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 "최소 1명에게라도 희망주고 싶다"(일문일답)

김지연 기자 / 입력 : 2009.04.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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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1년 같았던 7개월의 침묵 끝에 개그우먼 정선희가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정선희는 13일 낮 12시20분부터 방송된 SBS 러브FM(103.5Mhz) '정선희의 러브FM' 진행자로 7개월 만에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해 9월 남편 안재환의 사망과 10월 친구 최진실의 사망을 연달아 겪은 뒤 진행하던 방송에서 모두 하차, 외부와의 접촉을 피해왔던 정선희의 오랜만의 공식 외출이다.

아직 취재진과 만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그녀를 방송직후 어렵게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두렵지만 금 밖으로 발을 조심스럽게 내딛었다.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게 씩씩하게 하겠다"며 눈물 반 웃음 반의 묘한 표정을 지어보인 정선희는 "나한테서 보는 불편한 기억들이 많으시겠지만 늘 정선희다움을 잃지 않겠다"며 뜨거운 응원을 당부했다.


다음은 정선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오늘 첫 방송에 복귀한 소감은.

▶집에 가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왜 버벅거리고 울었는지 후회할 것이다. 많이 긴장해서 그런지 지금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못 돌아올 줄 알았는데 내가 다시 돌아왔다는 그 느낌이 가장 크다.

-오랜만의 복귀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마음의 준비가 가장 컸다. 가장 시급했던 게 나가서 세상에 설 준비, 사람들과 얘기할 준비, 내 얘기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감내할 준비였다. 마음으로 일어서지 못했다면 돌아오지 못했을 거다.

-오늘 '러브FM' 진행 중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어떤 느낌이었나.

▶진짜 지난 7개월이 하루가 1년 같아서 너무 시간이 안 가고 숨 막히는 일들이 많았다. 다시 마이크 앞에 서리라고 생각 못했는데 마이크를 보니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났다.

특히 어떤 이야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얘기들이 난무했다. 그래도 청취자들의 응원 목소리를 오늘 피부로 느꼈다. 그 응원들을 보며 내가 세상으로부터 내쳐진 게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복귀에 가장 큰 힘이 된 결정적 계기는.

▶정말 많은 분들이 큰 힘이 돼주셨다. 우리 가족들이 가슴앓이를 많이 했다. 방송 중 언급한 모퉁이를 돌아선다는 것도 엄마가 많이 얘기해 주셨다. 험한 고비를 넘긴 선후배 및 동료도 많이 응원해주셨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오빠가 10년 만에 아이를 낳았다. 주위에서 다들 포기하라고 했는데 10년 만에 조카가 태어났고, 그 날 참 많이 울었다. 조카를 보며 '고모가 험한 길 다 닦아 놨으니 행복하게 살라'고 했다. 우리 집에 새 생명이 선물처럼 왔으니 멋지게 사는 고모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아이가 잘 살라는 사인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말씀.

▶그간 정말 안 된다, 불가능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었다. 세상을 향해 나왔다. 두렵지만 금 밖으로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딛었으니 많은 분들이 실망하지 않게 씩씩하게 살 거다. 물론 나한테서 보는 불편한 기억들이 많을 것이다. 평생 그 기억들이 가시처럼 찌르겠지만 정선희다움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최소한 1명에게라도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내가 나아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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