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의 송강호, 김옥빈, 박찬욱 감독 ⓒ홍봉진 기자 |
이날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고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송강호 분)과 시집의 냉대 속에 고통 받는 친구의 아내 태주(김옥빈 분)의 모습이 공개됐다. 속도감 있는 편집 아래 인간적 욕망에 눈을 뜬 신부 상현의 갈등과 팜므파탈과 같은 매력을 풍기는 태주의 모습도 함께 등장했다. 화제를 모았던 노출 장면 등은 볼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의 은밀한 관계를 짐작케 하는 여러 장면들이 포함돼 눈길를 끌었다.
제작보고회에 나선 송강호는 "기존 서양 뱀파이어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이미지와 캐릭터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며 "송곳니가 나온다든지 하는 전형적인 뱀파이어의 모습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존경받는 종교인이 예기치 않게 뱀파이어가 되고 욕망에 눈을 뜨면서 갈등하다 위험한 선택을 하는 캐릭터"라며 "전형적이지 않은 뱀파이어를 보이려고, 인간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태주 역의 김옥빈은 "너무 매력적이었다"며 "아무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았다"고 눈을 반짝였다. 강도 높은 베드신과 노출신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노출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며 "모든 촬영과 마찬가지로 노출신도 힘겹게, 열정적이고 즐겁게 찍었다"고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다. 박찬욱 감독은 이런 김옥빈에 대해 "더 이상이 없을 만큼 만족한다"며 "영화를 보면 한국에 이런 여배우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카톨릭 집안에서 자랐다는 박찬욱 감독은 "사제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살인이나 여러 죄악을 저질러야 존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본의 아니게 놓이게 되면 그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영화를 통해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넘게 간직해두고 있던 이야기라며 영화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특히 이날 제작보고회에서는 박찬욱 감독이 2000년 개봉작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촬영할 당시 처음으로 송강호에게 '박쥐' 출연을 제의했다는 뒷 이야기가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박찬욱 감독은 "애착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랫동안 생각해 온 이야기고, 주인공 남자의 성격에 제 자신의 모습이 많이 담겼다"고 말했다. 그는 "여태까지 만든 영화중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송강호씨가 맡은 신부 캐릭터가 나약하고 비겁한 면이 있고,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자신을 합리화한다거나 변명하다는 점이 닮아 있다.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박쥐'는 제작이 완료되기도 전에 미국 유니버설의 자회사인 포커스 픽쳐스의 투자 배급이 확정돼 화제가 됐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한국영화의 투자 및 배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뱀파이어 이야기인데다 신부가 주인공인 이야기라 다른 영화보다 좀 더 보편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북미 시장에서의 흥행이나 아카데미상 후보 선정 등 엄청난 일이 처음부터 벌어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태까지 한국영화에 비해 조금 더 큰 규모로 진지하게 취급될 수 있는 첫번째 시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존경하는 여러 감독들의 영화를 배급하는 포커스피쳐스의 리더 필름이 내 영화 앞에 붙는 날이 올까 생각했는데, 실현이 돼 뿌듯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오는 4월 30일 개봉을 앞둔 '박쥐'는 '올드보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친절한 금자씨' 등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박찬욱 감독이 약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미국 시장 개척이라는 큰 성과 낸 '박쥐'가 어떤 결과를 거둘지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