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의 김남주(오른쪽)와 김승우 ⓒ이명근 기자 |
도회적인 세련미의 그녀, 김남주가 망가졌다. 지난 16일 첫 방송된 '내조의 여왕'(극본 박지은·연출 고동선 김민식)을 통해서다. 단 한 회가 방송됐을 뿐이지만 시청자들은 "TV를 보며 오랫만에 웃었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내고 있다.
김남주가 맡은 역할은 머리만 좋은 백수 남편을 취직시키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아줌마 천지애. 학창시절부터 화려한 미모로 여러 남자들을 울렸지만, 지금은 남편 취직이 제 1의 목표가 된 평범한 아줌마일 뿐이다. 남편이 최종 면접까지 올라간 회사는 하필이면 부인네들의 치맛바람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곳. 도도했던 그녀는 비굴과 아첨의 달인이 되어 그 속으로 뛰어든다.
21세기판 '여인천하'를 떠올리게 하는 풍자 코믹극이 더욱 유쾌하게 다가온 것은 그 주인공이 다름아닌 김남주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도시남녀', '모델', '내 마음을 뺏어봐' 등 일련의 트렌디 드라마로 인기를 모은 그녀는 말 그대로 세련된 도시 여자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그녀의 마지막 드라마 출연작이었던 2001년 '그 여자네 집'에서 처음 유부녀 역할을 맡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깍쟁이 같은 미시였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마음껏 자신을 풀어놨다. CF 등을 통해 쌓아 온 도회적 이미지 덕택에 그녀의 변신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백수 남편을 마음놓고 구박하다가도 '사모님' 앞에서는 콧소리가 작렬하는 그녀의 모습은 낯설지만, 천연덕스러운 연기 덕분에 웃음이 터진다. 시청자들은 "요즘 드라마가 다 그렇지 하고 TV를 보다 박장대소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회가 거듭될수록 김남주의 변신도 거듭될 예정이다. 김남주는 최근 남편 김승우가 함께 했던 촬영에서는 다리 위에 올라간 못난 남편 오지호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남편까지 놀라게 했다. 주위에서는 '김남주에게 이런 면이?'라고 신기해 하지만 정작 본인은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 정도다.
여기에 못난이 추녀 분장까지 마다하지 않은 이혜영, 어수룩한 백수 연기가 일품인 오지호 등등 오랜 인연으로 똘똘 뭉친 다른 주역들이 가세하면서 드라마의 재미가 배가되고 있다. 8.0%(TNS미디어코리아 집계)라는 다소 부진한 시청률로 첫 발을 내디딘 코믹극 '내조의 여왕'이 새로운 성공 드라마로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