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지콰이의 알렉스, 호란, DJ클래지(왼쪽부터) ⓒ사진=플럭서스 뮤직 |
2004년 첫 등장 당시 CF를 통해 빠르게 자신들의 음악을 알렸던 클래지콰이. DJ클래지, 호란, 알렉스 세 사람이 모인 그룹 클래지콰이는 지난해 각 멤버들이 독자적으로 음반을 발매하며 서로의 길을 걷는 듯 했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클래지콰이라는 이름으로 모였고 '무초 펑크(Mucho Punk)'라는 새 음반으로 돌아왔다.
"세 사람이 다시 모였을 땐 오랜 친구처럼 반가움이 더 먼저였어요. 셋이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즐거웠죠. 예전에는 '이런 곡을 쓰면 호란이나 알렉스가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곡을 썼었는데 이번에는 서로가 편하게 각자의 역할을 찾아가면서 작업해서 너무 순조로웠어요.(DJ클래지)"
지난해 호란은 거정, 저스틴과 함께 이바디라는 어쿠스틱 밴드 활동을, 알렉스는 자신의 솔로 음반 활동을 하며 그간 클래지콰이 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매력을 보여줬다. 1년 여 만에 다시 클래지콰이로 돌아온 이들의 소감은 어떨까.
"전에는 노래를 할 수 있는 울타리가 클래지콰이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클래지콰이 안에서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었죠. 하지만 이바디 활동을 통해서 제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얻었어요. 클래지콰이의 음악으로 돌아오면서는 그룹 내에서 제 역할이 많이 유연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몫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거죠. 그러고 나니 클래지 오빠와 의사소통도 더 편하게 되더라고요.(호란)"
"솔로 음반을 내면서 얻은 게 많아요. 그만큼 잃은 것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솔로 음반 하면서 얻은 것들 때문에 클래지콰이로 돌아와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서 이번 작업을 더 잘할 수 있었죠. 정말 재미있게 작업 한 음반이에요.(알렉스)"
지금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대부분의 음악에 쓰이면서 대중에게 친숙해졌지만 클래지콰이가 처음 등장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일렉트로닉 밴드는 흔치 않았다. 데뷔한지 5년이 지난 지금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일반화된 가요계에 대해 '클래지콰이의 영향이 아니냐'고 했더니 DJ클래지는 "레이디가가처럼 그저 세계의 주류가 된 일렉트로닉이 국내에서도 유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웃었다.
"이번 음반을 통해서는 제가 그간 못했던 느낌의 노래들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본격 클럽하우스 느낌이랄까.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니 호란과도 절충선을 맞춰야 했고 알렉스의 장점인 감미로움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4집은 그렇게 만들어진 음반이에요.(DJ클래지)"
"4집에 대해서는 그냥 클래지콰이가 선보이는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란 생각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의 전작을 좋아해주는 분들은 감사하지만 왜 이번 음반에는 '스위티' 같은 곡이 없냐고 하면 저희는 할 말이 없거든요. '클래지콰이는 이런 음악을 하는 그룹'이라는 고정관념보다는 새로운 그룹을 만나듯 다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호란)"
가요계에서 활동을 하다보면 으레 경쟁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비슷한 콘셉트나 장르의 가수들과 겨루는 일이 종종 있는 가요계라지만 클래지콰이에게는 그런 경쟁자가 없다. 마니아층을 거느린 독특한 음악 세계 때문이면서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한 다른 가수들과의 교류 또한 자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음악적인 것을 바라보면서 느낀 감상은 다른 팀과 비교하기보다는 결국에는 저희 스스로에게 소급하게 되더라고요. 저희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호란)"
"저희는 솔직히 마니아층을 거느린 음악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다른 팀들과 경쟁심을 갖기보다는 그냥 바라보는 입장인 것 같아요. 가요계의 전반적인 곡 수준이 좋아졌다는 생각은 하죠.(DJ클래지)"
클래지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온지 햇수로 6년째. 이들 각자에게 클래지콰이라는 팀은 어떤 의미일까.
"클래지콰이는 저에게 반짝이는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출 수 있는 노래를 하게 해주는 그룹이에요.(웃음) 예전에 클래지콰이 활동만 했을 때는 원래 제가 좋아하던 포크나 재즈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지만 지난 해 이바디 활동만 하다보니 '클럽에서 춤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의 그런 욕심을 표출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죠.(호란)"
"저는 호란과는 좀 다른 생각이에요. 사실 제가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라면 제 감성에 맞는 발라드를 한 곡 할 거에요. 하지만 제가 클래지콰이의 보컬이기 때문에 클래지콰이가 해왔던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볼 수 있었던 거죠. 클래지콰이는 저에게 다르게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그룹이에요. 클래지콰이로 활동했기 때문에 제 솔로 음반에서는 아기자기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었던 거죠.(알렉스)"
"만약 클래지콰이라는 그룹이 음악적인 굴레가 된다고 한다면 그건 저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부분일 거에요. 클래지콰이 노래의 대부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룹의 색깔을 지켜가면서도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거든요.(DJ클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