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필름의 경찰은 영원히 무능하다

김관명 기자 / 입력 : 2009.05.2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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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살인의 추억' '마더'.


2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마더'. '바보' 아들(원빈)의 살인누명을 벗기기 위해 백방으로 애쓴 어머니(김혜자)의 이야기를 범죄 스릴러에 담았지만, 역시나 눈에 띄는 건 예의 봉준호 필름에서 노출돼 온 '대한민국 경찰의 무능함'이다. 오판에 오판, 덤태기에 덤태기를 거듭하는 그들의 '순박한'(?) 무능함이라니..

2003년작 '살인의 추억'은 연쇄살인에 속수무책일 뿐인 경찰들의 한 맺힌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시골형사' 송강호가 아무리 인간적이고 푸근했더라도, '서울형사' 김상경이 아무리 과학수사를 외쳤어도 결과적으로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 단지 실패했다고 해서 무능하다는 게 아니다. 범인이 워낙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신출귀몰범이었으니까. 또 경찰이 범인보다 항상 늦는다는 건 이런 장르영화의 단골 법칙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살인의 추억'이 빛난 건 봉 감독이 경찰의 무능함을 '돌려 꼬집는' 기상천외한 그 방식 아닐까. 70년대 올드 TV드라마 '수사반장'을 보면서, 자장면을 먹으며, 주제가 음악을 따라하는 대한민국 경찰 송강호. 이 인간적이고 훈훈한데다 웃음까지 슬쩍 나오는 모습이야말로, "밥은 먹고 다니냐?"는 용의자를 향한 쓸데없는 동정심과 함께, 연쇄살인범을 추격해야 하는 송강호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었던 게다.

서울형사 김상경은? 꼬박꼬박 '증거수사'를 외치는 이 얄미운 형사에게는 "그렇다고 경찰이 싸움을 그렇게 못해서 되냐?"는 말이 제격이다. '머리만 앞서는' 이 경찰에게 송강호가 던진 이 한 마디야말로 봉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경찰의 또 다른 무능함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살인의 추억'의 경찰들, 비 오는 날 진짜 고생은 많이 했지만 악질 범인을 쫓아가기엔 그들은 너무 순했고 더뎠고 인간적이었다.

2006년을 달뜨게 했던 괴수영화 '괴물' 역시나 경찰의 무능은 빛났다. 한강에 출몰한 이 거대한 양서류 괴수 앞에 어느 인간이 무능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경찰은 이 와중에도 무능을 뽐냈다. 괴수가 낚아채간 막내딸(고아성), 죽은 줄 알고 장례식까지 치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가족은 수색작업에 나서달라고 경찰에 통사정하지만, 우리의 경찰은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의 박해일은 화염병을 들고, 배두나는 양궁을 들었더랬다.


이처럼 경찰이 무능하면 소시민이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제대로 보여준 영화가 바로 이번 '마더' 아닐까. 동네 여고생이 옥상에서 시체로 발견됐고, 유력한 용의자로 '아들' 원빈이 지목됐으며, 너무나도 스피드하게 원빈은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것. 원빈이 범인이 아닌 건 관객도 알고 '엄마' 김혜자도 아는데 경찰만 몰랐다. 그래서 세상 물정 잘 몰랐던 '대표 소시민' 김혜자는 홀로 비를 맞고 뺨을 맞고 오줌도 지린 채 진범을 잡기위해 갖은 생고생을 해야 했다.

원빈이 살인누명을 쓰기 전엔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자기를 치일 뻔하고 그냥 내뺀 뺑소니 차량, 친구 진구와 함께 골프장을 향해 쫓아간 것까진 좋았다. 화난 김에 벤츠 오른쪽 사이드미러, 발로 냅다 질러 깨뜨린 건 분명 진구인데 덤태기는 이 순진한 원빈에게 씌어졌다. 진구의 거짓말에 그대로 속아 넘어간 경찰 윤제문, "그거 비쌀텐데.."라며 안쓰러워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봉 감독은 슬쩍 경찰을 향해 아마 이번 영화에서 가장 '센' 유머를 날린다. 여고생 시체가 발견된 직후다. "요즘 경찰, 현장보존 잘 하네?" "요즘 순경들이 'CSI'를 많이 봐서 그래요!" 과연 이 대사는 칭찬일까, 냉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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