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자수민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자수민. 향기로운 꽃 재스민이 생각나게 하는 이름이다. 하지만 이 이름에는 자수민의 힘들었던 시간들이 농축돼 담겨있다.
"본명은 김현미에요. 수민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할 때 라이브 카페에서 사용하던 이름이죠. 작명소에서 김수민이란 이름을 받아서 사용하다가 한 선배가 장난처럼 '자수민'이라고 부른 게 지금의 제 이름이 됐어요."
데뷔까지 총 7년여의 언더그라운드 생활을 했던 자수민은 트로트로 데뷔했다. 처음 자신이 음악을 시작했던 성악도 아니고, 언더그라운드 생활 당시 계속 해왔던 포크, 모던록도 아니다. 장윤정, 박현빈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 때문에 많이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27세의 자수민에게 트로트 제안은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제 목소리에 트로트 느낌이 강하게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전 모던록을 하고 싶었고 선배들과 밴드 만들고 공연하면서 트로트를 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죠. 하지만 막상 트로트란 걸 접하고 나니 제 길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나라 국민들만이 뽑아낼 수 있는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인 것 같아요."
그가 야심차게 선보인 곡은 '땡겨'. "땡겨 땡겨 땡겨요~"란 가사처럼 한 번 들으면 자꾸 귀에서 '땡기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노래다. 그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시절 같이 음악을 하던 선배 작곡가가 덥석 안겨준 곡이다. 별 생각 없이 가이드를 만들고 녹음까지 물 흐르듯 진행됐지만 더 많이 공을 들인 곡들보다 더 반응이 좋았다. 자수민은 "편하게 불러서 그런가보다"며 웃었다.
7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범한 각오가 필요했을 터다. 자수민에게 있어서 가수 데뷔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게 해줬던 원동력은 그의 어머니였다. 자수민은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성악을 포기했다. "성악 대신 공부를 하겠다"고 먼저 말을 꺼낸 딸에게 자수민의 어머니는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자수민은 지금 가수가 된 자신이 몹시 자랑스럽다. 하지만 지금 이 같은 자랑을 받아줄 어머니는 안타깝게도 세상에 없다.
"제 20대 초반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힘든 시기도 이 악물고 버텼죠. 한 때는 '사람이 이래서 미치는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주위에서 노래할 수 있게 도와준 분들이 많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지금도 제가 잘 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머니에요. 제가 노래하는 걸 굉장히 자랑스러워 하셨거든요."
가수 자수민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늦깎이 신인인만큼 얼른 정상에 서고 싶은 욕심에 조바심이 날 법도 한데 자수민은 마냥 여유롭기만 했다. 이 여유는 힘들었던 지난 7년이란 시간이 준 선물이었다.
"경쟁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자기 주관만 확실하고 음악에 대한 생각만 뚜렷하다면 문제없다고 생각하죠. 저와의 싸움이 힘들지 다른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자수민의 좌우명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현명한 사람이 되자'다. 자수민에게 현명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물었더니 "무리한 상황에서 고집을 피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앨범 녹음 전 무리를 해서였는지 목이 안 좋아졌어요. 녹음이 코앞이었는데 안 낫더라고요. 하지만 그 때 녹음을 제대로 못하면 준비된 일정이 다 어긋나게 되는 상황이었어요. 자책감 때문에 너무 힘들었죠. 하지만 결국에는 빨리 나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안 낫는다는 걸 알게 됐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더니 거짓말처럼 낫더라고요."
자수민의 희망은 트로트계에 한 획을 긋는 가수가 되는 것이다. 심수봉, 이미자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처럼 자신의 색을 확실히 갖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은 트로트 가수로서의 길을 결정하고 난 뒤부터 끊임없이 꾸고 있다. 자신만의 곡을 선보이기 위해 항상 녹음기도 갖고 다니면서 그 때 그 때 생각난 멜로디를 녹음하기도 한다.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우선은 제 노래를 많은 분들이 알게 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지 다 할 거에요. 아무리 힘든 일이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지난 7년 세월을 겪고 나니까 힘든 것도 감사하더라고요. 어떤 일이라도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자꾸 좋은 일들만 생기는 것 같아요."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결국은 활짝 꽃피운 자수민, 그에게서는 재스민보다 더 고운 향기가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