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좋아하고 존경할수 있는 관객 위해 영화만든다"(인터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5.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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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칸의 영진위 부스에서 홍상수 감독이 '해변의 여인'의 한 장면처럼 도형을 그려가며 자신의 영화관을 설명하고 있다.


홍상수 감독이 다시 칸을 찾았다. 그는 신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제62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올해로 다섯 번째 칸을 방문했다. 99년 '강원도의 힘'이 칸영화제에 초청된 이후 10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홍상수 감독은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했다. 일상의 소소함 속에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담는 서사 구조를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그의 영화에 유명 배우들이 돈 한 푼 받지 않고 기꺼이 출연하는 것은 홍상수 감독의 세계가 가진 깊이 때문이다.


17일 칸 해변에 위치한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홍 감독을 만났다.

-어제 가진 기자회견에서 '왜 이런 영화를 만드냐'는 질문을 받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감독으로 출연한 김태우가 영화과 학생에게 받는 질문이기도 한데.

▶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적은 돈이지만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 그 때마다 왜 만들었나라는 이유가 다르다. 물론 주위에서 도와줘서 가능한 일이다.


-예전에는 트리트먼트라도 있었는데 이번 영화는 아예 그마저도 없었다던데.

▶ 처음 3번까지는 시나리오가 있었다. 그러다 트리트먼트로 작업을 했는데 점점 트리트먼트 두께가 줄어들더라. 한계까지 밀려오는 압박이랄까, 그런 작업에서 영감을 얻는다.

-선호하는 배우들이 뚜렷한데. 김태우도 이번이 3번째 작업이다.

▶ 같이 몇 년 하면서 분명히 선호하는 배우는 있다. 하지만 새로운 배우들을 만나서 새롭게 얻는 것도 많다. 물론 내가 삶을 이야기할 때 필요한 인물형이어야 한다. 이번 영화의 경우 하정우는 고현정의 소개로, 공형진은 우연히 공항에서 만나서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단 이야기를 들은 것을 기억해 같이 하게 됐다.

-작품 속 주인공이 감독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번에도 감독 역으로 출연한 김태우가 입는 바지가 홍 감독 바지 아닌가.

▶ 말이 좀 많은 영화고, 감독이 나오는 영화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서 움직이는 말이 그를 통해 나오는 건 아니다. 이젠 작품 속 주인공과 거리가 생긴다. 나랑 너무 닮으면 객관화할 수가 없고, 너무 멀면 상투적이 될 수 있어서 중간에 놓으려 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란 제목이 독특한데.

▶ 누구랑 이야기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란 단어를 들었는데 그 단어가 귀에 꽂혔다. 보통 제목을 그렇게 꽂히는 단어로 짓는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파리에서 본 포스터고, '밤과 낮'은 당시 미국에 있다가 집사람과 통화하면서 그곳과 이곳은 밤과 낮이겠구나라고 생각하다 짓게 됐다.

-더 많은 관객보단 홍상수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 사람들에겐 영화를 볼 때 습관화된 기대치가 있다. 그 기대치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차이가 있다. 그 갭을 억지로 줄이려 하다보면 내가 영화로 하고 싶은 것을 저버리게 된다.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지만 관객을 무엇인가 만족시키기 위해 영화를 만들고 싶진 않다. 적은 관객이라고 없는 게 아니다. 내가 상정하는 관객은 좋아하고 존경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들이다.

-반복을 이야기 서술의 주요 방식으로 사용하는 까닭은.

▶ 인생을 흔히 직선이라고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다시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그런데 인생은 그렇게 직선으로 존재한다기보다 특정한 부분이 반복하면서 연결된다. 그래서 우리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반복이 좋다. 또 난 일상과 미세를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데 반복을 사용하면 그 차이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됐는데.

▶ 사람은 있는 그대로를 볼 때 해방되는 게 있다. 경쟁은 경쟁 부문을 선정하는 사람이 선택을 해서 오는 것이다. 감독주간은 감독 주간을 선택하는 사람이 택해서 오는 것이고. 그게 있는 그대로다.

-차기작을 8월부터 들어갈 계획이라던데. 제목은 정해졌나.

▶ 그나마 제목 하나 정했기에 이야기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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