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서영희 "사막신 찍다 눈코귀에 흙 다 들어가"(인터뷰)

김겨울 기자 / 입력 : 2009.06.2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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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은 작가


MBC 대하사극 '선덕여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소화(서영희)가 덕만(남지현)과 모래사막에서 죽음의 이별을 맞는 장면이 아닐까.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던 이 장면, 어떤 이는 CG 촬영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실감이 났다.

최근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도산공원에서 서영희를 만났다. 화사한 원피스에 오드리 헵번처럼 상큼하게 머리를 올린 서영희는 '선덕여왕'에서와는 180도 다른 풋풋한 모습이었다.


"사막 신이 기억에 남아요"라는 기자의 인사에 서영희는 "요즘 다들 그 촬영 어떻게 찍은 것이냐고 물어보세요. 저희 엄마가 궁금해 하실 정도니까요"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서영희는 "처음에는 멋모르고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모래 압박이 생각보다 세더라고요. 처음 알았어요. 모래는 놀이터나 해변 외에는 볼 일이 없잖아요"라며 "촬영 끝나고 옷은 물론이고 입, 눈, 귀에 흙이 다 들어갔었죠"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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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은 작가



-유명세를 탄 여배우가 주인공도 아닌데 이런 연기에 선뜻 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요?

▶ 누구나 하지 않았을까요. (웃음) 주인공이 아니긴 하지만 전 욕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누구나 주인공 역을 하고 싶지만 욕심을 낸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욕심은 욕심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의미 있는 도전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소화 역으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 잘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방송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큰 반응은 처음이에요. 이렇게 사람들에게 제가 관심을 많이 가진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아요.

-소화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요?

▶ 작가님이 써 준 제 대사, 가령 '전 바보입니다'라는 대사에서 그 말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말이죠. 대사에 대해 수긍하게끔 연기를 어떻게 할까에 대한 노력을 했었죠. 다른 것은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도와서 했어요.

-기억에 남는 장면은요?

▶ '저는 바보입니다'라는 대사가 있어요. '덜 떨어지고 만날 넘어져서 코 깨지고 그런 제가 어찌 그런 큰일을 해요. 전 바보입니다'라는 대사를 하는데 정말 어려운 대사여서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사막에서 죽기 전에 '꼭 살아야 된다'고 외쳤던 대사도 기억나고요. (외국어 대사는요?) 하하. 정말 부끄러운데요. 당연히 기억나죠. '메이샬, 메이샬'이라고 하는데요. 괜찮다는 뜻인데 억양이 어려워서 고생했어요.

-'선덕여왕'의 흥행 비결은요?

▶ 저는 보여지니까 고생한 줄 아시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 고생한 스태프들이 정말 많아요. 이 드라마는 정말 너무들 다들 열심히 해서 '안 되면 안 되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소화 다시 나오나요? 그런 것 같던데.

▶ 글쎄요. 누가 도와준다면 모래사막에서 다시 살아나올 수도 있고요.(서영희는 말끝을 흐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소화 역도 그렇고 전작 '그분이 오신다'에서 이영희도 그렇고 코믹 연기를 잘하는 것 같아요.

▶ 사실 제 역할들에서 코믹한 요소가 없어요. 그리고 저 자체도 입만 열면 분위기를 다운 시키는 성격이라서. 창작을 하기보다는 대본에 충실한 코믹 연기를 하려고 해요.

-유쾌한 성격일 줄 알았는데 실제 성격은 좀 다른가 봐요.

▶ 많이 다르다기보다 사실 친구들은 '그분이 오신다'의 이영희가 저랑 비슷하다고 해요. 아주 약간~

-학창 시절에 어땠어요?

▶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 때 첫 아르바이트를 공장에서 했는데요. 연꽃 소품을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방학 때 할 일이 없어서 이 것 저 것 할 것을 찾다가 무작정 나이 제한이 없다길래 갔어요. 6명의 어른이 함께 일했는데 저를 정말 이뻐해주시고 김치찌개 하나 끓여서 점심 먹었던 기억이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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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은 작가


-원래 미대 지망생이라 손재주가 있었나봐요?

▶ 어머니가 한복을 해서 그런지 어려서 직접 제 옷도 만들어주고 저는 남은 천으로 인형 옷도 만들고 했어요. 원래 미대 지망생이라서 화실에 매일 갔는데 옆이 바로 연기학원이었거든요. 연기하는 친구들보면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기자로 꿈을 키우게 됐어요.

-아. 벌써 10년 차 연기 경력이네요.

▶ 네. 그런데도 아직도 사람들이 저한테 'TV 나와요?' 이렇게 물어볼 때 있는데요. 뭘. 카메라 앞에서는 아직도 긴장되고요.

-연기 생활을 일찌감치 시작하면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 잃은 것은 잘 모르겠고요. 저는 어려서부터 바쁘게 살고 싶은 것이 목표라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요즘 공허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좀 외롭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인생의 목표를 바꿨어요. 바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알차게 사는 것으로요.

-그래도 여배우로 살면서 힘든 것도 있지 않나요?

▶ 내가 한 행동이 아닌데 다르게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느끼는 답답함? 설명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 여배우들이 주변에 신경을 쓰느라 자기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고독하죠.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의 죄수 역,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만삭 여자 역, '추격자'에서 지하 목욕탕 신을 찍고, '그분이 오신다'에서 우스꽝스런 복장을 하고 돌 아이바를 촬영하고, '선덕여왕'에서는 모래사막에 빨려 들어가는 역까지 해낸 서영희. 10년 동안 별로 한 것이 없다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CF만 몇 편 찍고 연기에 소홀한 몇몇 톱스타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그의 끝없는 도전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차량협조=투어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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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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