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걸스'를 만나다 "연예인들도 부러워해요!"(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3.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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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진 기자 songhj@
"너 캡처 이런 거 괜찮겠어?"(송은이)

"괜찮아요. 전 '무한걸스' 잖아요."(정가은)


"그러고 보니 언니, 레몬 안드세요?"(신봉선)

"한라봉이라고 마인드 컨트롤 하세요."(백보람)

빈 캠핑장이 왁자지껄하다. 이곳은 가평 자라섬, 오늘의 MBC에브리원 '무한걸스' 촬영장이다. 통아저씨 게임을 하던 멤버들은 지금 벌칙 수행에 한창이다.


새 멤버 정가은은 스타킹을 뒤집어쓴 채 춤을 추고, '무한걸스'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송선배' 송은이는 시큼한 레몬을 한 입 가득 물었다. 눈을 질끈 감고 옆에서 약올리던 신봉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송은이. 뒤이어 김신영 백보람도 마수에 걸려든다. 황보는 웃느라 정신없다. 촬영장은 웃음소리와 환호성, 탄성과 비명이 교차한다.

'무한걸스'의 촬영은 늘 이런 식이다. 어랑경 프로듀서는 "간단한 가이드는 있지만, 대본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고 웃음을 지었다. 송은이 황보 신봉선 백보람 김신영에 새롭게 합류한 정가은까지. 제작진은 여섯 여자들을 자유롭게 풀어두고 이들의 좌충우돌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 잠시라도 수다와 사건이 그치지 않는 그녀들의 하루가 50분으로 압축돼 매주 시청자를 만나는 셈이다.

그 시작부터 '무한걸스'를 이끌어 온 '송선배'는 동생들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동생들을 다독이고 다그쳐 틀을 잡아나간다. 스태프는 물론 다른 출연자들도 "송은이 없는 '무한걸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심할 땐 송선배가 혼을 내기도 해요. 송선배가 없으면 이런 분위기는 불가능했을 거에요."(신봉선) "든든하고 이해심이 넓으니까 받아주시는 거죠. 이젠 눈빛만 봐도 알겠어요."(황보)

송은이는 신봉선 백보람 김신영 '못난이 3형제(?)'가 그래도 개그우먼 선배라고 긴장을 해준다며 웃음을 지었다. 분위기가 풀어지자 황보가 장난스레 딴지를 건다 "이럴 땐 제가 개그우먼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이날 촬영은 오는 27일 방송되는 제 76회분이다. '무한걸스'는 MBC에브리원 개국 당시부터 현재까지 1년반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케이블 프로그램의 성공 기준인 시청률 1%를 훌쩍 넘는 인기 프로다. 제작진은 멤버들의 팀워크와 조합이 좋다고 자평했다.

맏언니 송선배와 진행을 맡아 분위기를 주도한다면, 황보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예측불허 캐릭터다. '너나내나 콤비' 신봉선과 김신영은 '무한걸스'의 악동들. 덕분에 애꿎은 백보람이 곧잘 당하고 만다. 신참 정가은은 '무조건 열심히' 모드라고 제작진은 뀌띔했다. 이 모든 것이 1년 반 가까이 프로그램을 이어오게 한 원동력이었을 터다.

"1년 반을 하리라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처음 추석 특집 파일럿으로 했을 땐, 반응을 보자 정도였죠. 그 사이 멤버들도 바뀌었고요. 그렇다고 '이걸 언제까지만 해야지'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지금까지 '무한걸스'가 올 수 있었던 건, 모든 멤버들이 한 회 한 회 몸을 던져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초심을 잃지 않고 녹화에 임한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웃음을 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우리는 앞으로 가고 있어요."(송은이)

MBC '무한도전'의 여성 버전으로 출발했지만 '무한걸스'는 그와 조금 다르다. '무한걸스'는 3무(無개념, 無작정, 無례함)의 프리스타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다. 그 바탕에는 끈끈한 동료애와 친밀감이 있다.

"정말 놀러오는 기분이에요.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무한걸스'라는 프로그램을 무척 부러워해요. 연예인으로 일을 하면서 좋은 친구를 만난다는 게 어렵잖아요. 그런데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게 너무 좋아요.(신봉선)"

"제가 중간에 투입됐잖아요. 가장 놀랐던 건 밖에서 만나도 촬영이랑 똑같다는 거예요. 초반에는 송은이 언니한테 '지금 찍고 있는거야?' '카메라 돌아가는 거 맞아?' 물어가며 찍었다니까요. 촬영 안 할 때도 종종 만나요. 다른 게 있다면 말투가 좀 거칠어진다는 거, 그리고 카메라가 없다는 거?"(황보)

송은이는 "친하다는 것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 하기도 했다. 그는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며 "다만 즐겁게 임하되 목적을 잊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녀들의 하루가 즐겁고 유쾌하다는 것. '베테랑' 송은이조차 "다른데서는 일하는 느낌을 받는다면, '무한걸스' 녹화에 올 때는 가볍게, 이야기하고 얼굴 보고 하려고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고 고백했다.

정겨운 분위기는 신참에게도 전염된다. 이제 2번째 촬영에 나선 정가은도 "긴장하고 어색하긴 했지만 편하게 촬영하고 있다"며 "첫 촬영이 끝나고 나니 다음 촬영이 기다려졌다"고 웃음을 지었다. "아직 다른 스케줄이 없으니까 더 그런다"는 송은이의 한마디에 멤버 모두가 자지러진다.

'8등신 송혜교'로 불리며 화제 속에 '무한걸스'에 투입된 정가은은 출연 순서로는 막내지만, 나이로는 송은이 다음가는 언니다. 다른 멤버들에게 막내가 들어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없었냐고 물었다. 정적이 흐른 건 한 2초 쯤이었을까? 정신없는 대답이 쏟아졌다.

"우린 위아래가 없어요∼"(백보람)

"일단 힘으로 하니까 나이는 상관없어요. 부를 때만 언니지."(김신영)

"역시 '무한걸스'는 아메리카 스타일이야."(신봉선)

"이게 아메리카야? 여긴 아프리카야! 완전 정글이야 정글!"(송은이)

가식 없고 내숭 없고 봐주기 없는 그녀들은 역시 진정한 3무 버라이어티 '무한걸스'의 주인공이었다. 그녀들의 수다와 게임은 그 후로도 한참 더 이어졌다. 그녀들의 유쾌한 하루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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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진 기자 song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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