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원해도 '프린스'는 부담스럽다?!

김겨울 기자 / 입력 : 2009.05.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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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공중파 3사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 경쟁이 뜨겁다. 특히 어느 때보다 방송사 경영난이 심각한 요즘, 광고 수주에 도움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은 낙엽 떨어지듯 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만큼 신상 프로그램의 진입 역시 만만치 않은데, 2009 KBS와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의 서로 다른 행보가 눈길을 모은다.

◆ '남자의 자격'이 '남자의 성공'이 되다


지난 3월 29일부터 방송됐던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은 주간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인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를 상대로 '의외'로 선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실 방송 전 예고됐을 때만 해도 폐지된 SBS '라인업'의 이경규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재기할 수 있는지 여부와 김태원, 이정진, 김성민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경험이 드문 연예인들이 대거 포진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특히 '패떴', '무한도전', '1박2일' 등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준 것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은 편견을 깨고 치열한 주말 예능 프로그램 입성에 성공했다. 왜?

우선 '24시간'이란 포맷이 신선하게 다가 온 것을 꼽을 수 있다. '1박2일'이 목적지 위주인 장소로 패턴이 진행된다면 '패떴'은 게스트 환영, 집 주인이 시킨 일, 잠자리 선정 등 일과로 된 패턴으로 꾸려진 형식을 보인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은 시작점과 마무리 지점이 명확한 '24시간'이란 시간의 패턴으로 만들어졌다. '남자의 자격'은 프로그램이 진행될 동안 24시간이 카운트다운 되며 멤버들이 변화된 모습들이 보여줘 긴장감을 심어준다.

이와 함께 기존의 캐릭터 구성과는 차별화를 둔 멤버들의 조화도 새롭다. 독단적인 이경규를 저지하는 '작은 형' 김국진, 이경규에 한(恨)이 많은 '후배' 이윤석, 이경규가 만만하게 보지 못하는 '선배' 이외수 남진의 등장,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과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예상 밖의 예능감을 보여주고 있는 '환자' 김태원, '진지남' 김성민, '완소남' 이정진이 그들이다. 거기에 깐죽대는 '막내' 윤형빈까지.

이들은 성공을 하고 싶은 생각이나 '농활' 온 학생들의 즐거움도 'MT' 온 학생들의 개고생도 없다. 그냥 24시간동안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겠다는 약속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무한도전'처럼 에어로빅, 밴드 등을 성공시키는 '포레스트 검프' 식 감동을 주거나 '1박2일'처럼 강압적이게 복불복 게임을 하며 웃음을 주지 않는다.

금연 미션을 하던 이윤석이 도망가서 담배를 피울 수도 있고 해병대 체험을 하던 김태원이 못한다고 기권할 수 있고, 육아미션을 하던 김국진이 포기하고 "개판이야"라고 소리 지르는 것이 이들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들의 행동에 공감대를 가지며 거기에서 유발되는 '재미'를 즐긴다. 마치 '세바퀴'의 아줌마들의 수다가 진정성을 담는 것처럼 말이다.

◆ '퀴즈 프린스'가 부담스러운 이유

'대망'이 대단하게 망한 뒤로 생긴 태생적 슬픔을 안고 출발한 '퀴즈 프린스'. 이번에도 프로그램이 조기 종영되면 어쩌나 하는 자학 개그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시청률 3.3%(TNS 미디어 기준), '일밤'의 20년 역사에서 비(非) 드라마 시청률 185위, 밤 12시대 프로그램들보다 낮은 시청률의 '굴욕'을 안았다. 왜?

우선, 포맷. 2003년 타사에서 인기를 끌었던 예능 프로그램인 '금지어'를 쓰면 벌칙을 받는다는 포맷(당시 타사는 물에 빠졌고 이번에는 거품에 빠지는 것이 차이다)이 구식이라는 평이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와 MBC '세 바퀴' 등 과거에 비해 정제되지 않은 다소 과격한 언어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게 '금지어'를 설정해 MC들의 입에 자물쇠를 채운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또한 강호동이 텐트도 없이 야생에서 자고, 이효리가 진흙탕에서 뒹구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끔한 파스텔 톤 정장을 차려입은 MC들이 거품 목욕 좀 한다고 시청자들이 '몸 개그'라 열광하지 않는다.

게다가 타사에서는 이천희, 박예진, 양정아, 진재영, 김성민 등 새 얼굴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 김용만, 김구라, 이혁재, 신정환, 탁재훈 매번 보는 조합이 신선하진 않았다. 김구라와 신정환, 게다가 일일 MC로 나선 이하늘의 조합은 '명랑히어로'의 재탕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마지막으로 신동엽(첫 회만 게스트 MC로 합류), 홍준표 의원 등 예능 프로그램에 잘 출연하지 않는 고급스런 게스트를 섭외한다는 의지 표명이 부담을 더한다. 그러나 '퀴즈 프린스'가 이준기, 김래원과 같은 대중 스타부터 황석영, 이외수, 엄홍길 등 사회적 인사까지 어우르며 재미와 감동을 줬던 '무릎팍도사'와 같은 성공을 할 수 있을지는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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