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해외에 나가 백짓장이 된 것 같다"(일문일답)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5.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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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임성균 기자 tjdrbs23@


전지현이 돌아왔다. 12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지현은 연기, 생활 그리고 최근 붉어진 휴대폰 복제 사건과 화교 설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놨다.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 '데이지'를 통해 청순한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그녀가 오는 6월11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블러드'에서 지금까지 청순 발랄한 이미지를 벗고 극중 스스로도 피를 마셔야 살 수 있는 16세 뱀파이어 헌터 사야 역을 맡았다.


그녀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지만 아시아인으로 표현되기를 원했다"며 "감독 등의 스태프들이 원작에 충실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에서는 화려한 액션이 예상된다. 칼을 휘두르고 그녀의 발차기에 악당의 목이 날아간다. 전지현은 한 달 내내 비를 맞으면서 촬영을 했다.

전지현은 "지금까지 다른 생각 안하고 일만 해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당시 그 감정들을 몰랐던 것이다"며 "지금은 나이가 든다는 것, 연기를 하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수록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20대의 마지막을 할리우드 진출로 시작한 그녀,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다짐한다. 다음은 전지현의 일문일답.

-처음 액션영화에 출연했는데

▶아무 것도 몰랐으니깐 시작을 했다. 사람은 간사한 것 같다. 스태프들에게 이 영화가 끝나고 또 다른 액션 영화를 제의 받거나 욕심을 낸다면 지금의 기분을 상기시켜달라고 했다. 한 달 내내 비를 맞으며 촬영하기도 했다. 그것은 정말 사람이 이상해지는 길이다.

촬영을 아르헨티나에서 한 달, 중국에서 한 달 했었다. 집을 떠나 있으니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것과는 정말 딴 판이었다. 오지인데 외국 사람들이 정착을 할 정도로 다른 곳이다. 레스토랑 같은 곳도 청담동의 맛있는 파스타나 치즈 케이크 등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무척 시골이라 고생할 줄 알았다. 조금만 나가면 시장인데 밭에서 일궈서 그런 것을 판다. 그렇게 신선한 채소랑 과일 등을 처음 먹어봤다. 중국에서 먹었던 복숭아는 달고 맛있었다.

-출연은 어떻게 해서 이뤄졌는지?

▶출연 제의가 있었다. 국내와 해외에서 다수 팬을 확보한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너무나 사야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그때부터 꽂혔다. 평소 건강한 것을 좋아하지만 운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야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뒤에 조금씩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런닝머신을 처음에는 10분을 해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매일 60분 운동을 하지 않으면 하루 시작을 못한다.

-전지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처음 촬영장에 갔을 때 감독님의 작품들도 모르고, 스태프들도 나에 대해서 몰랐다. 이에 다른 생각할 것 없이 믿음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익숙하고 걸어왔던 길이 있었다.

이에 조금만 해도 정말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칭찬 받는 일들이 많았다. 배우로서 그런 점이 안타까웠다. 해외에 나가서 백짓장이 된 것 같다. 새로 색깔을 입히는 기분이었다.

만약 한국에서 뱀파이어 역할을 맡았다면 기존에 생각하던 전지현의 색깔을 입히려고 했을 것 같다. 해외에서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저도 모르게 그들에게 맡기면서 내가 하는 만큼 색깔을 입힐 수 있게 된 것 같다.

-한국 관객들에게 '블러드'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는지. 일본색이 강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물론 해외에 진출했을 때 저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저는 일본인이 아니라 아시아인으로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프랑스 감독, 프로듀서, 미국, 홍콩, 영국 팀이 애니메이션을 잘 살리고 싶어 했다. 이에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무너뜨리지 않는 면에 중점을 뒀다.

-언어가 가장 큰 장애였을 것 같은데.

▶여배우로서 새로운 영역을 깨트린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것 같다. 어떤 경험이나 노하우 없이 몸을 부딪치면서 배웠던 것 같다. 제가 처음부터 잘 했으면, 누가 가르쳐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어의 장벽은 있었다. 영어로 연기를 할 때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어렵고 이상했다. 맞다 해도 징그러운 것 같고 굉장히 힘들었다.

-한국 영화 작업과 달랐던 점이 많았을 것 같다.

▶한국영화 현장에서는 촬영 후에 모니터로 돌아와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블러드' 촬영장에서는 그런 점이 부족했다.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감독님이 프랑스 분이라 그런지 몰라도 직접 카메라를 잡으신다. 또 카메라 워킹이라든지 현장에서 연기하는 방법이 오픈되어 있었다.

할리우드에서는 용돈도 나오고 워킹 타임이라고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있고 일주일에 하루 쉬는 데이 오프, 점심 저녁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게 오버가 되면 노동 착취라면서 컴플레인을 건다. 그 분들 덕에 신기해하면서 일했다. 하다 보니 한국 배우는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현이는 컴플레인을 안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지만 막상 시간에 쫓기니깐 한국과 비슷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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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임성균 기자 tjdrbs23@


-캐릭터 구축에 있어서 참고했던 영화가 있는지?

▶처음에 원균 감독에 대해 '여자의 액션을 아름다운 선으로 표현하는 감독'이라고 소개 받았다. 함께 해보니 여자 배우와 잘 맞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원균 감독이 영화 '니키타'를 보라고 말했다. 당시 '니키타'는 새로운 면이 많았다. 여자가 액션을 할 때 부드러우면서 새로운 액션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었다.

-최근 전지현이 화교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는데.

▶믿는 사람이 있어요? 그 문제에 대해서 말을 들었다. 그렇지만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오후가 될수록 사건이 심각해졌다. 이에 "왜 이렇게 이야기가 나갈까" "나도 모르는 가족사가 있나" 라는 생각을 하고 가족에게 물어봤다. 묻는 저도 황당하고 대답하는 가족도 황당했다. 저의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화교와 상관없다.

-휴대폰 불법복제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는데.

▶갑자기 사건이 터져서 저도 당황했다. 물론 힘든 시기도 있었다. 당시 재계약을 해야하는 시점이었다. 이에 전지현이 싸이더스HQ와 재계약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관심사였다.

사람은 문제에 대한 대답을 믿고 행동을 보고 판단을 한다. 제가 여태까지 걸어왔던 길은 (회사와) 같이 오지 않았으면 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당시 재계약 시점에서 회사와 재계약을 안하고 혼자 일할 수도 있었다. 또 저는 이별을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재계약을 하면서 보완할 부분은 보완하고 채워나갈 점은 채워나갔다. 또 그런 점에 있어서는 일이 먼저였다.

아쉬운 점은 제 사건이 터지면서 매니지먼트업계에 대해 안 좋은 시선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굉장히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이 한류를 만들었고 큰 경쟁력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한 시선 때문에, 한 쪽의 편향된 생각 때문에 이쪽 연예 매니지먼트나 방송 문화에 대해서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안타까웠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기대해도 되는지?

▶제가 연기경력 활동에 비해서 다양한 활동을 보이지 못한 점, 노력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어떻게 보면 다른 생각 안 하고 일만 해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때 그 감정을 느꼈던 그 순간들을 몰랐던 것이다.

그 소중함을 지금은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배우로서 나이가 든다는 것, 연기를 표현하다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수록 아름답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많이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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