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2백만 돌파..그 의미가 지닌 명과 암②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3.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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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개봉 46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배급사 인디스토리에 따르면 지난 1월15일 개봉한 '워낭소리'는 1일 전국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독립영화 최대 흥행이 '우리학교'의 10만명, 독립영화 최고 흥행 기록이 '원스'의 22만명인 것을 고려할 때 '워낭소리' 200만 돌파는 천만 돌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워낭소리'가 걷는 길이 그대로 한국 독립영화 흥행 최고 기록이 되고 있다. 팔순 노부부와 마흔살 먹은 소의 동행이 왜 이렇게 파장을 일으키고 있을까?

7개 스크린에서 시작한 '워낭소리'는 현재 28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평일 6만명, 주말 10만명 가량을 불러 모으고 있다. 국내영화, 외화를 모두 제치고 2월 셋째 주에 이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워낭소리' 흥행은 관객에 독립영화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었다. 독립영화라면 정치색이 가미돼 있을 것이라는 편견, 선전선동이거나 재미가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불식시켰다.


'워낭소리'가 무엇보다 상업영화처럼 웃음과 감동이 버무려져 있다는 것이 주효했다. '워낭소리' 흥행은 '낮술' 등 다른 독립영화에도 관심을 돌리게 했다.

50대 중장년층을 새로운 관객층으로 인식시키는 효과도 낳았다. 평일에도 꾸준히 극장을 찾는 중장년층 관객은 '워낭소리' 흥행에 가장 큰 원동력이다. '원한소리' 흥행은 역설적으로 열악한 독립영화 제작 현실을 새롭게 대중에 인식시켰다.

독립영화 제작이 어렵단 사실 뿐만 아니라 독립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소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 영화진흥위원회와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것 등을 '워낭소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문화관광부 장관과 대통령이 독립영화에 관심을 표현한 것 자체가 사건이다.

하지만 '워낭소리'는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 뿐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동시에 드러냈다.

무엇보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 계산하는 척박한 인식을 입증했다. 흥행을 제일 가치로 여기는 상업영화와는 다른 잣대로 접근했어야 했지만 '워낭소리' 흥행에 제일 먼저 화제가 된 건 1억원이 들인 영화가 얼마를 벌었다는 것이었다.

뒤이어 그렇게 돈을 버는데 할아버지할머니에게 돈을 분배하지 않느냐는 질타였다. '워낭소리' 가치를 돈으로 봤기에 생긴 엉뚱한 정의감이다.

재주는 소가 부리고 돈은 자신들이 챙기려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등장했다. 경북도청에서는 '워낭소리' 촬영지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집으로' 주인공인 김을분 할머니와 '맨발의 기봉이' 실제 주인공이 영화 흥행 이후 사람들의 등쌀에 밀려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례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독립영화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신인상을 수상한 이충렬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기쁨 대신 "마냥 즐거워할 수 없다"는 말로 씁쓸함을 표시했다.

'워낭소리' 흥행은 극장 상황이 좋은 것 같은 착시현상도 낳았다. '워낭소리'가 화제를 모으면서 2월에 개봉한 '마린보이' '작전' '핸드폰' 등 한국영화들은 뒷전에 밀렸다. 150여 스크린에서 상영 중인 독립영화가 300개 이상 스크린을 확보한 상업영화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는 것은 다른 영화들은 모두 죽을 쒔다는 뜻이다.

독립영화는 프린트 비용을 아끼기 위해 디지털 상영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이 적다. 때문에 '워낭소리' 상영이 길어질 수록 다른 독립영화가 상영될 기회를 잃는 역설적인 일도 생긴다.

한국영화가 2년째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워낭소리', 그리고 '과속스캔들'의 흥행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어려워진 경제 환경과 개봉 시점이 물론 영향은 미쳤지만 무엇보다 적절한 기획 영화라는 점이 영화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워낭소리' 흥행은 자칫 잘못된 신호를 대중에 보낼 수도 있다. 저예산 영화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 그런 환상은 될 영화만 밀어준다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될 영화 기준을 돈을 얼마 벌 수 있냐로 정의내리는 오판을 나을 가능성도 있다.

'워낭소리'가 200만명을 동원했다고 한국독립영화 현실이 당장 좋아지는 것도, 크게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워낭소리'는 볼만한 한국영화에 독립영화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켰다.

늙은 소가 무거운 멍에를 지고 묵묵히 밭을 갈았듯 '워낭소리'는 이런 의미를 어깨에 메고 계속 흥행의 길을 이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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