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주연보다 돋보이는 조연을 가리켜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고 한다. '타짜'의 김윤석처럼 몇 장면 등장하지 않더라도 영화 전체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배우를 가리킨다.
올 여름 한국영화에는 주연 못지않은 조연이 유독 눈에 띈다. 바로 '해운대'의 이민기와 '국가대표'의 조진웅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민기는 '해운대'에서 강직한 구조대원 역을 맡았다. 휴가차 놀러온 강예원과 호감을 갖게 되면서 예의 어리버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쓰나미가 몰려오자 목숨을 걸고 인명을 구하는 그의 모습은 '해운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중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민기는 '해운대' 뿐 아니라 6일 개봉하는 '10억'에서도 박해일 박희순 등 선배들을 제치고 가장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10억원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잔인함과 강렬한 모습을 보인다. '해운대'와 '10억'에서 180도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
'국가대표'의 조진웅은 이 영화의 숨겨진 공로자다. 그는 영화 '쌍화점',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 출연했지만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그러나 '국가대표'에서 그는 스키점프 해설자를 맡아 물 만난 듯한 연기를 펼쳤다. 그는 '국가대표'에 가장 중요한 장면인 올림픽 장면에서 관객을 웃고 울리며 마치 실제 경기처럼 영화를 소개한다.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장면에서도 적절한 코미디 감각으로 영화에 균형추를 달았다. 김용화 감독은 조진웅에 대해 "연기 디렉션에 이렇게 빨리 반응하는 배우는 처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연이 생생할수록 영화의 재미는 더한다. '해운대'가 2주만에 500만명을 동원하고, '국가대표'가 첫 주에 100만명을 불러 모은 데는 이런 '신 스틸러'들의 공이 한 몫 한다.
신 스틸러는 종종 주연으로 발돋움한다. 과연 이민기와 조진웅이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에서 주연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