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현이란 이름은 생소해도 '선덕여왕'의 당찬 아역은 많은 시청자들이 기억할 것이다. MBC 대하사극 '선덕여왕'에서 어린 덕만공주를 맡은 남지현은 나이답지 않은 당차고 똑 부러진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길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 용인 세트에서 마지막 촬영을 마친 남지현은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며 천진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촬영이 끝나 홀가분하지만 같이 고생한 언니 오빠들과 헤어져야 하는 게 못내 섭섭한 눈치다.
지난 2월부터 중국의 사막과 전국 곳곳을 누비며 촬영한 지 어언 4개월. 남지현은 "가장 고생한 중국 사막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고생은 저만 한 게 아니다"고 스태프를 챙겼다. '나'가 아닌 '우리'를 챙겼던 어린 덕만의 성품이 남지현에게서도 묻어났다.
아직 어린 만큼 '선덕여왕' 캐스팅 제의도 부모님을 통해 받았다. 당시엔 무엇보다 단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사막이 막 중학교 2학년이 된 남지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생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제가 '로비스트' 때도 그렇고 해외 촬영을 많이 다녔어요. 그런데 사막은 처음이었거든요. 촬영하면서 사막도 가볼 수 있겠다, 여태까지와 다른 걸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고생이었는데, 그땐 그렇게 어려울 줄 몰랐죠.(웃음)"
고생이 통한 걸까. 사막에서 처음 등장한 남지현의 열연에 시청자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그에게 반한 박상연 작가가 "고현정보다 더 대단한 연기를 펼치는 아역이 나타났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그러나 남지현은 "아직 촬영장을 벗어나보지 못해 문자로 잘 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전부"라며 "드라마 게시판은 읽어봤다"고 수줍게 웃음을 지었다.
실제 남지현은 2004년부터 연기를 해 온 5년 경력의 배우. 각종 영화는 물론이고 '로비스트', '대왕세종', '에덴의 동쪽' 등 대작에도 연이어 출연해 왔다. 그러나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적은 없다.
남지현은 "대본을 주시면 그냥 그걸 열심히 본다"며 "현장 감독님께서 지시해주시면 대본을 꼼꼼하게 보는 게 전부"라고 설명해 어안을 벙벙하게 했다. 남지현을 지켜 본 드라마 관계자는 "배역에 몰입하는 것이 대단하다"며 "선배들과 만나도 주눅들지 않고 제 몫을 해낸다"고 평가했다.
카메라 앞에서는 당찬 배우지만 실제 남지현은 여느 또래와 다름없는 중학교 2학년생. 학교에서도 모범생으로 잘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기말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한 적도 있다는 후문. 그러나 남지현은 "전교 1등은요, 아니에요. 헤헤헤"라며 수줍게 웃음을 지었다. 촬영 때문에 시험도 못 보고 따라가려면 큰일났다고 슬며시 푸념도 했다.
남지현에게 꿈을 물었다. "아직은 아역이라 배우가 될지 확실한 건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앞으로 뭐가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저 열심히 하려구요"라고 털어놓는 이 다재다능한 꼬마숙녀의 미래가 정말로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