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왼쪽)과 박지윤 |
하얀 백지 위에 작게 담겨 있는 사진과 보랏빛 꽃. '여백의 미'가 물씬 풍기는 앨범 재킷이다. 현란한 조명 속 한껏 차려 입은 모습 대신 수수한 평상복 차림의 그녀가 담겨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박지윤의 7집 '꽃, 다시 첫 번째'.
요즘 이처럼 무한반복과 자극적인 가사 그리고 격렬한 안무라는 '대박 코드'를 무시한 음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음반'들이 대중가요계 새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소장 대신 소비에 초점이 맞춰진 음악이 봇물을 이루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이런 도전에 적잖은 가요 팬들이 환영의 뜻을 비치고 있다. '지' '토요일 밤'에 등 발랄하고 유쾌한 노래도 좋지만 휴식 같은 정제된 음악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거스른 어쿠스틱한 사운드로의 회귀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박지윤 소속사 전승휘 대표는 14일 "솔직히 나는 댄스나 비트 있는 음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지윤의 의견은 달랐다"며 "이에 수많은 고민과 회의 끝에 이번 음반이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요즘 어쿠스틱한 음반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위험부담을 안고 내린 결정이지만, 도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지윤에 앞서 김동률은 지난해 5집 '모놀로그'로 가요계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요즘 추세와는 전혀 다른 음악으로. 별도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 없이 음반 판매 10만 장을 돌파한 그를 통해 작아지기만 하는 가요시장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오랫동안 음악 프로그램 PD로 활약한 한 관계자는 "아이돌의 음악이 음악방송과 인터넷에서 크게 이슈가 되기 때문에 이들의 음악이 대중가요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팬 중 적잖은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악을 듣고 있다"며 "이들을 위해서라도 대중가요의 다양성 보장은 중요하다. 때문에 '대박코드'를 배제한 음악도 충분히 승산 있고 꾸준히 나와야 가요시장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