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이 시대의 채플린이 되고 싶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8.0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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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진 기자 songhj@


하정우는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다. '추격자' '보트' '비스트보이즈'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이어 '국가대표'까지 근 2년여 동안 쉼 없이 촬영을 했다. 때론 겹치기 촬영까지 불사했다.

혹자는 너무 다작을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누군가는 이미지가 겹쳐서 소진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하정우는 "돈을 쫓아서 하는 것도 아니었고 좋은 작품을 찾아 순수한 마음에서 했을 뿐"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하정우는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다. 제작자라면 한 번쯤은 그를 탐낸다. 하정우는 배우에서 스타로 건너가고 있다. 그런 상황을 정작 본인은 잘 모른다. '놀러와'와 '무릎팍도사'에서 의아할 정도로 솔직한 하정우의 모습은 스스로를 스타로 생각하지 않기에 가능했다. 요즘 욕먹는 일도 많다는 하정우와 만났다. 여전히 그는 솔직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촬영에, '보트' 일본 홍보에, '국가대표' 홍보까지 요즘 바쁜 것 같은데.

▶'추격자'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요즘에야 느꼈다. 하던 대로 하려 했는데 요즘 욕도 많이 먹는다.


-이미 배우에서 스타가 됐는데 정작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닌가.

▶스타? 간지러워요. 그냥 예전에는 연기만 잘하고 개봉할 때 홍보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그럴 때가 됐다는 걸 느끼고 있다.

-지금도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찍고 있고 그 뒤엔 바로 나홍진 감독의 '황해'를 찍는다. 혹자는 소진되고 있는 게 아니냐고도 하는데.

▶소비나 소진이라기 보단 뭔가 학습을 하는 것 같다. 임하는 자세도 다르고.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다. 창조에 대한 열정이 있고. 그런 걸로 경제적인 것을 누린 것도 아니고. 순진하게 작품에 임한다. 그런데 요즘 다작한다는 게 화두가 된 것 같아 섭섭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이미지가 조금씩 겹치기도 하지만 매번 달라 다작 느낌은 적은데.

▶채플린을 보면 언제나 똑같지만 늘 달랐다.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난 이 시대의 채플린이 되고 싶다. 내가 맡은 캐릭터는 흐름이 있는 것 같다. 방랑자적인 느낌도 있고. 이제는 화이트 칼라 역도 하고 싶다.

-'국가대표'를 하게 됐을 때 영화계에선 '스마트'한 선택이란 말이 많았다. '추격자'

이미지에서 180도 변신한데다 상업적인 영화를 택했으니.

▶그랬다기 보단 순진하게 하고 싶었다. '추격자' '멋진 하루' '비스티 보이즈'는 다 어려운 영화였다. 그런 이미지였고. 그런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더 얻고 싶은 것도 있었고.

-'국가대표'를 하면서 '놀러와'나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는데.

▶책임감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방송에서 무척 솔직했다. 장점이기도 하지만 이제 조금은 감추고 싶진 않나.

▶숨길 만한게 아닌 것 같다. 여자친구 이야기도, 부모님 이혼 이야기도. 이야기를 하면서 그 부분을 뺏더니 퍼즐 하나가 빠진 것 같았다.

-보통 스타라면 사생활적인 부분이 작품 이미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숨기는 법이다. 하정우는 사생활도 포함해 그냥 자신을 작품에 투영하는 것 같은데.

▶그럴수도 있겠지만...음, 그냥 숨기자 않고 투명하게 살고 싶었다. 아버지가 드라마를 한 번에 4편을 찍는 것을 보고 살았다. 그러면서도 나와 동생이랑 자연스럽게 사셨다. 그런 삶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준 것 같다.

-'황해' 끝나면 좀 쉬고 싶다고도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윤종빈 감독과 그런 이야기를 했다. 한 게 없는데 뭘 쉬냐고. 예전에는 다른 배우들이 재충전한다는 말을 이해못하긴 했다. 그런데 요즘은 알겠더라. 하지만 좀 더 해야할 때인 것 같다. 어제 수애랑 '티파니에서 아침을' 팀을 만나서 영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또 다시 조용한 세계에 들어간 것 같더라. 그런 만남들이 내가 지치지 않고 영화를 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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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진 기자 songhj@


-'국가대표'에선 '추격자' 같은 영화와 달리 지르는 연기가 아니었다. 어쩌면 뻔한 캐릭터였기에 더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을 텐데.

▶깨달은 게 있다. 내러티브에서 튀어나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고. 배우의 개성이나 연기가 편집에 의해 조정된다는 걸 알게 됐다. '국가대표'에서는 마치 TV 드라마처럼 드라마틱한 연기를 해야 했다. 바스트샷이 많았고. 예전에는 그런 연기를 싫어했다. 움직이고 질러야 배우의 개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했고. 하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연기를 안하려 했다.

-'황해'에서 또 한 번 나홍진 감독과 인연을 맺는데.

▶'티파니에서 아침을' 끝나면 산에 들어가볼까란 생각도 한다. 머리도 깎고 정말 미친듯이 몰입하도록. 새로운 것에 대해 두려움이 많다. '보트' 때도 왜 일본에 가서 이런 것을 해야 하나 싶었고. 하지만 하고 싶단 욕망이 더 큰 것 같다.

-'두번째 사랑'으로 미국 영화에, '보트'로 일본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계획대로 더 큰 목표로 이어지고 있나.

▶어렸을 때 꿈은 더 컸던 것 같다.(웃음)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추격자'가 500만 안됐으면 어쩔 뻔 했냐는 농담도 한다. 남들보다 빠른 템포로 영화인으로서 힘을 얻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해 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미술 전시회도 열고 영화 연출에 대한 꿈도 있다. 포부도 크고 재능도 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낮아지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폭발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

▶이상한 부작용 같은 게 있다. 어느 순간 폭발하듯이 욱한다. '국가대표' 때도 김용화 감독에게 그런 적이 있다. 사실 김용화 감독도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김용화 감독이 그런 부분을 잘 이해시켜주더라. 그래서 위안이 되기도 했다.

예전에 어머니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너는 네가 갖고 있는 화와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그러면 네 재능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이스'하게 남을 배려하는 것,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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