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에게 '10억'은 첫 해외 촬영 작품이다. 지난해 '모던보이'가 개봉했지만 실제 촬영은 2007년에 이뤄졌기 때문에 거의 2년 만에 시도한 연기다. 선택한 장르는 스릴러. '극락도 살인사건'이 떠오를 수 있지만 박희순 신민아 등과 함께 연기했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덜한 작품이다. 박해일은 극중 10억 상금 서바이벌 게임쇼에 초대된 한기태 역을 맡았다. 과연 10억을 손에 쥘 수 있을까?
박해일은 과거 작품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가 되냐는 질문에 "똑같은데. 음 박해일이 해외에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 같은 모습은 뭔가 믿음이 갈 수밖에 없는, 되레 안쓰러워지는 그 만의 장점이다.
사실 박해일은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시작으로 '국화꽃, 향기' '좋지 아니한가' '인어공주' '살인의 추억' '연애의 목적' 등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였지만 정작 '인간 박해일'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다. 인간 박해일을 알아보기 위해 나섰다.
- 작년에 '모던보이'가 개봉했지만 연기는 2년 만이다. 그동안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궁금한데.
▶'모던보이' 촬영 후 고등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에 박았던 철심 10여 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아무래도 다리 근육이 약해지니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열심히 했다. 철심을 뽑으면 다리뼈가 골다공증이 걸린 것처럼 구멍이 나있기 때문에 재활훈련이 중요했다.
-지난해 '모던보이'는 무척 아쉬웠다. 연기 스토리 컴퓨터 그래픽 등이 화제가 됐지만 정작 관객몰이에는 실패했다. 개인적으로는 관객의 눈을 어떻게 판단해야할지 난감했는데. 어떠했는지?
▶저도 그랬다. 적어도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멋지게 해낼 거라는 정지우 감독님의 자신감이 있었고 김혜수 선배와 김남길 씨와 함께 너무나 멋있게 해냈다. 사실 흥행에 실패한 후 힘이 빠진 건 맞다. 어떤 게 문제인지, 뭐라고 이야기해야하는지 애매해졌다. 오랜 시간 동안 생각을 하고 있다.
-'10억'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조민호 감독님은 연극을 할 때부터 알았었다. 기회가 되면 하자고 했었는데 지난해 우연히 식사를 함께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국내에서 신선한 작품이라 생각했다. 형식과 구도 면에서 주어진 배우들의 매력을 뽑아내야 한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박희순 신민아 등의 배우들과 함께 한 소감은 어땠는지?
▶여러 명이서 잘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박희순 선배도 계시지만 중간자의 역할에서 해야 할 게 있다고 봤다. '10억'은 오지에 배우들만 떨어뜨려놓고 촬영해야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했다. 과거에는 선배들이 많이 나왔던 영화에 출연했다면, 이번에는 중간자 입장에서 동료 같은 후배를 챙기기도 해야 했다.
-촬영장소가 오지인가? 호주라고 해서 멋진 풍경을 기대했는데.
▶서호주에서 한 달을 찍었다. 자연이 어우러져 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캥거루도 우리가 상상했던 예쁜 캥거루가 아니라 산 다람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어쩌면 황폐화보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해변가에 있을 때는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몇 백 킬로미터가 황야로 펼쳐진 곳은 '여기서 죽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겨울옷을 안 챙겨갔는데 낮에는 덥고 밤에는 0도까지 떨어지는 일교차 때문에 고생을 했다.
-첫 해외 촬영인데, 관객들이 좀 색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지
▶(난감해하며) 해외에 있는 저의 모습, 낯선 땅에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인간 박해일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 없다. 일상생활에서 뭐하는지가 궁금하다.
▶일상이 정말 재미가 없는 편이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이한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바른 생활 이미지가 강한데.
▶(웃으며) 그것은 정말 아니다. 늦게까지 술도 마시고 들어간다. 바른 생활 사나이는 아니다.
-이제 결혼 3년차이다. 아기 소식은 없는지 궁금하다.
▶(웃으며) 안 그래도 올해 아기를 가질까 생각 중이다.
-미혼으로서 결혼이라는 게 어떨지 궁금하다. 5년 연애를 하고 결혼했는데.
▶결혼을 준비하면서 부담감도 있었다. 과연 내가 준비가 됐는지 고민이 됐다. 하지만 결혼을 할 거라면 함께 준비를 하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박해일은 지금까지 연기 톤이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약에 정말 변신을 했는데 결국 박해일이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롭게 건네받은 영화에서 박해일이 해볼 만한 게 있다면 좋겠다. 좀 더 깊이가 있는 모습?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지.
▶강우석 감독의 '이끼'라는 작품이다. 원작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아직 시나리오를 받은 상태가 아니라 배우로서도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