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트로트, '뽕짝'과 뭐가 다를까

이수현 기자 / 입력 : 2009.04.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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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가수들 사이에서 트로트 곡 발표는 핫한 이슈가 아니다. 2007년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유닛 슈퍼주니어T(이하 슈주T)가 '로꾸거'를 부를 때만 하더라도 젊은 가수, 특히 아이돌 가수의 트로트 도전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2009년 현재 빅뱅의 대성이 '날 봐 귀순'과 '대박이야'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단 한 차례의 방송출연 없이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 1위 후보에 오르고, 소녀시대의 서현이 30살 차이나는 대선배 주현미와 듀엣으로 트로트곡을 발표하는 등 더 이상 아이돌 가수들의 트로트 도전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비단 아이돌 가수 뿐 아니라 발라드 가수나 댄스 가수들이 발표한 트로트곡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김종국은 최근 자신의 단독 공연에서 '따줘'라는 트로트곡을 공개, 입소문을 탄 인기에 힘입어 디지털싱글까지 발매했다. 왕년의 댄스가수 성진우는 '딱이야'를, 쿨의 김성수는 '까칠한 여자'로 트로트 가수의 세계로 발을 내딛었다.

이들이 선보이고 있는 트로트 곡을 통칭해 '네오트로트'라고 부른다. 이제 어느덧 가요계에서 당당히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네오트로트가 일명 '뽕짝'이라고 불리던 예전 트로트곡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샤방샤방' '로꾸거'..이건 무슨 말이야


이들이 부르는 트로트 곡이 기존 트로트와 가장 큰 차별화를 둔 부분은 신세대 가요팬들에게도 쉽게 각인될 수 있는 독특한 가사들이다.

슈퍼주니어의 '로꾸거'는 '거꾸로'를 말 그대로 거꾸로 뒤집은 단어다. 이들은 앞에서 읽어도, 뒤에서 읽어도 말이 되는 단어들을 조합해 가사에 사용, 독특하면서도 쉽게 기억에 남는 가사를 완성했다.

빅뱅 대성의 '날 봐 귀순'은 케이블채널 Mnet의 미팅 프로그램 '아찔한 소개팅'에 나간 경험을 바탕으로 빅뱅의 지드래곤이 직접 쓴 가사다. '아찔한 소개팅'을 시청한 팬들이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가사로 대성은 이 곡을 빅뱅 단독 공연에서 첫 선을 보여 큰 인기를 모았다.

최근 단독공연에서 불러 화제를 모은 뒤 디지털 싱글까지 발매한 김종국의 '따줘'는 나이트클럽에서 친구에게 마음에 드는 여자의 전화번호를 얻어달라는 내용으로 전화번호를 '받아낸다'의 뜻을 가진 은어 '따다'에서 유래한 제목이다.

이 밖에도 박현빈은 '샤방샤방'에서 '얼굴은 브이라인 몸매는 에스라인 아주 그냥 죽여줘요'라며 제목부터 가사까지 신세대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를 이용해 중장년층 팬 뿐 아니라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쉽게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건 댄스곡이야 트로트곡이야

형식적인 면에서도 이들의 트로트는 다양하게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트로트에도 랩이 들어가게 됐다는 것.

슈주-T는 댄스 그룹의 유닛답게 '로꾸거', '나같은 건 없는 건가요' 등 맛깔 나는 트로트 속에 적절하게 랩을 집어넣어 색다른 느낌을 줬다. 최근 '대찬 인생'을 발표한 박현빈 역시 객원 래퍼를 기용해 랩과 어우러진 트로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빠른 비트의 트로트곡에 어울리는 춤까지 선보이며 댄스곡과 트로트곡의 장르를 모호하게 하고 있다.

빅뱅 대성의 트로트곡에는 맛깔난 내레이션이 특징이다. '날 봐 귀순'에서 "안녕하세요 대성입니다~"라고 구성지게 외치는 목소리는 노래의 큰 인기 요인 중 하나였고 '대박이야'에서는 좀 더 랩에 가까운 긴 내레이션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친근함을 높였다.

트로트 듀엣곡 열풍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최근 30년의 나이차를 극복한 주현미와 서현의 '짜라자짜'가 소녀시대 바람을 타고 인기 행진 중이며 남진과 장윤정이 선보인 트로트 듀엣곡 역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네오트로트, 앞으로도 계속 되나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 씨는 네오트로트의 특징인 파격적인 가사와 곡의 구성에 대해 "멜로디 안에 리듬이 잘게 쪼개지기 때문에 가사가 온전히 붙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행한 후크송의 반복되는 가사와 유사한 맥락이란 해석이다.

이어 강 씨는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면서도 깊이 있는 성찰이 수반되지 않은 채 단순히 서로 다른 형태의 음악적 결합만 시도하다 보니 단순한 형식의 전환(랩의 첨가) 또는 기존 음악 형태에 새로운 뮤지션이 참여하는 정도 밖에 발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강 씨는 "트로트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심수봉처럼 자신의 목소리와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 줄 아는 경쟁력을 가진 걸출한 가수가 배출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이상 대안이 없는 현재 트로트계는 네오트로트 현상이 지속,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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