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석 "강렬한 오버보다 은근한 일상을"(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6.0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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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희석을 만났다. 뒤늦게 영화계에 발을 디딘 그는 '뜨거운 것이 좋아', '오래된 정원', '아주 특별한 손님' 등 작품마다 은근하지만 잊기 힘든 자국을 남기고 있다. 강렬하지 않아도 오랜 여운을 남기는 그의 연기처럼 윤희석 역시 담백하고 진중했다.

알려졌다시피 오만석, 이선균과 함께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 동창. 재주꾼 친구들처럼 그 역시 만만찮은 춤과 노래실력을 지닌 재주꾼이다. 그는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에 "배우로선 약점일 수도 있다"며 3번밖에 하지 않은 뮤지컬이 다행히 모두 반응이 좋은 덕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지금이야 좋은 목소리라고 하시지만 예전엔 다 단점이라고 했어요. 선균이 같은 경우엔 '목욕탕 목소리'라고 혼도 나고요. 모노톤이라, 작품에서 목소리가 일정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일부러 드라마 할 때는 톤을 올리는 편이에요. 다양한 연기를 하려면 목소리도 다양한 게 좋지요. 노래도 연기와 같은 것 같아요. 폭넓은 음역대를 갖는 게 배우에게는 좋다고 생각해요."

최근 막을 내린 '고궁뮤지컬 대장금'에서 남자주인공 민정호 역을 맡은 그는 새로운 민정호를 만들었다. 드라마와즌 전혀 다른 전개에 관객 반응도 뜨겁다. 윤희석은 드라마에서 진중한 남자 주인공이었던 민정호를 뮤지컬에서 유쾌하고 따뜻한 인물로 바꿔놨다. 그는 뮤지컬 속 민정호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지진희가 연기했던 민정호와는 다른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조광조의 정치개혁 이야기까지 들어간 저희 뮤지컬이 조금 무겁다고 해서 민정호의 모습에 코미디를 가미했어요. 웃으며 잘 보고 나서 '그러고 보니 왜 민정호가 코미디해?' 그러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전략적인 거죠. 제가 조금 욕을 좀 먹더라도 전체를 살릴 수 있게. 뮤지컬을 하기 전에 드라마 '대장금' 대본을 다시 봤어요. 민정호는 너무 재밌는 캐릭터더라고요. 장금이랑 농담도 많이 하고, 허무개그도 많아요."


그러나 그는 오버하는 것이 활력있는 것으로 보이는 뮤지컬 무대가 힘겨울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윤희석은 오히려 있는 듯 없는 듯 일상적이고 담담한 생활 연기를 잘 하는 것이 정말 연기를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배우다.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이미숙의 마음을 빼앗을 때, '오래된 정원'에서 "전두환 죽여버릴까요" 같은 대사를 날릴 때,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인상적이었던 그의 모습이 생각났다.

"강렬한 오버 연기가 더 쉬울 수 있어요. 싸우고 화내는 연기가 더 쉬워요. 못하는 연기가 상황에 묻히거든요. 저도 한때는 TV를 무시하고 그랬어요. 일상적인데 티가 나지 않는 연기들, 그게 정말 쉽지 않아요. 하지만 손현주 선배 같은 분들이 연기하시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그런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고 싶고요."

혹시 튀지 않는 만큼 더딘 인기 몰이가 아쉽지는 않을까. 윤희석은 "느려서 원래 아저씨 같다는 말도 듣는다. 아이돌 스타가 될 나이도 지났는데…"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배우로서 일하고 있는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촌스럽지 않은 작품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홀로 튀어오르기보다는 작품에 녹아나길 바라는 배우. 자기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윤희석은 장훈 감독의 새 영화 '의형제'로 다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강동원과 함께 한국에 침투한 간첩 중 한 사람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가 어떻게 작품에 녹아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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