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히어로물이 등장했다. 그동안 히어로 영화가 평범한 시민의 영웅 거듭나기 또는 초능력을 발휘해 시민의 수호자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왓치맨'은 정 반대 지점에 있는 영화다. 과연 '왓치맨'이 한국관객과 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 관객에게 가장 알려진 히어로는 슈퍼맨과 배트맨이다. 두 히어로는 서로 정반대의 캐릭터다. 슈퍼맨이 절대적인 선을 의미하는 초능력자라면 배트맨은 영웅의 모습에 어두운 그늘을 입혀 완성한 독특한 캐릭터다. 관객들은 두 작품 시리즈에 모두 높은 점수를 줬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작품은 모두 1938년대 후반에 탄생됐다. 슈퍼맨은 1938년 6월 DC 코믹스의 새 만화잡지 창간호에 실렸고, 배트맨은 1939년 DC 코믹스의 '디텍티브 코믹스'에 실려 세상에 알려졌다. 두 작품은 세계 불황기에 탄생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각각 대변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약 70년의 세월동안 세계 경제 흐름과 함께 극중 캐릭터를 발전시켜 재탄생해 왔다.
이렇듯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히어로 영화는 캐릭터를 강조한 영화다. '판타스틱4' '스파이더맨' '헐크' 등은 모두 캐릭터 중심의 영화다. 슈퍼 히어로가 악당 또는 다른 생명체들과 한 판 승부를 벌여 통쾌한 승리를 하는 영화, 색깔은 달리 해왔지만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는 청소년, 가족 관객을 타깃으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졌다.
이에 국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스파이더맨' '배트맨' 시리즈 등은 한국을 찾을 때마다 큰 흥행 성적을 기록했었다.
그렇지만 '왓치맨'은 성인 팬을 위한 히어로 영화다. 우선 역사의 흐름을 모른다면 그 재미를 느낄 수 없다. '왓치맨'의 배경은 1980년대 미국의 베트남전을 승리로 이끈 리처드 닉슨이 3선에 성공한 암울한 독재국가다. 영화의 시작도 히어로 코미디언의 죽음이다. 배경과 캐릭터가 다름에 관객들은 당황할지도 모른다.
또 유일하게 등장하는 진짜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 닥터 맨해튼도 역사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는 정부를 위해 일했고 3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미국이 소비에트 연방에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도왔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건 닥터 맨해튼 덕분이었다.
이 같이 '왓치맨'은 성인 관객들이 아니면 공감하기 힘든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 '왓치맨'이 한국 관객과 통할 수 있을까라는 점은 캐릭터의 기이함과 동시에 역사적 지식의 부재가 어떻게 작용할까라는 점 때문이다
과거 '왓치맨'과 비슷한 배경의 히어로 영화가 개봉한 적이 있다. 바로 '브이 포 벤데타 '다. 영화는 제3차 세계 대전 이후 완벽하게 통제사회가 된 영국을 무대로 했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만들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 박스오피스는 45만명 동원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