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홍봉진 기자 honggga@ |
흔히 연기파 배우 하면 안 잘생긴 배우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송강호, 설경구, 김윤석 등 외모보다는 연기가 눈에 박히는 배우들이 그렇다. 그런데 '그들이 사는 세상'에 '친구'를 자처하며 '아일랜드'에서 날라온 이가 있다. '화장품 광고를 하는' 현빈이다.
2003년 데뷔한 이후 6년 째 접어드는 동안 굵직굵직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20대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호평 받은 그는 김래원, 조인성, 이준기 등 또래 배우들과 스타로 떠올랐다. 그런 그가 2009년 영화 '친구'의 드라마 리메이크 버전인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하 '친구')을 선택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모 카페에서 현빈을 만났다.
82년생, 28살이면 아직 창창한 20대인데 현빈의 눈빛과 음성은 30대를 훌쩍 지난 남자 같다.
형들이랑 많이 놀아서 그런가. 제 또래는 강동원 씨랑 잠깐 보는 것 빼고는 동건이 형, 진모 형 등이랑 만나서 그런가 봐요. 소속사에서도 제발 제 또래랑 만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같이 출연했던 누나들이 좋아했겠어요. 나이 들어 보여서? 호칭은 어떻게 쓰나요?
아무래도. 좋아했죠. '내 이름은 삼순이' 할 때 족보가 꼬였어요. 선아 누나가 저랑 려원 씨는 동갑내기로 나오고, 윤미 씨는 동생으로 나오는데 다들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그냥 '야' 하라고요. 나중에 성유리 씨랑 작품 하는데 유리 씨랑 려원 씨랑 또 친구 사이인데 저랑도 친구니까 말 놓고, 혜교 씨도 빠른 82인데 동갑이니까 말 놓고 이래저래 하다 보니 '누나'라고 부른 기억이 거의 없네요.
사람 쉽게 친해지는 성격 아니죠?
낯가림이 좀 있어요. 사람 사귈 때 장시간 봐요. 한 번에 오픈하고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그렇지 않은 편이죠. 오랫동안 보고 이 사람은 나랑 잘 맞겠다 싶고 내 사람인 것 같으면 조금 조금 씩 열어가요.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꼭 챙기지요.
현빈ⓒ홍봉진 기자 honggga@ |
# 슬슬 작품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8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 온 '친구'. 드라마 최초로 원작을 연출했던 감독이 드라마를 연출한 탓에 곽경택 표 드라마 버전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또 2001년 동수역의 장동건과 현빈도 비교가 많이 되곤 했다.
드라마 '친구'는 영화 '친구'와 좀 다르죠?
똑같은 것인데 그런 재미들이 있어요. 영화에 대한 동수 캐릭터가 있는데 내가 연기하면서 내가 풀어드리는 것 같아요. 영화 동수에 비해 드라마 동수가 세게 보일 수 있는데 영화는 센 상황들만 보여주니까 세게 보이는 것 같고요. 흐름이 빠르잖아요. 반면에 드라마 동수는 이야기를 설명하는 과정이 더 자세하다보니 부드러운 느낌도 흐르는 것 같아요.
영화 '친구'와 드라마 '친구'로 제안이 들어온다면 어떤 것을 택하겠나요?
하하. 어려운 질문인데 영화요. 이유는 드라마 찍다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특히 힘들었던 것은요?) 액션 장면도 힘들었고, 감정 기복이 심하게 전개되어 촬영 하다 보니 힘들더라고요.
'그들이 사는 세상'(이하 '그 사세')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시청률은 저조하네요.
숫자 신경 안 써요. 어떤 선배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너는 너무 빨리 왔다. 10평짜리 집에 살았으면 20평으로 30평으로 늘려가는 재미도 있는데 앞으로 드라마를 얼마나 할지 모르지만 이 시청률(MBC '내 이름은 김삼순', 50.5% (TNS 기준))을 넘는 것은 장담 못하겠다. 네가 너무 빨리 올라간 것 같다.' 동생으로서 우려를 하시더라고요. 저도 걱정이 되긴 하는데요. 그래서 부질없는 흥행보다는 작품성 위주로 가려고요. 제가 이름을 알려야 하는 단계도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기에 배우로서 위치는 어디죠?
부산에서 운동을 하던 곳이 헬스클럽이 있으면 바로 앞이 바다에요. 런닝 머신을 뛰고 있으면 창문 앞이 바다, 맞은 편에 산이 있어요. 그 산을 보면서 '내가 지금 어디 쯤 있을까' 생각한 적 많았는데요. 목표는 꼭대기인데 아직 아니죠. (모델이 있나요?) 지금 톱에 있는 선배들은 다 포함되죠. (톱이 누군데요?) 알만한 스타들이요. 동건이 형도 그렇고.
그래도 현빈이라는 배우로서 내세울 것이 있다면요?
20대 배우 중에 인정옥('아일랜드'), 노희경('그 사세') 작가를 거쳐 간 배우는 거의 유일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러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분들 작품에 매력을 느낀 것이었는데 그 분들도 좋게 봐주셔서요. 작품 복이 많긴 해요. '삼순이' 할 때도 김도우 작가였고 이번에 곽경택 감독도 만났고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공부를 좀 하고 싶어요. 대학교 1학년까지 생활하고 연기를 해서 친구들도 못 만들었거든요. 공부도 잘 못했었고, 대학원에 들어가는 있지만 수업도 못 들어가는 상태 라요. 연극이나 영화 쪽 공부를 해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현빈ⓒ홍봉진 기자 honggga@ |