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김구라 김국진 (맨 앞줄) 김용만 박미선 유재석(둘째 줄) 윤종신 이경규 이휘재(마지막 줄) |
2009 예능 프로그램은 크게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 다(多) MC 체제, 일반인 활용 버라이어티가 대세로 꼽힌다. 공중파 3사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MBC '무한도전', KBS '해피선데이-1박2일', SBS '스타킹' 등은 모두 이 조건을 만족시킨다.
최근 폐지가 결정된 26년 동안 진행됐던 KBS '가족오락관'이나 '박중훈 쇼'는 이 같은 형식과는 거리가 멀다. 주류 예능 프로그램에서 살아남기 위한 MC들의 조건도 변했고 판도도 달라졌다.
MC들도 시대의 흐름에 적응한 MC들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MC들은 방송사 경영난과 겹쳐 '칼바람'의 희생양이 됐다. 현재 대한민국을 이끄는 10인의 MC들을 통해 진정한 TOP의 조건을 꼽아봤다.
유재석
주말 예능 강자인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와 MBC '무한도전'의 실질적 진행자다. 물통을 이고 뛰고 이상한 복장으로 여의도를 활보할 만큼 몸을 던지는 책임감과 중구난방인 멤버들 사이에서 자연스런 진행과 게스트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다 MC체제의 예능에 적합한 진행을 구사하며 김원희, 박미선, 신봉선 등 여성 MC들과의 호흡도 잘 맞는다. 박명수, 노홍철, 이효리, 김종국 등 잘 나가는 스타들과의 끈끈한 인맥도 버라이어티에 적합한 진행자의 능력이다. 과거 SBS '진실게임'에서 일반인 출연자들과의 호흡 역시 '국민 MC'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손색없다. 다만 캐릭터가 프로그램마다 겹쳐 식상하다는 평가는 자신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강호동
유재석이 '수비형' 개그라면 강호동은 '공격형' 개그를 구사한다. 천하장사 출신으로 강한 체력을 보유, 10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하게 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고생 버라이어티'라고도 불리는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의 야생 리얼버라이어티 역시 그런 덕에 탄생했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도 게스트가 지칠 때까지 파고드는 집요한 질문으로 현재 존재하는 최고의 토크쇼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SBS '스타킹'으로 일반인까지 활용하는 영리함을 보인다. 다만 SBS '야심만만2'에서 보여주듯이 다 MC토크쇼에서 조화를 이루는 데 있어서 최양락을 비롯해 멤버들에 따른 부조화가 엿보인다. 특히 여성 MC들과 교류가 거의 없는 점 역시 남성 위주의 코미디를 구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경규
SBS '라인업'은 안되고 KBS 2TV '남자의 자격'은 된 이유? 이경규가 변했기 때문. 이경규는 '라인업'에서 절대 왕으로 군림했다. 과거 후배들을 휘두르고 주물렀던 그의 개그는 시대가 변하면서 비 호감으로 바뀌었다. 결국 그의 생존 전략은 '천적' 김국진과 '막상막하' 김태원, '한 수 위' 이외수를 데리고 들어갔다. 결과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겠지만 초반 평가는 성공이다. 이경규는 오랫동안 MC를 맡아 온 연륜이 있어서 인지 퀴즈 프로그램인 SBS '육감대결'이나 일반인을 활용하는 '붕어빵'의 진행도 흠 잡을 데 없다. 다만 MBC '명랑히어로'에서 보여준 것처럼 다 MC체제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기 것을 내려놓는 '영리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국진
돌아온 개그 황제, 5년간의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부활했다. 그가 가진 혀 짧은 소리와 타고난 개그맨다운 표정은 프로그램의 여백을 채우는 강력한 무기다. 신정환이 "유재석보다 더 배려 쟁이"라고 할 정도로 게스트에 대한 배려와 침착한 진행 능력이 있다. 대부분 컴백한 개그맨들이 '왕년의~' 개그를 구사하는 데 반해 김국진은 시대에 맞춰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특히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에 반항하는 가하면 '라디오 스타'에서는 불쌍한 맏형으로 대응한다.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모습으로 호감을 샀다. 또한 SBS '절친노트'에서 난생 처음 보는 게스트와 12시간을 보내는 미션을 수행하는 능력, '붕어빵'에서 쇼가 낯선 아이들을 다독이는 능력 또한 김국진이 조용한 강자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박미선
'줌마테이너'의 대표주자다. '세 바퀴', '명랑히어로' 등에서 남자 MC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입담을 보여준다. 오히려 정리를 도맡을 정도로 깔끔한 진행 실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잘나가는 개그우먼이면서도 남편에 대한 섭섭함을 방송을 통해 보여주면서 아줌마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이와 함께 20년 동안 인기를 끌어오면서 갖춘 개인기, 이경실, 양희은, 이성미 등 인맥도 상당해 현재 존재하는 여성 MC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그러나 남성 위주의 예능 MC 정글에서 박미선이 1인자로 올라서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판을 바꾸기보다 다른 판을 짜는 전략은 어떨런지.
김용만
최근 김용만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하차된 것으로 그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김용만의 실력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는 전형적인 호감형 MC로 군림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경규가 겪었던 슬럼프 정도는 있을 수 있지만 KBS '샴페인'에서 여성 MC들이 가장 함께 하고픈 MC로 김용만을 꼽았던 만큼 그는 넉넉하고 편안한 진행 방식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경규, 김국진, 조형기, 김구라 등 그의 절친한 세력들이 많은 만큼 그의 기회는 커질 수 있으리라 본다. 다만, '대망'을 일으키고 싶다면 '남자의 자격'의 이경규를 벤치마킹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휘재
'세 바퀴', '스친소 클리닉', '스펀지 2.0', '도전 1000곡 한소절 노래방'등에서 활약 중인 이휘재는 박미선, 현영, 이경실, 김나영,한성주 등 유독 여성들과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바람둥이 아이콘'으로서 자리매김해왔다. 특히 '스친소'에서 보는 사람도 설레게 하는 그의 감칠맛 나는 진행은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대세로 꼽히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우리결혼했어요'에서 조여정과의 가상 결혼생활을 예고도 없이 막 내리는 졸작을 선보인 것. 그는 KBS '삼촌이 생겼어요'에서 왕석현과 함께 리얼 버라이어티에 재도전한다. 이번 과제가 그의 예능 MC로서 가진 경쟁력이 진보할지 후진할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김구라
'라디오 스타', '절친노트', '붕어빵', '대망', 그의 캐릭터는 당분간 이변이 없는 한 존재감이 클 수밖에 없다. '라디오 스타'와 '명랑히어로'의 경우 김구라의 존재가 50%이상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고 제작진은 입을 모은다. 그가 거침없는 독설로서 게스트를 장악하고 김국진, 신정환, 윤종신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구라는 다 MC체제에서 관계와 캐릭터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잡다한 지식과 정보 또한 그의 개그를 풍성하게 만드는 토대다. 최근 아들 동현이의 활약으로 안티 세력도 호감 세력으로 전환되면서 김구라의 활약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인자 MC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독설을 무딘 칼날로 만드는 게 아니라 세련된 칼날로 다듬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신정환
예능계에서 그는 '예능 천재'로 손꼽힌다. 그만큼 탁월한 예능 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대책 없이 지껄이는 것 같아도 신정환은 흐름을 읽을 줄 안다. SBS '좋은 친구들' 시절부터 튀는 입담을 구사해 왔던 신정환은 KBS '상상플러스'로 빛을 봤다. 여러 번 잽을 날리면서도 귀여운 깐죽거림으로 당하는 게스트조차 웃게 만드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다 MC 체제에 적합하고 리얼 버라이어티에도 특유의 꾸밈없는 모습을 선보일 수 있으나 아쉽게도 '라디오 스타'는 흥했고 MBC '대망'은 미지수다. 신정환 자체가 1인자가 되기 위한 관심보다는 방송을 즐겁게 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한 성격이라는 주변의 말처럼 '여유'는 느껴지지만 프로그램에 따라 기복이 크다는 지적이다.
윤종신
가수로 불리기보다 예능인으로 유명해진 윤종신은 예능계의 다크호스다. 윤종신은 '라디오 스타'에서 '예능 늦둥이'로 활약을 펼치더니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유재석, 김수로와 '장년층 캐릭터'로 인기를 모은다. 신정환이 '귀여운 깐죽댐'이라면 윤종신은 '얄미운 깐죽댐'으로 정교하게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스타일을 구사하며 깔끔한 진행 실력도 갖췄다. 또한 가수 출신이라 '싱어테이너'들과의 관계도 돈독, '유 라인'이나 '규 라인'에 대적할 만한 '윤 라인'을 만들 수 있는 인물로 '싱어테이너'가 뜨면 뜰수록 윤종신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