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안에 '대장금' 있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7.0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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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덕만이는 장금이?

지난 6일과 7일 방송된 MBC '선덕여왕'(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박홍균 김근홍)에서 주인공 덕만(이요원 분)이 가리, 즉 카레를 만들었다. 중국에서 아랍 상인들과 만나며 쌓은 잡학 실력을 발휘, 염색제로 쓰이는 울금이 카레의 주 재료라는 사실을 알아낸 덕분이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카레 에피소드 덕분에 '대장금'을 보는 듯 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과연 이뿐일까? '선덕여왕' 곳곳에서는 '대장금'을 연상시키는 대목이 눈에 띈다.

드디어 시청률 30%를 돌파한 '선덕여왕'은 우리 역사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의 일대기를 담은 작품. MBC가 한류 드라마로 이름높은 '대장금'에 이어 선보이는 여성 사극으로서 제작 초기부터 기대를 모았다. '대장금'은 실록에 한 줄로 남은 의녀 장금의 이야기를 다뤘다. '선덕여왕'과 '대장금'은 시대를 앞서나간 여성을 다룬다는 주제와 소재부터가 닮은꼴이다. 이밖에도 공통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선덕여왕'을 집필중인 김영현 작가는 이병훈 PD와 함께 '대장금'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김 작가는 '대장금' 외에도 '서동요' 등 인기 사극을 집필한 경험이 있으며, '히트'에서 함께 작업한 박상연 작가와 '선덕여왕'으로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여주인공이 고난을 고난 속에 성장해 결실을 본다는 줄거리 역시 '선덕여왕'과 '대장금' 모두에서 발견된다. '선덕여왕'의 주인공 덕만은 반대파의 방해 속에 태어난 왕가의 딸. '대장금'의 주인공 장금이는 억울하게 쫓겨난 수랏간 나인 출신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딸이다. 두 사람은 자신의 출신을 모르고 태어나지만 성장하며 부모로부터 받은 기질을 십분 발휘한다.

그 가운데 고난도 이어진다. 특히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여성 라이벌의 존재는 주인공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선덕여왕'에서 고현정이 맡은 천하의 악녀 미실이 덕만의 라이벌이라면, '대장금'에서는 수랏간에서 최고 나인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금영(홍리나 분)이 장금의 라이벌이었다. 나아가 금영을 싸고도는 최상궁(견미리 분) 역시 장금의 적대 세력으로 그 성장에 톡톡히 한 몫을 했다.

극이 심각해려지는 순간 곳곳에서 등장하는 감초들 역시 '선덕여왕'과 '대장금'의 주요 공통점. '대장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연기자 이문식이 있었다면, '선덕여왕'에는 죽방과 고도 콤비로 열연중인 이문식, 류담이 있다. 이들은 소탈하고도 허점 많은 캐릭터로 극의 웃음을 선사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덕만, 장금의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한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한편 두 드라마의 닮은꼴 행보에 대해 MBC 드라마국 측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대하 사극으로서 비슷한 장치가 들어간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한 드라마국 고위 관계자는 "두 작품만이 닮은 것이 아니라 한 여인의 성장기를 대하 드라마속에 풀어내다보면 비슷한 장치가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같은 작가가 집필했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덕여왕'은 기본적으로 왕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대장금'과 다르다. 전투와 싸움이 반복되는 왕조 사극의 색채도 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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