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왼쪽)와 유채영 |
'30대 여가수는 발라드만?'
30대 여자 댄스가수들이 돌아왔다. 대표주자는 단연 엄정화다. 최근에는 유채영이 '좋아'로 컴백하면서 엄정화의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엄정화는 지난해 2년 만에 새 음반 'D.I.S.C.O'를 발표하고 타이틀곡 '디스코'로 인기몰이를 했다. 엄정화는 '디스코' 활동을 통해 하이브리드 패션과 함께 디스코 음악의 현대적 재해석을 보여주며 트렌드를 주도해나갔다.
1993년 1집 '눈동자'로 데뷔한 뒤 발라드부터 댄스까지 매 앨범마다 색다른 모습에 도전한 엄정화는 2006년 발표한 9집 '프레스티지'로 제 4회 한국대중음악상 '댄스·일렉트로닉 앨범상'까지 수상하며 음악성과 대중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내기도 했다.
30대 중반 이상 여가수의 저력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예가 된 것이다.
'나이 든 여가수에게 댄스음악은 무리다'라는 대중의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린 엄정화를 목표로 하는 여가수들은 많다. 최근 활동하고 있는 가수 중 '포스트 엄정화'의 으뜸은 유채영이다.
유채영은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엄정화가 컴백해 춤추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할 수 있다'고 환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유채영은 "대중들은 나이에 민감하다"며 "결혼하고 다시 댄스음악으로 활동하는 여가수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채영은 "실제로 제가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 보고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하는 30대 중반 여성들의 응원을 많이 받았다"며 "나이에 상관없이 젊음을 공감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애프터스쿨의 멤버 유소영 역시 인터뷰에서 "연기면 연기, 가수면 가수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엄정화 선배님 같은 연예인이 되고 싶다"며 나이가 들어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엄정화에 대한 동경을 표현한 바 있다.
엄정화를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그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후배 여가수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올해 초 '총 맞은 것처럼'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백지영은 후속곡 '입술을 주고'로 녹슬지 않은 댄스 실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한국 나이로 30대를 맞이한 이효리 역시 '유고걸' '헤이 미스터빅' 등의 활동을 통해 30대의 포문을 화려하게 열었다.
엄정화를 비롯한 이들의 활발한 활동은 여자 댄스가수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의 지속적인 활동은 그동안 '여가수들의 짧은 유통기한'이라는 편견, '여가수는 젊음과 섹시함이 뿐'이라는 고정관념을 흔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표현양식들이 대중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기도 하다. 올해로 40대를 맞이한 구준엽이 남자 댄스가수들의 희망이 된 것처럼 엄정화, 유채영이 오래도록 여자 댄스가수들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