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2' 피하려다 韓영화 '집안싸움'③

사진 왼쪽 위부터 '해운대', '차우', '국가대표', '10억'

극장가는 이른바 '트랜스포머2' 정국이다. 750만 관객을 모은 전편의 후광을 입은 '트랜스포머2:패자의 역습'은 개봉 전부터 경외의 대상이었다. 60여 종으로 늘어난 변신로봇, 1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 등 예고된 물량공세에 경쟁작들은 개봉일을 조정하기에 바빴다. 과연 '트랜스포머2'의 위력이 대단하다. 개봉 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모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트랜스포머2'의 무서운 기세를 보며 경쟁작들은 '역시 피하길 잘했어' 고개를 끄덕이는 중. 그러나 '트랜스포머2'의 압도적인 흥행에는 환상적인 개봉 시점도 큰 몫을 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물론, 여름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알아서 경쟁을 피해 간 덕택이다. 한 고비는 넘겼으되, 다가올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트랜스포머2'를 피해 7월부터 다닥다닥 개봉 시점을 잡은 우리 영화들의 6월을 다 보내고 뒤늦은 여름 극장가 잡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7월 첫째 주부터 8월 첫째 주까지, 한국영화 기대작들은 한 주 간격으로 연이어 개봉일을 확정했다. 집안싸움을 하게 생겼다. 여러 조건을 고려한 판단이겠으나, 뒷맛이 씁쓸하다.

이범수 조안 주연의 '킹콩을 들다'(감독 박건용)가 1일 개봉하며 7월 한국영화 러시의 포문을 연다. 가진 것은 힘밖에 없는 시골 중학교 여자 역도부 선수들의 성공기를 다뤘다.

한 주 뒤 8일는 다섯 명의 감독이 에로스를 주제로 모인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감독 변혁 허진호 유영식 민규동 오기환)가 관객을 맞는다. 주제는 물론, 한 작품에 모인 스타들이 면면이 흥미롭다.


'국내 최초 리얼 괴수 어드벤처'라는 타이틀이 인상적인 '차우'(감독 신정원)가 뒤이어 16일 개봉한다. 영리하고 잔혹한 식인 멧돼지의 습격은 할리우드 영화 '아나콘다'를 연상시킨다.

23일에는 '한국형 휴먼 재난 영화'를 내세운 '해운대'(감독 윤제균)가 개봉한다. 부산 해운대를 덮친 거대한 쓰나미가 핵심. 설경구 하지원 엄정화 박중훈 스타 출연자들도 출동했다.

30일 개봉하는 '국가대표'(감독 김용화)는 불가능했던 도전에 성공한 실제 한국 스키점프 선수들의 실화를 그린다. 아테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실화를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감동을 재현할지가 관심거리다.

마지막으로 서바이벌 스릴러 '10억'(감독 조민호)가 8월 6일 개봉하며 치열한 경쟁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서호주의 이국적 풍광, 박해일 신민아 박희순 이민기 등 스타들이 포인트다.

여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가세하면 여름 극장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7월 16일 개봉하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무시할 수 없는 작품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6번째 작품으로 가족관객을 끌어모을 전망. 30일에는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업'이 관객을 맞는다.

이래저래 치열한 여름 극장가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까. 고심 속에 개봉일을 조정한 영화들이 윈윈하며 서로 웃을지, 치열한 경쟁 속에 한숨지을지, 관객의 선택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