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참 ⓒ사진=KBS |
많은 시청자가 허참이 외치는 KBS 1TV '가족오락관' 속 "몇 대 몇" 소리를 들으며 자랐고, 또 나이를 먹었다. 처음부터 본 사람이라고 해도 그 시초가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랜 시간인 26년, 예능 프로그램 중 최장 기간이라는 역사 속에 시청자와 다사다난 했던 지난 길을 함께 해왔다.
'가족오락관'이 2일 오후 마지막 녹화를 마쳤다. 마지막을 기념해 초대된 '가족오락관'을 빛낸 최다 출연 게스트들, MC인 허참이 걸어왔던 긴 여정이 한 시간여에 걸친 회고 속에 끝을 알렸다.
"어제 미리 울었다. 눈이 부은 것 같지 않은가. 통한 같은 것은 아닌데 '내일이면 마지막이다' 생각하니 '아~'하며 정말 주마등처럼 지난 시간들이 눈앞을 스치더라."
26년 간 그랬듯 허참은 이날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의 녹화 현장에서 줄곧 밝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내심은 역시 서운하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가 보다.
"정말 거짓말처럼 딱 4월이다. 84년 4월에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2009년 4월에 마지막 방송을 하게 됐다. 그동안 내 삶은 '가족오락관'에 맞춰져 있었다. 매주 목요일이면 '가족오락관 녹화 오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이젠 마지막이다. 어쩌면 다음 주에도 난 나도 모르게 이곳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26년, 9146일, 1237시간, 74220분. '가족오락관'이 국민과 함께 했던 시간이다. 그동안 1만명의 연예인, 11만명의 주부 방청객이 451개의 게임과 함께 '가족오락관'을 거쳐 갔으며 21명의 여자 MC가 '가족오락관'의 26년 역사를 함께 했다.
'가족오락관'의 마지막이 아쉬운 것은 물론 지난 26년 역사의 산 증인인 허참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날 함께 자리했던 김한국, 장미화, 서수남, 설운도, 이경애, 양원경과 캔, 윙크의 멤버들도 아쉬운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윙크의 강주희는 "연예계 데뷔를 '가족오락관'으로 했다. 개그우먼이 된 이후 첫 데뷔를 룰루랄라 시스터즈 중 한 명으로 했다"며 "언제쯤 나도 저 자리에 서서 퀴즈를 풀 수 있나 했는데 정말 이 자리에 서게 되더라"고 회고했다.
이어 "83년에 태어나 생일도 비슷하다. 허참의 '몇 대 몇' 소리를 들으며 성장했기에 더 아쉽다"고 말했다.
김한국은 "없어질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글로벌 시대에 이름이 너무 진부하다"며 "오늘 마지막으로 하고 이름 바꿔서 다시 하자. 이름은 바꾸되 MC는 절대 못 바꾼다"는 농담 속에 아쉬운 마음을 녹아냈다.
양원경은 "제일 막내부터 시작했는데 이렇게 주장이 됐다"며 "'가족오락관'에 처음 나왔을 때 어머니가 시골에서 떡을 해서 돌리셨었다"고 '가족오락관'과의 추억을 밝혔다. 캔의 두 멤버도 "11년째 매년 출연해 '가족오락관' 11년 차"라며 종영의 아쉬움을 함께 했다.
이날의 녹화는 지난 26년의 역사를 회고하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함께 보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오유경에서부터 오영실, 장서희에 이어 현재 MC인 이선영 아나운서까지 21명의 여자 MC와 함께 한 시간을 모두 되짚어 보았으며 당대의 유명 스타였던 남진, 조용필에서부터 이제는 스타가 된 유재석, 비 등이 신인시절 출연했던 모습 등도 모두 되새겼다.
또 "'가족오락관' 하면 생각나는 것 BEST 7"과 "'가족오락관'은 ㅁ다" 등으로 마지막의 의미를 드높였다. 특이한 기록은 '가족오락관'하면 당연히 떠오를 듯한 허참은 5위, '몇 대 몇'은 4위에 그쳤다는 점이다. 1위는 '고요 속의 외침'이 차지했다. 또 예능에 탤런트가 출연했던 최초의 프로그램이라며 7위로 '탤런트'가 오르기도 했다.
허참은 이날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는 듯 짙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잠시 눈가를 훔치기도 했지만 줄곧 미소를 띈 채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허참은 "쭉 보니 나도 저런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 때가 있었구나 새삼 느껴진다"며 '가족오락관'과 함께한 지난 시간의 의미를 새삼 되새겼다.
또 "26년 만에 끝날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했을 텐데"라며 30년 기록을 채우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록을 세우고 내려오게 돼지 않으셨나. 이 기록은 누구도 깨지 못할 것"이라는 말에 "정말 안 깨질까?"라며 미소를 띄었지만 청춘을 함께 보냈던 프로그램을 떠나보내게 됐다는 아쉬움은 감출 수 없었다.
한편 이날 '가족오락관'의 녹화 분은 18일 마지막으로 방송되며 26년 프로그램 역사의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