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왜 악역만 맡냐고? 거친 역을 맡을 뿐"(인터뷰)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4.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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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 <사진출처=영화스틸>


텁수룩한 수염, 노타이 차림에 거무튀튀한 얼굴이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다. 류승룡은 '박수칠 때 떠나라' '고마운 사람' '천년학' '황진이' 등 다양한 영화에서 특유의 낮은 목소리와 말투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지난해 겨울 마친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종이장사꾼 김조년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그는 김하늘 강지환의 '7급 공무원'에서 국정원 해외공작팀 하리마오의 팀자 원석 역을 맡았다. 그가 등장하는 신은 많지 않지만 신입 강지환을 교육시키고 성장시키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준다. "앉아! 누가 앉으라고 했어 "반말하지마라" 등 극중 그는 화를 내지만, 관객들은 그를 보고 웃는다.


류승룡은 "총 6회차 촬영을 했다. '바람의 화원'을 촬영하는 중 연락이 왔고 스케줄이 안된다고 했는데 제작사에서 기다려줬다"며 "너무 좋은 시나리오에 끌렸다"고 말했다.

거친 캐릭터 전문?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

류승룡이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7급 공무원' '고마운 사람'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의 캐릭터가 모두 거친 성격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거칠고 까칠하지만 정작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 보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극중 원석도 처음에는 재준에게 무관심으로 대하지만 후반부 끝까지 감싸줌으로써 속마음을 보인다.


류승룡은 "어떤 사람은 왜 악역만 맡냐고 한다. 그러나 실제 악역을 맡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거친 역을 맡는 것은 아마도 서민의 거친 역할은 체험하지 않으면 흉내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성격은 캐릭터처럼 거칠지 않다고 강조했다. 가령 극중 원석은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 못하지만 실제 성격은 정 반대라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는 애정 표현을 잘 하는 편이다. 돌려서 표현하는 것 자체를 잘 못한다"고 말했다.

나는 연예인이 아니 배우일 뿐

류승룡은 난타 1기 주연 멤버로 활동하던 중 장진 감독과 인연으로 영화판에 입성했다. '아는 여자' '거룩한 계보' 등 장진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장진 사단'이란 인식도 생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드라마 영화 등 경계를 넘나들며 올해 '7급 공무원' '비명' '세이빙 마이 와이프'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연예인이 아닌 배우라고 말했다. 굳이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지도는 욕심이 난다. 류승룡이 인지도에 욕심을 내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배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시나리오와 사람이다.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하는 작품이 있고 작품만 보고 가는 경우가 있다. 가령 '세이빙 마이 와이프'는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또 '천년학'의 경우 임권택 감독님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출연하게 됐다"

그는 자신의 소모되는 느낌을 받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한다고 전했다. 현재 남상미와 촬영 중인 '비명'을 위해서 8kg 가까이 몸무게도 감량했다.

그는 아픈 딸을 가슴에 묻어두고 일하는 형사 역을 맡았다. 부성애가 느껴지는,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자상한 아버지, 사랑스러운 남편 그리고 행복

류승룡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은 그가 무뚝뚝한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느릿하게 농을 던지는 말투에서 더욱 확신을 가졌다. 그가 인터뷰 중 가장 눈빛을 반짝 거리며 이야기한 것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힘든 것 같다. 배우로서 좋은 점?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월요일에 놀이동산에 가면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는 아내에 대해 "33살에 결혼했지만 여전히 사랑한다. 직접적이 애정표현도 많이 한다. 옆에 있어주는 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에 대해 "아이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가르치는 것을 강요하기보다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는 질문에 "그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질문이다.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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