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유혹', '막장'으로 시작해 '막장'으로 끝나다

김지연 기자 / 입력 : 2009.05.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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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독기를 품고 돌아온 여자 장서희의 복수 극은 참으로 많은 이를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오후 7시대 방송이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연출 오세강ㆍ극본 김순옥)은 방송계 큰 파란을 일으켰다.

92년 이래 방송된 방송 3사 일일극 중 평균 시청률 26.9%(AGB닐슨 기준)로 역대 14위를 차지했다. 놀랄만한 성과다.


하지만 이 같은 시청률 면에서의 성공과 별개로 ' 아내의 유혹'은 지난해 11월3일 첫 방송과 함께 자극적 설정과 소재로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의 중심에 섰다.

죽은 줄만 알았던 조강지처 구은재(장서희 분)가 살아 돌아와 자신을 버린 남편과 친구 신애리(김 서형 분)에게 복수한다는 설정 자체에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람이 다른 옷과 화장을 한다 해도 성형수술 도움 없이 점 하나만 찍었을 뿐인데 어떻게 모든 사람이 알아보지 못한단 말인가.

하지만 극의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이런 무리한 설정까지도 뛰어넘게 했다. 급기야 '아내의 유혹'의 매력에 푹~ 빠진 시청자들은 "'아내의 유혹'이니까, 불가능할 게 뭐 있냐"는 반응까지 보였다.


허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해도 너무했던 '아내의 유혹'은 연장과 함께 극이 막바지에 다다를 수록 출연 배우들조차 공감할 수 없는 스토리로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시청자들의 믿음을 배신했다.

진짜 민소희(채영인 분)가 살아 돌아오면서 그야말로 '은재의 복수'는 오간데 없고 '소희의 복수 극'으로 변신,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은재의 거침없는 복수에 통쾌해 하던 시청자들도 갑자기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오죽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출연배우는 "왜 내용이 이렇게 가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했을까.

물론 '아내의 유혹'은 분명 한국 드라마 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간 금시기 됐던 드라마 설정들을 전면에 내세워 내용의 한계를 뛰어넘었으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케 했다. '막장'으로 시작해 '막장'으로 끝났지만 그 역시 우리사회의 처절한 단면을 엿보게 했다.

한편 이날 오후 방송될 '아내의 유혹' 최종회는 애리가 자신의 악행을 속죄하며 은재가 죽은 줄 알았던 바다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이를 말리던 교빈과 함께 물에 빠져 죽는 것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내달 4일부터는 김지영 김호진 손태영 주연의 '두 아내'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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