화계의 '원한소리'라는 소리는 그 때문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