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황제성(왼쪽)과 심현섭 ⓒ임성균 기자 tjdrbs23@ |
바야흐로 5년만이다. 개그 무대에 선 그를 본 것이.
개그맨 심현섭(39). KBS 2TV '개그콘서트' 무대를 누비며 "빰바야∼아"를 외치며 사바나의 아침을 깨우던 그를 본 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5년이 지났단다. MBC '개그야'의 첫 출연, KBS와 SBS에 이어 MBC까지 '개그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후배들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지난 14일 첫 녹화를 앞두고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그는 어딘지 경직된 모습이었다.
심현섭은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아요"라며 "긴장감은 무대에 올라가면 풀린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나 일단 무대에 오른 그는 '역시 심현섭'이었다. 쉴새없이 이어지는 애드리브, 예측을 불허하는 개인기까지. 별다른 대본 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코너에서도 그만의 웃음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15일 벚꽃이 지길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는 오후, 못 다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캠핑카 인터뷰로 다시 심현섭을 초대했다. 그 자리에는 '개그야'의 새 코너 '가슴팍도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후배 개그맨 황제성(27)도 함께했다. 마지막 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북한산은 선선한 날씨 덕에 더욱 상쾌했다.
-일단, 두 분이 친하신 건 맞아요?
▲황제성(이하 황)=일단, 처음 만난 지는 한 3주가 됐죠. 흐흐. 저는 선배님이 오시기 전부터 같이 코너를 하게 될 거란 얘기를 들었거든요. 언제 오시나 살피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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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섭(이하 심)=후배가 저를 어려워 할 수도 있잖아요. 사실 제가 올해로 나이가 40인데, 제 위가 정찬우 선배 말고는 거의 없어요. 제성이는 예의도 바르고, 착하고, 눈치도 빠르고. 그리고 무엇보다 개그를 잘 해요. 요즘 후배들은 긴 무명을 거친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숙련된 게 없는데, 제성이는 어디서 미리 배워온 것처럼 성숙된 맛이 있어요. 게다가 일단 얼굴이 호감형이잖아요. 귀염성도 있고…. 굉장히 금방 가까워졌어요.
▲황=저야말로 영광이죠. 선배님은 최고예요. 사실 빨리 친해져야 코너를 짤 수가 있잖아요. 선배들을 어려워하다보면 회의 때 해야 할 말을 못하는 수가 많거든요. 어려웠지만 일부러 편하게 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건방지게 보실 수도 있으실텐데 전혀 따지지 않으시더라구요. 그런 선배는 처음이었어요.
-원래 개그계는 더 군기가 엄격하지 않아요?
▲황=맞아요. 살벌하기까지 할 정도죠.
▲심=후배들을 나태하게 풀어놓는 건 아니지만, 회의할 때는 터치 안해요.
▲황=선배님이 먼저 다가서시죠.
▲심=개그를 짜려면 사실 코드가 맞아야돼. 제성이는 데뷔 3년째인데 프로의 냄새가 물씬 풍겨요. '개그야' 오기 전 TV 보면서도 '저 친구 잘하네' 그랬어요. 사실 '후배들 어때요' 물어보면 웃긴다 안 웃긴다 말을 못해요. 웃기는 건 기본이에요. 다 시험을 보고 들어온 거고. 하지만 잘하는 건 다른거죠. 재성이는 잘해요.
주거니 받거니, 서로에 대한 칭찬이 끊어질 새가 없다. 기자의 고개가 갸우뚱하는 걸 알아챈 눈치빠른 두 사람이 선수를 친다.
"이건 거의 만담이네요. 우리끼리 서로 칭찬하고. 짠짜 자자자 잔짜잔∼(심현섭)" "니들끼리 다 해먹어라 그러시는 건 아니죠? 그냥 저희는 사실만…(황제성)"
두 사람의 새 코너 '가슴팍도사'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 강호동의 '무릎팍도사'를 패러디한 '가슴팍도사'는 사실 리얼 버라이어티를 공개 코미디에 도입한 새로운 형식의 코너다. 간략한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 대본이 정하지 않고 게스트와 문답을 나눈다. 첫 녹화는 끝났지만 심현섭·황제성 조차 아직 어떻게 방송이 이뤄질 지 몰라 궁금해 할 정도다.
개그맨 심현섭 ⓒ임성균 기자 tjdrbs23@ |
-분장이 세던데요. '가슴팍 도사'
▲심=저도 힘들어요. 숨 쉬기도 힘들고. 제가 나이 마흔에 여장은 처음이에요.
▲황=아직 갈피를 못 잡은것도 같아요. 버라이어티는 몇시간을 녹화해서 편집하는데 저희는 일주일 내내 연습해서 딱 10분을 뽑아내는 거니까 딜레마가 생겨요.
-첫 게스트 솔비는 일부러 안 만나지 않으셨어요?
▲심=그런데 마지막에 정종철 때문에 만났지. 옥동자가 뛰어오더니 '솔비 안봐? 솔비 봐야지?' 그러는거에요. 잠깐 만났죠. 그러고보니 제성아 다음주에는 누구 나온다니?
▲황=다음주 후보는 아이돌그룹 ○○에요. 그 다음주는 ○○가 나온다던데.
▲심=설마 다 오는거야? 그래 다 오라고 그래.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면 장동건이 못 오겠어요, 비가 못 오겠어요. 그래, 그 다음주는 짐 캐리더러 오라고 하자.
▲황=선배랑 짐 캐리랑 개인기 대결 하면 어때요. 선배님이 이기지 않으실까요? 비주얼 개그!
-그러고보니 심현섭씨가 한국의 짐 캐리 아닌가요?
▲심=음, 그런데 국제적인 인지도 면에서…. 사실 짐 캐리랑 톰 행크스가 다 미국 '새러데이 나이트 라이브'라고 공개 코미디 출신이에요. 제성이는 사실 '미스터빈'이죠. 얼굴도 그렇고 스타일도 비슷하지 않아요? 영화 한 번 찍어서 비디오 출시만 하면 한 번에 몇천억을 번대요.
▲황=감사합니다. 미스터빈이라.
개그맨 황제성 ⓒ임성균 기자 tjdrbs23@ |
오 마이 갓! 심현섭, 황제성 두 선후배의 칭찬 퍼레이드가 또 시작됐다. 알겠어요 두 분. 최고의 콤비 플레이 기대할게요. 다시 기자의 표정을 살피는 두 사람. 죽이 맞아 만담을 연발했다. "오, 다시 시작됐네. 우리의 짠짜 자자자 잔짜잔∼. 계속 이렇게 가는거야!"(심현섭) "네 선배님. 짠짜 자자자 잔짜잔∼"
( 다음에 계속) <차량협조=투어익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